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유전자치료제 TG-C(이하 인보사)를 앞세워 미국 식품의약품(FDA) 승인 심사에 나선 코오롱티슈진의 최근 미국 내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미국 상류층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 소속된 로비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번 결정이 코오롱티슈진의 FDA 승인에 ‘결정적 한 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보사는 코오롱그룹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선진국 위주로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이 24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치료제 중에는 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가 없다.
인보사가 계획대로 FDA 승인을 받아 시판에 나선다면 코오롱티슈진이 해당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지난달 코오롱티슈진은 미국에서 1000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인보사 3상 환자투약을 마쳤다. 추적 관찰 기간은 2년이지만 코오롱 티슈진은 FDA 승인 준비 작업을 병행해 시판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미국 최고 명문가문 일원 로비스트와 계약…FDA부터 CDC까지 초호화 인맥 자랑
미국 로비자금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올해 코오롱그룹은 2019년 중단했던 미국 정계를 대상으로 한 로비 활동을 5년 만에 다시 시작한 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로비에 투입한 자금 규모는 16만달러(한화 약 2억2000만원)다. 지금까지 투입한 로비 자금 총액보다 많은 수준이다. 코오롱그룹은 2018년 7만달러(약 1억원), 2019년 2만달러(약 2700만원) 등을 각각 로비에 사용했다. 올해 투입한 모든 로비 자금은 코오롱티슈진 이름으로 집행됐다.
금액보다 더 눈길을 끄는 부문은 로비스트다. 코오롱그룹은 올해 리빙스톤 그룹(Livingston Group)과 로비 계약을 맺었다. 해당 그룹 내에서 코오롱그룹 로비 대행을 맡은 로비스트는 총 3명으로 이들 중 2명은 전관예우를 받는 회전문(Revolving) 로비스트다. 회전문 로비스트는 정부기관이나 보좌관 등으로 일했던 경력을 지닌 전문가들로 일반 로비스트에 비해 탄탄한 인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에서는 코오롱그룹 로비 업무를 대행하는 인물들을 두고 ‘다른 회전문 로비스트와는 격이 다른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다. 우선 ‘로버트 L 리빙스턴(Robert L Livingston)’은 리빙스턴 그룹 창립자이자 하원의원 출신이다. 리빙스턴은 루이지애나주 하원의원이자 하원 예산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이력을 지녔다. 대부분의 회전문 로비스트는 보좌관이나 기관 출신으로 의원 출신은 상당히 드문 편이다.
이력만큼이나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리빙스턴의 배경이다. 리빙스턴이 속한 가문은 오랜 기간 미국 정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 루즈벨트, 부시, 해밀턴 등 미국 정가를 주름잡는 가문들과 혼맥 관계로 연결돼 있어 호화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리빙스턴은 소위 말하는 ‘정치 금수저’인 셈이다.
코오롱그룹의 로비 업무를 대행하는 또 다른 로비스트인 ‘J 알렌 마틴’ 역시 주목할 만한 배경을 지녔다. 리빙스톤의 수석보좌관 출신인 그는 헬스케어 및 제약 전문 로비스트로 미국 내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리빙스톤그룹 역시 헬스케어 및 제약을 자사의 전문 분야로 내세우고 있다. 스스로 △FDA △미국 보건복지부(HHS) △공공의료보험기관(CMS) △보건자원행정당국(HRS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립보건원(NIH) 등 미연방 보건당국과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꼽고 있다.
코오롱그룹 총수 이웅렬의 ‘아픈 손가락’ 인보사, 20년 숙원사업 결실에 초미 관심
인보사는 코오롱그룹 총수인 이웅렬 회장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린다. FDA 심사 단계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탓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를 개발한 후 2006년 미국에서 처음 임상 1상을 시작해 2010년 임상 2상, 2014년 임상 3상에 진입할 때까지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었다. 그러나 2019년 임상 3상 진행과정 중 다른 세포가 섞여있는 것을 발견해 자발적으로 FDA에 보고했으나 임상 보류 결정을 받았다. 15년 가까운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당시 코오롱티슈진은 FDA에 세포의 기원을 잘못 적시한 것은 맞지만 세포가 바뀌거나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내용의 자료를 보내 소명했다. 그렇게 1년여 간 FDA 조사를 받은 후에야 2020년 인보사 미국 임상 3상을 재개할 수 있었다. 소명 과정을 거치면서 당초 계획했던 FDA 승인 완료 시점도 늦출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약·바이오업계 안팎에선 이번에 미국 현지에서 제약·바이오 분야 로비 성과로 명성이 높은 업체와 계약한 것을 두고 ‘인보사의 FDA 승인에 사활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미 코오롱티슈진 인보사는 계획보다 한참 늦어진 상황이다”며 “골관절염 치료제 후발주자들이 생겨난 만큼 다가오는 FDA 승인을 확실히 받기 위해 로비에도 힘을 쏟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그룹은 FDA 승인을 낙관하며 당초 늦춰진 시판 계획을 앞당기기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5일 코오롱바이오텍은 코오롱티슈진, 코오롱생명과학과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TG-C)’ 대량 생산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공정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상업화 이후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총 계약 규모는 약 92억원으로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이 각각 75%(69억원), 25%(23)억원을 부담한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미국 임상 2상 결과가 좋은 만큼 임상 3상 성공 가능성 또한 매우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오랜 기간 코오롱티슈진을 신뢰하고 기다려 준 고객들과 주주들에게 우수한 성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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