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시장에서 ‘K-푸드’ 열풍을 주도하는 CJ그룹의 성공 뒤에는 로비 전문기업 BGR그룹의 활약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GR그룹은 CJ그룹이 식품 사업으로 미국에 첫 발을 디딜 때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함께 해 온 핵심 파트너다. 공장 인·허가부터 까다로운 식품유통 규제까지 CJ그룹의 미국 식품 사업 곳곳에 이들의 손길이 닿았다.
미국은 CJ그룹 식품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이재현 CJ그룹 대표이사 회장은 오래 전부터 미국을 글로벌 영토 확장의 핵심 거점으로 지목하며 꾸준히 공을 들여 왔다. 덕분에 CJ그룹 식품 사업은 미국 시장에 무사히 연착륙할 수 있었고 지금은 식품 사업 전체 실적의 40% 가량을 미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매출액은 약 4조3807억원에 달했다.
미국 최고 로비기업 BGR그룹 VIP고객…대표까지 직접 나서 CJ그룹 위해 동분서주
미국 로비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올해 1분기 CJ그룹은 미국 대관 업무에 10만달러(약 1억3800만원)를 사용했다. 매 분기 똑같은 예산을 편성해온 행보를 고려하면 올해 CJ그룹 미국 대관 비용은 40만달러(약 5억5000만원)로 추산된다. 최대 규모의 로비 자금을 사용한 지난해와 같은 금액이다. 국내에서 로비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미국에서는 합법적인 사업 수단으로 인정받는다.
CJ그룹의 최근 3년 간 로비 예산은 △2021년 30만달러(약 4억1580만원) △2022년 32만달러(약 4억4000만원) △40만달러 (약 5억5500만원)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아직까진 다른 대기업에 비해 적은 수준이긴 하지만 보조금, 수출규제 등 사업에 도움이 되거나 차질을 빚을만한 특별한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로비 예산을 꾸준히 늘린 점이 주목된다. 더욱이 예산 규모는 작지만 로비 관련 업무를 더욱 체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보폭 확대 가능성에도 힘을 싣고 있다.
당장 파트너부터 예사롭지 않다. CJ그룹 로비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곳은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BGR그룹이다. 이들은 CJ그룹이 미국 로비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관련 업무를 대행해 준 곳이다. BGR그룹 내에는 CJ그룹 전담팀이 따로 존재한다. 이 팀의 가장 큰 특징은 멤버 전원이 회전문(Revolving) 로비스트란 점이다. 회전문 로비스트는 정·관에서 일해본 경력자들로 일반 로비스트들에 비해 인맥이 넓고 전문성도 깊다. 일부 영향력이 높은 회전문 로비스트는 규제안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정·관계 입김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의 미국 로비 업무를 담당하는 로비스트는 △3명의 미국 상원의원 핵심 고문 및 백악관 입법팀 수석 경력의 조셉 라이(Joseph Lai) BGR그룹 수석 △미국 민주당 캠페인 예산 모집책이자 힐러리 클린턴 재정 책임자로 경력을 지닌 민주당 전문 로비스트 조나단 맨츠(Jonathan Mantz) △BGR그룹 대표이자 화물 운송 인프라 전문가인 어스킨 웰스(Erskine Wells) 등이 있다. 이들 외에 로비스트들은 각각 상업, 재무, 건강, 무역 부문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BGR그룹은 현재 188개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다. 그 중 전담팀을 구성하고 사장과 대표까지 직접 로비 업무를 봐주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덕분에 CJ그룹 로비 범위는 2021년 미국 무역대표부 1개에서 백악관까지 확장된 상태다. 현재 CJ그룹은 미국 농무부, 상무부, 국무부, 국가안전보장회의, 미국 무역대표부, 백악관 등 총 6개 기관을 대상으로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美 동·서·남·북 생산기지에 중앙 물류센터 일사천리 진행…“깐깐한 규제 이겨낸 능력 대단”
BGR그룹의 가장 대표적인 성과로는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사우스 다코타 주정부의 지원을 받아 수폴스에 생산기지 부지를 확정한 것이 꼽힌다. 앞서 CJ제일제당은 미국 자회사 슈완스(Schwan’s)를 통해 사우스다코다주 수폴스(Sioux Falls)에 투자를 최종결정했다. 약 57만5000㎡ 규모의 부지 위에 축구장 9배 수준인 6만5000㎡ 규모의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의 미국 현지 공장 중 최대 규모다.
현재 CJ제일제당은 미국 서부(캘리포니아), 동부(뉴욕·뉴저지), 남부(텍사스) 등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미국 북부 및 중부 지역 생산을 책임질 사우스다코다주 공장이 완공되면 미국 전역에 생산 라인을 갖추는 셈이다. CJ제일제당은 해당 공장 건립을 위해 투입하는 정확한 자금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한화 약 5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해당 공장 건립 이후 약 600여 개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예상돼 주정부 역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공 예정 시기는 2025년 하반기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정중앙에 자리한 캔자스주에 대규모 콜드체인 물류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해당 물류센터는 2만7034㎡ 규모로 2025년 3분기 운영이 목표다. CJ제일제당 측은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미국 전역 85% 지역에 이틀 내 운송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지역은 고속도로는 물론 대규모 화물철도 회사인 BNSF의 대륙횡단선이 관통해 장거리 운송에 용이하다. 사우스다코다 공장과 켄자스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CJ제일제당 미국 전역에 식품 생산·유통망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첨단산업도 아닌 식품산업을 내세워 단기간에 생산라인과 유통망을 미국 전역에 구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한다. 반도체, 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의 경우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지원까지 할 정도로 후한 편이지만 식품과 같은 전통 산업은 미국 내에도 충분히 많기 때문에 규제 또한 까다롭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K-푸드 인기가 크게 증가했다고 하지만 공장 설립과 유통망 구축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며 “특히 식품 관련 규제는 유독 까다롭기 마련인데 장애물들을 해결해 나가는 CJ그룹의 추진력과 능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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