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미국 부유층 파고든 이마트, 초반 전략은 ‘프리미엄·거리두기’
깐깐한 미국 부유층 파고든 이마트, 초반 전략은 ‘프리미엄·거리두기’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가 미국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홀 푸드(Whole Food) 등 미국 현지 경쟁자가 진출하지 않은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들과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면서 성장 가능성 높은 지역을 선점하려는 전략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뚜렷한 차별성이 없다는 점은 향후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을 위한 필수 해결과제로 지목됐다.

 

미국 부자들 지갑 정조준 한 이마트…프리미엄 신선식품 마켓 사업 잰걸음

 

이마트는 2018년 PK리테일홀딩스를 설립하며 미국 시장 진출에 닻을 올렸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미국 현지 기업인 굿푸드홀딩스(Good Food Holdings)를 인수하며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마트가 집중한 분야는 신선식품이었다. 올해 기준 이마트는 △브리스톨 팜(Bristol Farm) △레이지 에이커스(Lazy Acres) △메트로폴리탄 마켓(Metropolitan Market) △뉴 시즌스 마켓(New Seasons Market) △뉴 리프 커뮤니티 마켓(New Leaf Community Markets) 등 지역별로 각기 다른 브랜드명을 채택해 총 56곳의 프리미엄 신선식품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 이마트는 미국에서 신선식품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은 굿푸드홀딩스의 5개 신선식품 마켓 브랜드 매장. [사진=굿푸드홀딩스]

 

프리미엄 신선식품 마켓은 미국 유통업계에서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가 미국 그로서리 마켓 전체 판매액을 분석한 결과, 2013년 5755억달러(약 792조4640억원)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8848억달러(약 1218조3700억원)까지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으로 대체가 어렵다는 점이 가파른 성장세의 이유로 지목됐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미국인 21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33%만 신선 과일 및 야채를 온라인에서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신선육의 경우 28%로 더 낮았다.

 

미국 신선식품 마켓 분야에서 이마트의 경쟁자로 지목되는 업체는 미국의 대표적인 유기농 신선식품 전문 마트 ‘홀 푸드’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품질과 서비스로 미국 부유층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 현지에선 ‘홀 푸드’를 부촌의 상징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이마트가 ‘홀 푸드’라는 강력한 경쟁자에 맞서 선택한 전략은 ‘적당한 거리 두기’다. 홀 푸드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차곡차곡 영향력을 쌓아가고 있다. 부촌임에도 ‘홀 푸드’의 영향력이 미미한 지역을 찾아 매장을 열고 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일례로 지난해 하반기 오픈한 워싱턴주 벤쿠버 뉴시즌 마켓의 경우 홀 푸드는 물론이고 인근에 경쟁자가 거의 없다. 뉴시즌 마켓이 자리 잡은 벤쿠버는 워싱턴주에서 4번째로 큰 도시다. 미국 정부 공식 데이터 사이트 센서스(Census)에따르면 해당 지역 평균 소득은 중산층 수준인 7만6800달러(약 1억300만원)다. 특히 뉴시즌 마켓 인근에는 평균소득 19만8000달러(약 2억6500만원)에 달하는 펠리다(Felida) 등 부촌이 형성돼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홀 푸드’를 가기 위해서는 컬럼비아강을 건너 오리건주까지 주 자체를 이동해야 하는데 그 길목에 뉴시즌 마켓이 위치해있다.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메트로폴리탄마켓 10호점’도 ‘홀 푸드’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해당 지점은 시애틀 북쪽의 크라운 힐(Crown Hill)에 위치해있다. 가장 가까운 홀 푸드 매장 2곳으로부터 각각 5km 떨어진 곳이다. 대략 양재역에서 한강까지 거리다. 차를 타면 가까운 거리처럼 느껴질 순 있지만 ‘메트로폴리탄마켓 10호점’에서 동쪽에 위치한 ‘홀 푸드’로 가려면 그린 호수와 거대한 5번 고속도로를 지나야 한다. 남쪽의 또 다른 ‘홀 푸드’와의 사이에도 거대한 강이 자리하고 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크라운 힐은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도시인 시애틀의 배드타운이다. 연 평균 가구 소득이 무려 20만7781달러(약 2억8000만원), 중위 소득도 16만달러(약 2억1400만원)에 달한다. 인근에는 로열 헤이츠(Loyal Heights), 그린우드(GreenWood), 발라드(Ballard), 선셋힐(Sunset Hill)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부촌이 자리하고 있다. 해당 지역 인구는 약 8만7000명이다.

 

캘리포이아주 LA에 위치한 ‘레이지 에이커스 로즈 펠리즈점’ 또한 홀 푸드와 다소 거리가 있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로스 펠리즈 서쪽에 자리한 매장에서 가장 가까운 ‘홀 푸드’ 매장과의 거리는 약 5km 가량이다. 매장과 매장 사이에는 실버 레이크도 위치해 있다. 또 북쪽의 ‘홀 푸드’와는 산으로 막혀 있고 서쪽의 ‘홀 푸드’와는 고속도로를 끼고 있다. LA의 살인적인 교통체증을 고려하면 독자적 상권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환경으로 평가된다.

 

로즈 펠리즈는 지역 인구는 3만2000여명으로 거주민들의 연 평균 소득은 7만2000달러(약 1억원)다. 거주민 평균 소득은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북쪽에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고급저택이 즐비한 미국의 대표 부촌 할리우드 랜드가 자리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 영화 관계자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다. 해당 지역 평균 소득은 19만6000달러(약 2억6245만원)에 달한다.

 

“아직은 애매한 개성, 틈새시장 공략 이후 본격적인 경쟁 레이스 고민할 시점”

 

▲ 이마트의 미국 현지 마켓 브랜드들은 각자 내세우는 차별화 전략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신선식품 주력으로 취급하는 뉴 시즌 마켓 내부. [사진=Lrsarchitects]

 

이마트의 미국 브랜드들은 각자 나름의 주무기를 가지고 있다. △브리스톨 팜은 스시 등 레스토랑 수준의 완성 요리 △레이지 에이커스는 수제 빵과 맥주, 와인 △뉴시즌 마켓은 로컬 식재료 △뉴리프는 자선·기부 등을 각각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 소비자들과 동종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특색들만으로는 ‘홀 푸드’와의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 유통업계 관계자는 “각 브랜드가 내세우는 특색이 존재하지만 고객들 입장에서 신선식품에 특화된 마켓으로 밖에 안보인다”며 “결국 비슷한 콘셉트인 홀 푸드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이마트 미국 브랜드들을 홀 푸드와 비교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애틀에 거주하는 피터슨(Peterson·가명) 씨는 “마켓은 훌륭한 음식과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청결하고 잘 정돈돼 있었다”며 “다만 가격이 홀 푸드보다 비쌌고 취급하는 제품들의 품질도 홀 푸드가 조금 더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미국 내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트레이더 조’ 등과 같이 차별화가 필수라고 입으로 모았다. ‘트레이더 조’는 PB상품이 강점인 마켓이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냉동 김밥 역시 ‘트레이더 조’ 작품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꼭 찾아야 하는 매력 포인트가 부족하다면 오프라인 매장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며 “국내 본진을 두고 있는 이마트의 장점을 이용해 한국적 상품을 유통해 차별화를 두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PREMIUM SERVICE
OPINION NOW

사회 각 분야의 유명인과 관련된 디지털 콘텐츠 분석 자료를 제공합니다.
매일 12시(정오)에 업데이트 됩니다.

오피니언 나우 소개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