애정표현 가면 쓴 추악한 인권범죄
애정표현 가면 쓴 추악한 인권범죄

[Le view<131>]-최악의 잔혹범죄 스토킹(上-실태) 애정표현 가면 쓴 추악한 인권범죄

과도한 애정 수준 넘어 범죄로 진화, 피해 사례 급증

르데스크 | 입력 2022.09.23 15:29
▲ 최근 스토킹 행위가 잔혹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남성은 범행을 저지르기 전 피해자 여성을 스토킹한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은 얼마 전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현장의 모습. [사진=뉴스1]

 

‘스토킹(stalking)’ 행위에 대한 심각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단순히 공포나 불안 유발을 넘어 폭행, 납치, 살인 등 심각한 잔혹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어서다. 특히 얼마 전에는 스토킹이 발단이 된 끔찍한 살인 사건까지 발행해 스토킹 행위 근절과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스토킹’은 상대방 의사와 상관없이 의도적으로 계속 따라다니면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히는 행동을 말한다. 스토킹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은 ‘스토커(stalker)’라 불린다. 스토커 중 상당수는 정신이나 인격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엔 연예인과 팬 관계에서 스토킹 행위가 주로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일반 국민 간에도 부지기수로 벌어지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벌어진 충격의 직장동료 살해 사건…발단은 끔찍한 스토킹

 

지난 9월 14일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강력범죄가 발생했다. 서울교통공사 소속 전주환 씨가 서울 중구 퇴계로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동료 직원을 끔찍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범행 장소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라는 점, 같은 회사 동료 직원을 살해한 점 등 사건은 장소부터 피해자와 가해자 간에 관계까지 충격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었다. 바로 범행 동기였다. 피의자 전 씨가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직원을 무참히 살해한 원인은 바로 스토킹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2018년 피의자 전 씨는 피해자와 함께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했다. 신입사원 교육에서 피해자를 처음 만난 전 씨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50여건의 문자 메시지와 전화로 만남을 강요하고 협박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피해자의 고발로 경찰에 체포됐고 회사에선 직위해제 당했다. 이후 스토킹 혐의까지 추가돼 재판을 받던 전 씨는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위생모를 쓰고 피해자를 기다렸고 피해자가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 순찰을 돌자 따라 들어가 흉기로 살해했다. 전 씨는 스스로 범행을 시인한 점과 범죄를 사전에 계획한 점 등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돼 신상이 공개됐다.

 

스토킹이 발단이 된 강력범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19일 김병찬 씨는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했다. 경찰에 체포된 김 씨는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전 여자친구가 자신을 스토킹 행위 등으로 경찰에 신고하자 분노해 살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스토킹 혐의로 조사받은 뒤 풀려난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하고 숨진 채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한 때의 치기’ 수준 한참 넘은 스토킹 범죄…여전히 사법당국은 솜방망이 처벌

 

▲ 신당역 살인사건은 그동안 스토킹 사건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 풍토와 사법당국의 안일한 인식에도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진은 스토킹 관련 사건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사진=뉴스1]

 

이번 ‘신당역 살인사건’은 스토킹 행위에 대한 심각성과 관심을 환기시키는 일종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스토킹 사건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 풍토와 사법당국의 안일한 인식에도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과거 스토킹 행위가 주로 인기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의 지나친 팬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던 탓에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한 때의 경험’ 또는 ‘순간적인 실수’ 등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스토킹’이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시기는 ‘1세대 아이돌그룹’이 한창 높은 인기를 구가했을 때였다. 당시 HOT, 젝스키스, god 등의 인기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연예인의 집 앞에서 장사진을 치거나 동선을 파악해 따라다니는 일부 ‘극성팬’이 등장했다.

 

이후 극성팬의 행태가 사생활 침해, 신변 위협 등 연예인에게 공포감·불안감을 유발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스토킹이란 개념이 알려졌다. 이 시기 스토커와 비슷한 의미로 ‘사생팬’이란 단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스토킹 행위 자체를 미성숙한 나이에 저지를 수 있는 ‘한 때의 치기’ 수준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은 편이다. 심지어 관련 범죄에 대한 사법당국의 판결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올해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으로 선고가 내려진 판결 중 정보가 공개된 판결은 총 52건이다. 판결 중 징역형 선고는 10건, 벌금형 선고는 9건 등에 그쳤다. 반면 집행유예가 내려진 판결은 29건에 달했다. 공소기각과 선고유예도 각각 3건, 1건 등이었다. 10건의 징역 판결도 평균 징역 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벌금형 또한 평균 벌금액이 200만 원 수준에 그쳤다.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례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신당역 살인사건’의 피의자 전 씨 역시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올해 8월까지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총 377건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이 중 32.6%(123건)가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의원은 “과거 법원이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에 대해 직접적 위해를 가할 소지가 큰 만큼 스토킹 범죄를 안일하게 보는 사법부의 시각부터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토킹에 대한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고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는 데 대해 검찰은 철저한 대응으로 관련 범죄의 발생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교제 관계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 신고에 소극적이거나 처벌 불원 또는 고소 취소 등 상대적으로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스토킹 범죄는 강력범죄로 악화할 우려가 있어 초기부터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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