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서울 집값에 경기도로 이주하는 ‘탈서울’ 행렬이 늘고 있다. 경기도로 떠나는 대다수는 30·40세대의 신(新)부모세대다. 왕복 3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을 감내하면서도 이들이 경기도로 향하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주거비 부담과 더불어 자녀 양육·교육비도 만만치 않다 보니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서울을 벗어나야만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젊은 부모들이 떠난 서울을 지키는 것은 60·70세대의 조부모들이다.
서울 떠나는 30·40세대 “전세 연장마다 1~2억씩 오르니 버텨낼 재간이 없네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4월 국내 인구이동 결과’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내 4710명이 서울을 떠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4% 가까이 늘었다. 반면 경기도 인구는 1만8908명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수준이다. 인천 인구 역시 전년 대비 25% 증가한 1만2303명을 기록했다. 기존에 서울에 거주했던 이들이 경기·인천으로 떠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다.
서울에 거주하던 사람이 거주 목적으로 경기권 아파트를 구매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7~11월) 서울 거주자가 경기권 아파트를 사들인 건수는 5838건으로 전년 동기(2334건) 대비 2.5배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인천 역시 540건에서 841건으로 1.5배 증가했다. 높아진 서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그나마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인천 아파트로 떠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서울 집값은 갈수록 비싸지는 추세다. 26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11억7914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11월(10억3810만원)에 비해 7개월 새 1억4000만원이나 올랐다. 자치구 별로는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서초구는 1월 22억216만원에서 지난달 25억9141만원으로 4개월 만에 약 4억원이 올랐다.
업무지구와 가까워 직장인 수요가 높은 마포구(11억8177만원➞13억1885만원) ▲동작구(8억8524만원➞11억3828만원) ▲양천구(9억7799만원➞11억1091만원) 등도 매매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전세시세 역시 만만치 않다. 26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가격은 6억477만원이었다. 경기도 아파트 평균 매매(5억4538만원)가 보다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30·40 직장인들 사이에선 직장과 다소 거리가 있더라도 경기도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게 심리적·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 특히 고금리로 인해 전세대출 금리마저 크게 오른 이후에는 차라리 ‘마음 편하게 내 집에 살자’는 분위기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직장인 이현수 씨(37·남) “그동안 계속 서울의 전셋집을 전전하다 이번에 아예 부천에 집을 사서 이사했다”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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