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명소가 어쩌다…‘원나잇 메카’ 오명에 양양 시민들 ‘울상’
서핑명소가 어쩌다…‘원나잇 메카’ 오명에 양양 시민들 ‘울상’
[사진=뉴시스]

서핑 명소로 유명세를 떨치며 인기 관광지였던 양양이 최근 ‘헌팅 성지’로 변질되면서 서퍼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유흥 문화가 기존 양양의 해양레저 지역 이미지를 퇴색시킨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강원도 글로벌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올여름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의 누적 방문객 수는 750만6009명이다. 이는 지난해 647만 1352명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곳은 강릉으로 지난여름보다 29.2% 늘어난 253만9132명의 피서객을 맞았다. 


그 밖에 △고성 203만9348명 △삼척(78만 4536명) △동해(76만 2602명) △속초(68만 8818명)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양양군만 방문객 수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양양을 찾은 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10% 감소한 69만1160명이다. 1년 만에 6만6400명이 줄어든 것이다. 올해 강원도 여행지 중 양양이 유일하게 피서객이 감소한 것이다.


이후 코로나19 시기 서핑을 즐기려는 젊은 층 유입이 급격히 증가했고,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최근에는 ‘유흥의 성지’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이 같은 인식이 확산하자 자연스레 인구해변, 양양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도 증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양양에 놀러 가면 안 되는 이유', '양양에 이성 친구 보낸 후기', '양양 다녀오면 걸러라'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인구 2만7000명인 양양은 인근에 낚시를 할 수 있는 인구항이 있고, 강릉과 가까워 가족 단위 피서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 이미지로 2010년대 초부터 서핑족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강원의 대표적 해변 도시인 강릉·속초는 물론이고 동해·삼척보다도 한적하고 깨끗하다 평가까지 받아왔었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19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부터 청년층 관광객들이 대거 유입됐다. 이후 서핑보다는 클럽 및 감성주점 등이 들어오면서 더 많은 청년층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청년들로 인해 한때는 ‘서울특별시 양양구 인구동’ 농담까지 나올 정도 였다. 

 

▲ 양양이 유흥으로 유명해지자 기존 서핑 관광객들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양양 유흥가 밤거리 전경. [사진=유튜브 나이트 워커 갈무리]

 

청년 피서객들이 유입된 이후 양양 분위기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핑보다는 ‘유흥 성지’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양양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자연스레 부정적 변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애인이 양양 간다고 하면 헤어져라’, ‘양양 자주 가는 사람과 사귀지 마라’ 등의 글들도 확산했다. 양양이 유흥으로 유명한 만큼 해당 지역에 자주 놀러 가는 사람이 문란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일부 관광객들은 양양에 놀러 왔다는 사실을 숨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SNS)에 해당 지역에 여행을 갔다 온 사진을 올리지 않거나 과거 사진을 정리하는 것이다. 깨끗한 바다와 서핑으로 유명했던 양양이 과도한 유흥 문화로 인해 터부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지역 이미지는 지역 상권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양양에서 서핑숍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영업제한을 피해 서울에서 이쪽으로 많이 넘어와 파티를 즐기면서 문란하다는 인식이 바뀐 것 같다”며 “(서핑)손님이 매년 절반씩 줄고 가게를 접으려 하는 사장님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전엔 하루 500만~600만원 나오기도 했는데, 지금은 100만원도 안 나온다”며 “원나잇하고, 술만 마신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양양 오셔서 즐겁게 서핑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번 부정적으로 잡힌 인식은 개선이 쉽지 않은 만큼 지자체가 이미지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쌓아 올리기는 힘들지만 부정적으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다”며 “그간 쌓아 올린 지역 브랜드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양군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양군 관계자는 “양양에는 가족 단위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해변이 20여 곳이나 있는데, 특정 해변의 부정적 모습만 비쳐 아쉽다”며 “인구해변의 피서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해변을 찾는 세대가 직전보다 다양해졌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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