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5억 도둑맞고 11억 찾았는데 ‘슬픔·분노·책임’ 없는 우리금융
735억 도둑맞고 11억 찾았는데 ‘슬픔·분노·책임’ 없는 우리금융

최근 우리금융그룹 지배구조의 대대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재작년 700억원대 횡령 사건에 이어 최근 100억원대의 횡령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한 데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 ‘주인이 없는 회사’나 다름없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은 탓이다. 특히 수차례의 횡령 사건으로 피해액만 무려 735억원이 발생했는데도 회수율은 불과 11억원(1.5%) 수준에 불과해 지배구조 개선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횡령액 압도적 1위에 ‘횡령은행’ 오명…민영화 급급한 행보에 ‘주인 없는 회사’ 전락

 

2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금융업권별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4년 이달까지 약 6년 동안 발생한 은행권의 횡령액은 총 1533억2800만원이었다. 이 중 우리은행의 횡령액 규모는 734억9120만원으로 국내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번 집계에는 최근 발생한 우리은행 100억원대 규모의 횡령은 포함되지 않아 우리은행의 횡력액 규모와 전체 횡력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앞서 11일 우리은행에서는 100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우리은행 경남 김해 영업점 대리 A씨는 올해 초부터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 등으로 100억원 상당의 고객 대출금을 빼돌린 후 해외 선물 등에 투자했다. 우리은행의 횡령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4월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 B씨는 712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우리은행은 7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횡령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해 7월 다급하게 내부감시 체제를 강화했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횡령 사건은 ‘개인의 일탈’로 치부되기 마련이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부실한 내부감시 체제 역시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은행은 감사조직의 컨트롤타워인 ‘검사본부’를 신설하고 산하에 검사총괄부와 본부감사부를 배치했다. 영업본부 소속 준법감시인력을 소속장급으로 전담 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부감시 체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 다시 1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하자 금융권 안팎에선 또 다른 이유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바로 책임소지가 미약한 불안한 지배구조다. 금융소비자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IMF외환위기 당시 13조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을 수혈 받으며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소유하게 된 지분 매각을 시도했다.

 

약 20여년에 걸쳐 무려 7차례나 되는 블록세일(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해 놓고 특정 주체에게 일정 지분을 묶어 일괄 매각하는 지분 매각방식)을 시도했고 과점주주 체제까지 도입했다. 2017년 정부는 기존에 보유했던 지분 29.7%를 7개 과점주주에 매각하면서 우리은행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다. 과점주주 지배체제는 경영권을 독점적으로 쥔 주주가 없으며 지분율 기준으로 상위 3대 주주의 주식을 모두 합쳤을 때만 10%를 넘어서는 지배구조를 뜻한다.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문제는 이러한 과점주주 체계의 경우 소유권이 고루 분산돼 있다 보니 의사 결정이나 경영 실패의 책임 또한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대표성을 띌 만한 주체가 없다 보니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리기가 애매한 구조다. 더욱이 기업의 피해나 손실도 골고루 분산되는 구조다 보니 개선 노력 또한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다. 여전히 주인이 없는 회사로 봐도 무방하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소비자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민연금이나 재일교포 단체 등 실체가 명확한 타 금융지주와 달리 우리금융은 민영화 시도 과정에서 딱히 누군가를 지목해서 책임을 물리기 애매한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사실상 주인이 없는 회사나 다름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크게 피해를 입는 사람도, 또 직접 나서서 바로 잡을 사람도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횡령 사고는 개인의 일탈문제가 크긴 하지만 모든 은행에서 피해금액과 빈도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 자체의 책임 소재도 분명히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할 경우 크게 피해 입는 사람도, 확실하게 책임을 지는 사람도 전부 없기 때문에 같은 상황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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