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명품이나 고가 브랜드의 대체품을 사는 이른바 듀프(dupe)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듀프는 ‘Duplicate(복제)’의 줄임말로 고가 브랜드 제품과 비슷하게 생긴 제품 등을 일컫는다. 특히 틱톡을 중심으로 한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dupe 해시태그가 붙은 틱톡 영상은 현재까지 약 60억 뷰를 기록했으며 #doop이나 #doupe와 같은 변형 태그도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예전에는 모조품 구매를 숨기려 했다면, 지금의 소비자들은 “비슷한 제품을 더 저렴하게 찾아낸” 자신의 현명함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미국 리서치 업체 모닝컨설트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3분의1이 듀프를 구매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듀프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Z세대 50%, 밀레니얼 세대 44%였다. 구직난과 고물가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커진 청년들이 자기만족과 가성비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Z세대가 선택한 듀프, 나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럭셔리
영국의 마케팅 리서치 기업 Savanta의 백만장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 백만장자의 52%가 듀프를 구매했다. 특히 18~35세 백만장자의 경우 그 비율이 80%에 달했다. 이는 듀프가 단순한 가성비 선택을 넘어 새로운 소비 문화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Z세대에게 듀프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럭셔리를 즐길 수 있는 수단이다. 이들은 고가 브랜드의 디자인과 스타일을 쫓지만 그 가격을 지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리서치 회사 와이펄스가 13~39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는 듀프가 명품의 ‘느낌’을 가지면서도 저렴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만족이다. 값비싼 명품을 살 수 있다는 과시보다는 똑똑하고 현명한 소비로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했다는 자부심이 더 중요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활발한 정보 공유도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했다. 완벽한 듀프를 찾았다는 틱톡 영상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인플루언서들은 고가 제품의 저렴한 대체품을 찾아 공유하는 것을 콘텐츠로 만든다.
Z세대에게 듀프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원하는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럭셔리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낸 것이다. 듀프는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현명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SNS 에서는 듀프 제품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듀프 인플루언서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일명 아마존 템으로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이 있다. 부동산업자이자 인플루언서인 Becky Deutschmann은 6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마존에서 구매 가능한 패션·뷰티 제품 중 고가 브랜드의 저렴한 대체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Splendidlysourced를 운영하는 Amanda는 2만 팔로워와 소통하는 계정이다. ‘비싸지 않아도 되는 하이엔드'를 모토로 발렌티노, 로에베 등 럭셔리 브랜드의 대체품부터 홈 인테리어, 뷰티 등 다양한 분야의 듀프 아이템 정보를 제공한다.
틱톡의 Dupeshopbeauty는 36만 팔로워를 보유한 뷰티 듀프 전문 계정이다. 고가의 화장품과 스킨케어 제품의 저렴한 대안을 찾고 비교 분석을 제공해 Z세대 뷰티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Snipes Twins가 주목받고 있다. 2만 구독자를 보유한 쌍둥이 자매는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제작하며, 특히 고가 브랜드와 저렴한 대안을 비교하는 영상으로 297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서도 확산되는 듀프 열풍
국내에서도 듀프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방시, 르메르 등 럭셔리 브랜드 출신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고급스러운 감성을 저렴한 가격에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Z세대 사이에서는 이를 ’르메르맛 유니클로‘로 부르며, 최근에는 일본 포터 스타일의 가방이 ’포터맛 유니클로 가방‘이라는 별칭으로 화제가 됐다.
자라도 빠른 디자인 회전율로 최신 럭셔리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선보인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디올맛 자라 원피스‘ 등으로 불리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뷰티 업계에서도 듀프 열풍이 거세다. 다이소의 ’샤넬 립앤치크밤‘ 대체품은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이에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 뷰티 기업들도 저가형 듀프 라인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듀프 소비는 현명한 소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새로운 문화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갑이나 외투 같은 제품은 고가 브랜드를 구매할 가치가 있지만, 간단한 소품이나 의류는 굳이 명품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트렌드에 따라 자주 바꿔야 하는 제품의 경우 명품 대신 ‘명품 느낌’이 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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