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학교들 ‘스마트폰 전쟁’ 한창인데 한국은 요지부동·갈팡질팡
선진국 학교들 ‘스마트폰 전쟁’ 한창인데 한국은 요지부동·갈팡질팡

최근 해외 선진국들 사이에서 초·중·고교 학생들의 스마트폰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한국만 대세와는 동 떨어진 모습을 보여 학부모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각 가정의 자발적인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이나 학교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강제적 조치 없인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학생 등 사회 주체 간에 갈등이 불가피하다며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정부 차원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매김 한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금지”…미국 여론도 ‘규제’ 기울어

 

최근 프랑스 정부는 초·중학생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교육부는 현재 일부 학교에서 시범 시행 중인 스마트폰 사용 금지 규정을 전체 학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2018년 프랑스 교육부는 초·중학교 내 스마트폰 소지는 허용하되 사용은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다만 강제력이 없어 정책 자체가 유명무실했다. 결국 올해 9월부터 중학교 약 200곳을 대상으로 등교 즉시 스마트폰을 수거하고 하교 때 돌려주는 ‘디지털 쉼표’ 정책을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알렉상드르 포르티에 교육부 학업성취 담당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쉼표’ 정책에 시범적으로 참여한 학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오고 있다”며 “학생들이 학습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습에 전념하는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면 학업 성취는 있을 수 없다”며 “늦어도 2025년 9월 입학까진 ‘디지털 쉼표’ 조치가 전국적으로 시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스마트폰을 보며 걷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학생들의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늘고 있다. 벨기에 프랑스어권 지역인 왈롱 지역에 위치한 학교들은 지난 9월부터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 조치를 자발적으로 시행 중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올해부터 초등학교와 특수학교 내 스마트기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영국 정부 또한 올해 초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도록 학교에 지침을 내렸으며 하원은 지침을 법률로 제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 금지에 강제력을 부여하겠다는 의도다.

 

미국에서도 조만간 비슷한 움직임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여론의 무게추가 ‘규제’ 방향으로 크게 쏠려있기 때문이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8%는 “중·고생의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심지어 45%는 “강력히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에 찬성 이유 중 1위는 ‘수업 집중력’(91%)이 차지했다. 이 밖에 사회성 향상(70%), 부정행위 근절(50%), 따돌림 등 학교폭력 근절(39%) 등도 이유로 꼽혔다.

 

학생 스마트폰 사용량 월등히 많은 한국, “인권존중” 소수 목소리에 밀려 규제 갈팡질팡

 

그런데 정작 청소년 스마트폰 부작용 수위가 임계치를 훌쩍 넘은 한국은 여전히 학교 내 스마트폰 규제에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총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하루 휴대폰 사용 시간은 평균 4시간43분에 달한다. 프랑스의 2시간48분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 학교에선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에 관대한 편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에 위치한 초·중·고교 1311곳 중 1065곳(81%)은 교내 휴대폰 소지가 가능하다. 전체 학교의 70% 가량인 926곳에선 교내 휴대폰 사용 제한도 없다.

 

▲ 한 지자체에서 실시한 스마트쉼센터. [사진=뉴시스]

 

교육당국이나 학교들이 교내 휴대폰 소지·사용 규제에 소극적인 이유는 최근 폐지된 ‘서울시 학생인권 조례’의 영향 때문이다. 조례에는 ‘학교장과 교사가 학생의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의 소지 및 사용 자체를 금지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었다. 이러한 조례 내용을 근거로 학생들과 여러 단체가 동시에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자 학교 측은 혼란을 우려해 휴대폰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공통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은 집중력 및 체력 저하, 선정적·폭력적 콘텐츠 노출 및 중독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두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성인에 비해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각종 범죄의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아 아이들까지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청소년 도박이나 마약 중독 등이 대표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회 전반에 걸쳐 교육당국과 학교의 전향적인 태도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스마트폰 규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정희 서울시의원은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등 최근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며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세계적 움직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여전히 인권침해 운운하는 목소리가 많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미 교칙에 따라 학생들의 휴대폰 수거는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인권위의 판단이 나온 만큼 교육당국과 학교가 교내 휴대폰 규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휴대폰 과도한 사용이 학생 건강에 유해하다는 게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된 만큼 학생들의 건강권 회복을 위해서라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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