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한국가요” 알리·테무 가입 후 스팸·계정도용 기승
“오빠, 한국가요” 알리·테무 가입 후 스팸·계정도용 기승

최저가를 앞세워 국내 온라인쇼핑 업계에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국발 e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테무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부터 발암물질 검출 등 불미스런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알리·테무에 회원가입한 이후 발생하고 있는 피해를 앞다퉈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다수 소비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다. 생전 받지 않았던 스팸문자나 계정도용 피해 등이 공교롭게도 알리·테무 가입 이후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약 두 달 전 테무에 가입했다는 박미정(37·여) 씨는 “주변에서 알리깡, 테무깡이라 부를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얘길 듣고 회원가입을 했는데, 이후 하루에 수십건씩 스팸문자가 쏟아졌다”며 “예전엔 대출이나 주식광고가 가끔씩 왔다면 테무 회원가입 이후엔 ‘국제발신’ 스팸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실제 박 씨가 받았다는 스팸문자 메시지 내역을 살펴보면 모두 해외에서 보낸 ‘국제발신’이 주를 이뤘다. 한 스팸문자 내용엔 “오빠, 저는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너의 연락처를 잊어버린 채. 제 것을 추가해 주세요”라고 적혀있다. 메시지 말미엔 라인 아이디를 적어놓고 친구로 추가해달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 중국의 이커머스 알리·테무 회원가입 이후 스팸문자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국제발신 스팸문자. ⓒ르데스크

 

또 다른 메시지에는 “나는 10일에 한국에 갈 예정인데 데리러와줄 수 있어? 이전 계정과 연락이 되지 않으니 새 계정을 추가해주세요”라고 적혀있다. 마치 예전부터 알던 친한 지인인 것처럼 메시지를 보냈고, 메시지 말미에는 라인 아이디를 적어놓고 친구로 추가해달라는 요구가 공통적으로 담겼다.

 

메시지엔 반말과 존댓말이 섞여져 있어 외국인이 번역을 통해 한글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팸문자에 담긴 메신저 라인은 국내에선 잘쓰이지 않는 모바일 메신저다. 주로 일본과 동남아 국가에서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스팸문자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지고 있다. 스팸문자의 발신번호가 매번 다르다보니 스팸 신고를 하고 번호를 차단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1~2시간 사이 3번꼴로 스팸이 쏟아지다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씨는 “스팸 문자가 매번 다른 번호로 쏟아지다보니 스팸신고나 차단도 의미가 없다”며 “예전엔 스마트폰 배터리를 한 번 충전하고 나면 하루 정도는 충분히 쓸 수 있었는데, 스팸문자 폭탄을 받게된 이후엔 반나절이면 충전해야할 정도다”고 토로했다.

 

알리·테무 가입 이후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출을 빙자해 돈을 요구하는 듯한 메일이 오거나 온라인 게임 플랫폼에서 계정정보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접속되고 있다는 해킹 피해도 수두룩하다. 해킹을 시도하는 사람의 IP주소가 국내가 아닌 해외. 그것도 중국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직장인 고정환 씨(31) 씨는 “평소 이메일을 잘 보지 않아 몰랐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누군가가 내 ‘스팀’ 계정으로 로그인 시도를 수차례 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며 “새로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계정 접속이 이뤄졌다고 스팀에서 알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접속을 시도한 IP주소의 국가가 China(중국)로 기록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 씨 역시 계정도용 피해를 입게 된 날짜가 테무에 가입한 이후라고 지적했다. 이어폰을 저렴하게 판다는 테무의 광고를 보고 회원가입했지만, 정작 광고했던 가격에 제품을 사려면 주변 지인들에게 회원가입을 독려하는 등 추천인을 여러명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상품 구매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테무에 회원가입한 이후 이러한 계정도용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중국발 이커머스 플랫폼인 알리·테무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된다.


▲ 계정도용 피해를 입은 소비자 상당수가 중국발 IP를 진원지로 지목했다. 사진은 중국에서 접속한 계정도용 시도 모습. ⓒ르데스크

 

알리·테무 회원가입 시 개인정보 관련 독소조항 ‘한가득’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쇼핑 플랫폼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에는 회원가입할 때 의무적으로 동의해야 하는 약관이 독소조항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이용자로부터 개인정보 제공을 강제로 동의받은 뒤 상품 구매와 관계없는 사생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주권에 따르면 알리는 플랫폼에 방문하는 이용자의 검색 활동에 대한 세부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IP주소, 기기 유형, 고유식별번호, 위치, 브라우저, 운영체제, 이용자가 이용한 플랫폼, 이용자의 상호작용에 대한 정보까지 자동으로 수집한다.

 

테무는 이용자의 장치 데이터를 통해 기기에 대한 특정 정보를 수집하고 서비스 사용 정보에서 조회한 페이지, 머문 시간, 해당 페이지로 이어지는 출처, 이용자의 위치 데이터를 수집한다. 상품구매나 검색 활동을 위해 알리·테무의 플랫폼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용자의 모든 정보가 수집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실제 알리의 개인정보처리방침 B항을 살펴보면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이용자의 사전동의가 있는 경우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테무 역시 개인정보처리방침에서 계약 또는 정책 시행, 테무‧사용자 및 타인의 권리‧재산 및 안전의 보호, 실제 또는 의심되는 사기, 테무 이용약관 위반, 기타 불법 활동, 보안에 대한 문제를 감지, 방지, 해결하기 위해, 또는 ‘법률이 요구’하는 경우, 기타 당사자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적었다.

 

사실상 국내 소비자가 회원가입할 때 의무적으로 동의한 사실을 근거로 소비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정당화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기업이나 금융사의 경우 소비자 개인정보가 다른 계열사로 이전되거나 공유될 경우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소비자에게 공지하는 것과 달리 중국 이커머스는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이유가 특정되지 않아 불명확한 데다 공유하는 개인정보 범위에 제한이 없다보니 국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이용자 의사에 반한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 불공정약관조항은 계약 내용으로 삼아선 안되는데 알리·테무는 포괄적으로 부당 약관을 넣어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를 외면하고 있다”며 “알리·테무는 개인정보처리 방침 일부 조항에 대한 즉각적인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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