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기름 붓는 기울어진 무게추
물가상승 기름 붓는 기울어진 무게추

[Le view<116>]-고물가 피해 키우는 노동규제(中-주52시간제) 물가상승 기름 붓는 기울어진 무게추

근로시간 강제화에 공장가동 차질, 공급물량 부족 심화

르데스크 | 입력 2022.08.08 13:09
▲ 주52시간 근무제가 국민의 고물가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건비 상승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과 더불어 근로자의 소득감소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한 대기업 근로자들. [사진=뉴스1]

 

지난 2018년 시행된 ‘주52시간 근무제’(이하 주52시간제)가 고물가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급량 부족을 심화시켜 물가 인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근로자의 소득감소를 야기해 고물가 피해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게 이유다. 전문가들은 물론 사업주,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 중 상당수가 주52시간제의 수정·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획일화 된 근로시간에 중소기업 인력난·매출감소 현실화…결국 제품값 인상 결정

 

‘주52시간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제도다. 지난 2018년 2월 관련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같은 해 7월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이후 계도기간을 거쳐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개정안의 적용을 받았다.

 

주52시간제는 논의 단계부터 국회통과, 단계적 시행과 전면 적용 이후까지 줄곧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불리며 각종 논란을 낳았다. 근로시간을 강제로 줄이게 되면 산업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기존의 일감 소화량을 감안하고 인력을 고용한 상황에서 근무시간을 줄이면 일감을 줄이거나 인력을 더 뽑아야하는 데 두 가지 모두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주52시간제 시행 실태 및 제도개선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54.1%는 ‘주52시간제 시행이 어렵다’고 답했다. 주52시간제 시행이 어려운 이유로는 ‘구인난’(52.2%),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50.9%) 등이 꼽혔다. 현재 가장 필요한 법·제도 개선사항으로는 ‘특별연장근로 기간 확대 및 사후인가 절차 완화’가 3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월 단위 연장근로제 도입, 탄력근로제 사전근로계획 수립 및 변경방식 등 요건·절차 완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기한 및 대상 확대 등의 순이었다.

 

또 가장 필요한 정부 지원책으로는 추가인력 채용 시 인건비 지원(57.2%), 기존인력 임금보전 비용 지원(57.2%) 등이 지목됐다. 대다수 기업이 주52시간 시행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졌음을 방증하는 결과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최소한 노사가 모두 원할 경우 더 일할 수 있도록 노사합의 기반 월 단위 연장근로제 도입, 특별연장근로 인가제 개선 등 제도적 보완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주52시간제가 고물가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거나 구인난으로 일감을 줄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하면 결국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추경호 부총리는 “현재의 주 52시간 제도는 경직적이어서 기업들이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기업 현장에 직접 가거나 기업인을 만나면 이 이야기를 안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일을 많이 해야 할 때는 하고 수요가 적을 때는 쉬는 식으로 평균 주 52시간을 지키겠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도 같은 견해를 보였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은 ‘우리나라의 물가-임금 관계 점검’ 보고서를 통해 “물가 오름세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하면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물가 상승에 따라 임금이 오르고, 오른 임금이 재차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현장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안산시에서 포장업체를 운영하는 유기현 씨(49·남·가명)는 “우리 같은 작은 제조업체는 물량에 따라 근무시간이 천차만별이다”며 “일감이 없을 때는 공장가동율에 맞춰 근로시간을 줄였다가 일감이 몰리면 근로시간을 늘려 물량을 소화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런 현장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천편일률 적으로 근무시간을 정해버리면 사람을 더 뽑거나 일감을 포기해야 하는데 뭐가 됐던 회사로선 손해가 막심하다”며 “결국 제품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경영이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고 호소했다.

 

일하고 싶어도 못하는 가장들, 울며 겨자 먹기로 ‘투잡’ 뛰며 가족들 먹여 살려

 

▲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수입이 줄어든 직장인들은 퇴근 후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부족한 수입을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음식을 배달 중인 한 배달라이더의 모습. [사진=뉴스1]

 

당초 제도의 수혜자로 지목된 근로자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주52시간제로 근무시간이 줄어든 탓에 자연스레 수입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체감물가와 상관관계를 지닌 소득이 감소한다는 의미는 고물가 피해 정도가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52시간제가 고물가의 직접적인 원인은 물론 간접적인 원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투잡족의 증가는 이러한 주장을 방증하는 사례로 지목된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의 지난해 7월 한 달간 부업자수는 16만4000명으로 전월 대비 4.4%,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

 

주52시간제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면서 연장근로를 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소득보전을 위해 부업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부업자수는 중견기업과 대기업 근로자와 비교해 확연히 많았다. 올해 7월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의 부업자수는 전체 부업자 56만6000명 중 2만9000명을 기록했다.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을 추가해도 5만명에 불과했다.

 

근로자들은 주52시간제가 ‘워라밸’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미만 중소기업 116개사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주52시간 적용에 따라 ‘워라밸’이 개선되지 않았다(33.6%)고 답한 비율이 ‘그렇다’는 응답률의 2배에 달했다. 근로자들 대다수(94.9%)는 워라밸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경제적 여유 부족(급여감소)을 꼽았다. 또 근로자 64.7%는 연장근로를 희망했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남충헌 씨는 “예전에는 기본급에 특근수당 등을 합쳐 월 수입이 500만원은 됐는데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특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니 수입이 30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며 “아이들 교육비에 생활비에 지출은 그대로인데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니 하는 수 없이 퇴근 후 배달대행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를 위해 탄생한 주52시간제가 오히려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장의 현실과 근로자의 의사 등과 무관하게 획일적으로 52시간제를 적용한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은 “일본의 경우 노사합의 시 월·연 단위 연장근로 한도를 부여해 근로시간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며 “연장근로를 통해 투잡을 하지 않아도 소득보전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52시간제로 직장인의 근로시간이 줄었지만 오히려 임금감소로 투잡, N잡 등으로 개인의 근로시간은 늘었다”며 “중소기업 실적에 맞춘 탄력적인 근로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부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며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유연성 있는 근로시간 권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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