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지겹다” 친윤·친명 도돌이표에 ‘국민 왕따’ 전락한 K-정치
“이젠 지겹다” 친윤·친명 도돌이표에 ‘국민 왕따’ 전락한 K-정치

정치권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주요 정당의 전당대회(신임 지도부 선출)를 앞두고 여론 안팎에선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통상 향후 정치권의 행보나 정치 지형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되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과거와 달리 오히려 정치 무관심이 더욱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정치 구도 변화의 기대감을 없애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차기 지도부 선출작업 돌입한 여·야, 친명·친윤 득세 기류에 ‘새판짜기’ 취지 무색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최다 의석수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모두 새로운 지도부 선출 준비가 한창이다. 민주당은 26일 전국당원대회준비위원회를 공식 출범하고 본격적인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상태인 국민의힘은 별도의 조직을 마련하지 않고 곧장 준비에 돌입해 후보등록까지 마친 상태다. 민주당은 8월 18일, 국민의힘은 7월 23일 각각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직 전당대회를 치르기 전이지만 두 정당 모두 어느 정도 차기지도부의 윤곽은 드러난 상황이다. 민주당의 경우 기존의 이재명 전 당대표 중심의 지배체제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전 대표 역시 지난 24일 당대표 사퇴 의사를 밝히며 연임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당대표 후보자는 후보자 등록 전까지 지역위원장을 제외한 모든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

 

▲ 야당의 국회 상임위원회 강제 배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사진=뉴시스]

 

당 내부의 분위기는 이재명 당 대표로 완전히 기운 형국이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또대명(또 당대표는 이재명)’ 등의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으며 단독 입후보 가능성과 더불어 ‘사실상의 추대’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차기 지도부 합류에 도전하는 최고위원 후보들 역시 이 전 대표와의 친분을 강조하기 바쁜 모습이다. 그 과정에서 몇몇 인사는 과도한 충성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처럼 ‘1인 독주’ 체제는 아니지만 당대표 후보자들 면면의 성향이나 내세우는 지향점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소수의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하나 같이 ‘친윤(친윤석열)’ 성향으로 기울고 있다. 일찌감치 친윤 성향으로 분류됐던 후보들 또한 더욱 노골적으로 바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체 국민 지지율은 30%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당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결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당원 여론조사 80%,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 비중으로 치러진다.

 

당대표에 도전장을 던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반윤’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가 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탈당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위원장의 관계는 바닥이다”며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된다면 대통령 탈당도 배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친윤’ 성향으로 분류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법에서 이뤄져야 할 정의가 지연되거나 정책화되면서 특검이라는 비정상적 방법으로 정쟁화되고 있다”며 법무장관 출신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에둘러 저격했다.

 

이재명 vs 윤석열 경쟁 구도에 임계치 다다른 국민 피로감, 정치 무관심 확대 가능성

 

거대 정당의 차기 당권 경쟁이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쪽으로 기우는 상황이 연출되자 여론 안팎에선 부정적 반응이 들끓고 있다. 이 전 대표와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맞붙은 이후에도 ‘이재명 vs 윤석열’ 정치 구도가 지속되면서 정치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는데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된다면 아예 정치에서 관심을 끊겠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대감이 사라진 만큼 정치적 무관심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 해병대원 순직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청년당원들. [사진=뉴시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다는 장상훈 씨(56·남·가명)는 “보수 정당 지지자로서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난 대선 이후 정치판을 보면서 회의감을 많이 느꼈다”며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친명’과 ‘친윤’ 등으로 나뉘어 대리전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피로감이 쌓였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출범할 새 지도부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정신적 고통 방치 차원에서라도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끊을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전 대표를 찍었다는 김성윤 씨(48·남·가명)는 “대선 이후 2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정치는 실종되고 이재명·윤석열 두 사람의 대결만 남았다”며 “그 결과 민생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는데 지금까지 상황만 봤을 땐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마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의 인내심이 극에 달해 종국엔 폭발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기관 결로 약간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무당층 비율은 꾸준히 20% 후반에서 30% 후반 수준을 맴돌았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무당층 비율은 27% 수준이었다. 무당층의 사전적 의미는 지지 정당이 없다는 뜻이지만 사실상 정치 무관심층으로 평가된다. 국민 3명 중 1명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의미다.

 

국회 관계자는 “대선 이후 여·야 간에 대립 구도가 심화되면서 무당층을 자처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며 “무당층은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의미보단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에 결국 정쟁이 심화될수록 정치에서 멀어지는 국민이 늘어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 무관심이 커질 경우 정치가 통제불능의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각종 병폐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어느 정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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