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지킨 의사에 블랙리스트라니…“생명 살리는 의사 맞나”
환자 지킨 의사에 블랙리스트라니…“생명 살리는 의사 맞나”
[사진=뉴시스]

최근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한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의료계를 향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해당 리스트에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응급실에서 환자들을 지키고 있는 현장 의사들의 휴대전화, 학폭 피해 여부 등 개인 신상정보까지 담겨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 의료계 파업에 대한 부정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공개된 블랙리스트에선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에게 “불륜이 의심된다”, “탈모가 왔다”, “통통하고 정돈되지 않은 머리”, “모자란 행동”, “래디컬 페미니스트” 등의 외모를 비하하는 표현까지 달렸다. 평소보다 환자가 늘어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발생할 수 있는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해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의 명단도 포함됐다.


일례로 경기남부 지역의 핵심 권역응급센터로 불리는 아주대학교는 이미 한계 상황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아주대병원 응급실의 경우 경기 남부지역의 중환자 치료의 거점으로 꼽히는 만큼 의료 공백이 발생할 시 파장이 더욱 커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시민들은 “추석 연휴에 아프지 말자”며 상비약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 누리꾼 모두 환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의사들이 파업을 계속 하고 있는 것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름이 적힌 블랙리스트까지 공개되자 비난함과 동시에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환자 곁을 지키는 의사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 평소보다 환자가 늘어나는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입된 군의관들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누리꾼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한나 씨(26·여)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의사 파업에 안 그래도 급하게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많은데 블랙리스트까지 공개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참담하다”며 “의사라면 당연히 아픈 환자들을 챙기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는데, 아픈 환자들을 챙긴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로 작성해 공개처형하는 모습이 일반 시민의 눈에는 썩 좋아보이는 모습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최은선 씨(27·여)는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질환으로 인해서 가끔 새벽에 응급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의사 파업이 길어질수록 불안한건 사실”이라며 “환자 곁에서 치료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이 자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해당 사안을 두고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레딧 이용객 Aethericseraphim는 “이런 쓸모없는 일은 의료계의 핵심 교리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기억하고 있는 의료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들에게 해를 끼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객인 Galaxy_IPA는 “노조가 단순히 일하는 것만으로 의사들의 개인 정보를 폭로하고 괴롭히면서 그들을 ‘파업 파괴자’라고 부르는 모습은 역겹다”며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모욕감을 주고 있는 이들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국내와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영국에서는 주니어 의사(최대 10년의 경험을 가진 의사)들이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NHS(국민보건서비스)의 새로운 계약 조건에 반대해 파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 10개월 간 이어진 이 파업은 당시 NHS가 제안한 새로운 계약이 근무 시간과 임금 구조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일부 주니어 의사들이 참여했다. 


유럽의 경우 파업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일부 의사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거나 정부 측 입장을 지지하는 경우 ‘배신자’ 또는 ‘피켓 라인을 넘는 사람’(strike-breaker)이라는 부정적인 딱지를 붙이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강한 비난이나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사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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