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인 아이폰16 시리즈에 시장과 소비자들 모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혁신기능으로 강조했던 AI 기능이 빠져있어 이전 시리즈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이폰 AI 기능은 내년에야 적용될 예정이며 한국어 지원은 아직 기약조차 없는 상황이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아이폰16, 애플워치10, 에어팟4 등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신제품은 오는 13일부터 사전 예약을 받은 뒤 20일 정식 출시된다. 애플은 처음으로 한국을 아이폰 1차 출시 국가 명단에 올렸다.

행사의 주인공 격인 아이폰16 시리즈의 차별화 요소는 AI다.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신형 아이폰은 처음부터 AI ‘애플 인텔리전스’의 혁신적인 기능을 위해 설계된 첫 제품이다”며 “근본부터 다르게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AI 기능을 위해 애플은 아이폰16에 새로 설계한 A18 칩셋(CPU)을 적용했다. A18 중앙처리장치(CPU)는 아이폰15에 탑재되던 A16보다 30% 빠르고 전력 대비 성능은 30% 개선됐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의 기능 또한 향상됐다. 메모리 사용량이 큰 생성형 AI를 지원하기 위해 D램의 용량도 6GB(기가바이트)에서 8GB로 늘어났다. 아이폰16 프로에 탑재된 칩셋 ‘A18 프로’의 경우 기존 A17 프로와 비교해 CPU가 15%, GPU가 20% 빨라졌다.

새롭게 추가된 하드웨어 기능은 ‘카메라 조작 버튼’이다. 감응식 버튼을 통해 손가락을 버튼 위에서 움직여 확대나 축소를 하거나 촬영 설정 등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신형 아이폰에 대한 국내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다. AI 기능의 부재로 인해 사실상 카메라 조작 버튼을 제외하고는 전작과 차별화 요소를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AI가 없는 아이폰을 구매할 바에는 전작을 싸게 사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이폰16이 성능적 업그레이드도 진행했지만 정작 체감하기 힘들고 전작 시리즈의 성능과 기능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아이폰12를 사용하고 있는 이승준(31) 씨는 “AI 기능 때문에 지난해 아이폰15를 참았는데 정작 중요한 AI 기능이 빠져있다”며 “사실상 전작과 달라진 것이 없고 한국어 AI는 언제 적용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전작을 싸게 구매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전작 모델도 기능은 차고 넘치기에 AI가 없다면 16을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골수 아이폰 유저들 사이에서도 아이폰16을 건너뛰고 아이폰17을 기다리거나 전작인 아이폰15를 싸게 구매하는 것이 좋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3년간 아이폰만 사용한 유재현(32) 씨는 “아마 다음 세대나 돼야지 제대로 된 AI 기능들이 구현될 것이고 17에서 슬림 모델이라는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당장 아이폰이 필요하다면 싸게 전작을 구매하고 기다렸다가 17을 사는 것이 현명한 소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이폰16 시리즈의 칩 성능 개선은 게임체인저가 아니었다”며 “현실은 카메라 컨트롤 버튼이 사실상 유일한 하드웨어 업데이트다”고 평가했다.

애플의 AI 기능은 이르면 내년에 이뤄질 전망이다. 애플은 다음 달 미국에서 애플 인텔리전스의 베타 버전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오는 12월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남아공 등 영어권 국가로 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은 내년부터 지원 국가와 언어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애플은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만 언급했을 뿐 한국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CNN은 “애플은 아이폰12 출시 이후로 소비자들에게 최신 제품을 사야 할 이유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몇 년 동안 점진적 업그레이들 거쳤지만 이로 인해 고객이 수백 달러를 지불할 만큼의 설득력을 갖추진 못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