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선출을 위한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또 다시 ‘대통령과의 관계’가 경쟁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당 대표 후보에 도전장을 던진 후보들 간에 신경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배신의 정치’ 운운하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여론 안팎에선 “한심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20·30 청년세대 사이에선 “보수정당에서 멀어지게 된 결정적 이유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주목된다. 옳고 그름을 따르지 않고 무조건 내 편을 감싸지 않으면 배신으로 몰아가는 행위가 구태 정치의 표본이며 이러한 행태 때문에 보수정당을 외면하게 된다는 게 대다수 청년세대의 반응이다.
“배신의 정치” vs “상식적 소통” 국민의힘 내홍에 ‘탄핵 악몽’ 재현 우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른바 ‘김건희 문자’를 둘러싼 배신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 쟁점은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당시 ‘명품백’ 수수 논란에 휩싸인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태 수습 방안을 담은 5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를 한 후보가 묵살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친윤계(친윤석열)로 분류되는 당 대표 후보와 당내 의원들은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 요청을 한 후보가 묵살했는데 이는 엄연히 당을 배신한 행위이자 대통령을 배신한 행위다”고 공세를 가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친윤계 원외인사들은 한 후보의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과거 이준석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한 후보를 겨냥한 윤리위원회 제소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 후보 측은 “(총선 전)공식 채널을 통해서 사과해야 되지 않겠냐는 의사를 (대통령실에) 수차례 전달했다”며 “당과 대통령실과의 소통은 그렇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월에 발생한 일이 6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 다시 소환되는게 의아스럽다”며 “전당대회에 개입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당 안팎에선 전당대회를 앞두고 불거진 ‘김건희 문자’ 논란과 이를 둘러싼 당내 내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보수정당 내에서 배신 운운하며 계파 간 갈등을 벌인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지적과 동시에 배신 운운하는 갈등 이후엔 늘 당의 존폐를 위협할만한 위기가 뒤따랐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당 내부에서도 “이쯤이면 경쟁이 아닌 자해” “다음 선거는 치르지 않을 심산인가” 등의 우려 섞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총선참패 이후 당이 똘똘 뭉쳐 다시 국민의 신임을 받기에도 바쁜 와중에 오히려 비호감 정당으로 완전히 찍히게 생겼다”며 “그동안 ‘배신의 정치’ 운운하면서 계파 간 갈등이 벌어진 적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그 때마다 필연적으로 나왔던 결과는 당의 존폐를 위협할만한 위기였다”고 우려했다. 이어 “당장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탄핵 때만 봐도 지금과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했다”고 강조했다.
“자유·민주 좋지만 보수정치는 싫다”…국민정서 괴리된 보수정당 ‘배신’ 단어 사용법
특히 20·30 청년세대 사이에선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만한 반응이 나와 주목된다. 당내 갈등의 본질이자 사태의 핵심인 ‘배신’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보수진영에서 말하는 배신의 개념이 국민 정서와 크게 동 떨어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내 편이라고 감싸는 방식만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국민 눈엔 구태에 가까운 ‘패거리 정치’로 비춰진다는 지적이다.
한 청년 정치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내 편을 감싸야 하고 무조건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논리는 시대에 한참 뒤처진 인식이다”며 “배신은 개인의 이익만을 좇으며 줏대 없는 언행을 일삼는 게 배신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국민 정서까지 고려한 결정이라면 누구든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배신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고 눈을 감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고 부연했다.
자신을 여당 지지자라고 밝힌 직장인 김상진 씨(44·남·가명)는 “보수 지지층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도 어떤 사안에 있어 내부의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면 곧장 배신자니 뭐니 하면서 공격을 당한다”며 “보수진영 특유의 패거리 문화인데 이런 것 때문에 예전부터 당 내에서도 누가 잘못을 해도 쉬쉬하고 덮기 바빴고 특히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인물과 관련된 사안일 땐 눈에 띄기 위해 오히려 편까지 들어줬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대가 바뀌면 정치도 정당도 전부 바뀌어야 한다”며 “서로 감싸기 급급한 패거리 정치 대신 어떤 게 옳고 그른지, 또 어떤 게 민심에 부합하는지를 먼저 고민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효율과 합리를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보수 정당이라면 더더욱 패거리 정신에 기반한 ‘배신의 정치’와는 단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과거와 달리 요즘 유권자들이 정당이나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공정과 정의에 기반한 합리적 사고와 판단력을 지녔는가,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등 딱 두 가지 뿐이다”며 “지난 대선에선 집값폭등 등 후자의 문제 때문에 정권이 교체됐고 이번 총선에선 연판장 사태 등 전자의 문제 때문에 보수 정당이 외면을 받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요즘 젊은세대가 생각하는 합리적 사고와 판단력은 내 편이면 옳다 식의 패거리 정치를 멀리하고 보편적 상식에 기반해 옳고 그름을 따져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핵심이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또 다시 ‘배신의 정치’ 운운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런 구태에 가까운 행동이야 말로 스스로 국민으로부터 멀어지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