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문제는 9억 이하 집 실종” 신혼부부 울리는 신생아특례대출
“진짜 문제는 9억 이하 집 실종” 신혼부부 울리는 신생아특례대출

정부가 올해 초 시행된 신생아 특례대출 부부 합산 소득 요건을 기존 1억3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확대한다. 1인당 연봉 1억2000만원이 넘는 수준으로 사실상 소득 제한 폐지나 다름없는 조치다. 출산율 하락의 주된 원인인 주택구매 부담을 낮춰 궁극적으로 출산율 상승을 이끌어내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다만 정책 수혜의 대상자인 청년세대 사이에선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주목된다. 현실적으로 서울·수도권에서 정부가 대출을 허용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기 쉽지 않은데다 수요가 몰리는 9억원 이하 아파트까지 시세가 올라 전체 부동산 평균 시세를 밀어올리는 이른바 ‘집값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부동산 부양책 불과한 주택가액규제…서울·수도권에 9억원 이하로 살 만한 집이 어딨나”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통해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장인 윤 대통령이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지난해 3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1년 3개월여 만에 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이날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며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 서울 시내 한 산부인과 병원 전경. [사진=뉴시스]

 

동시에 정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내용은 신생아 특례대출 기준 완화였다. 정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아이를 가지는 부부의 합산 소득이 2억5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최대 5억원까지 부동산 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다. 대출금리는 소득·대출만기별로 1.2~3.3%로 1%대의 저금리 대출이 가능해진다. 만약 대출을 받는 도중, 아이가 더 생기면 1명당 금리는 0.4%p 추가 인하된다.

 

정부가 설정한 2억5000만원의 소득요건은 기존에 비해 2배 가까이 뛴 금액이다. 그동안 소득 요건이 너무 낮아 사실상 정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대출 요건 완화로 고소득 맞벌이 부부도 최대 5억원까지 저금리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서울 9억원 이하의 아파트 매물들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매매가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가 신생아 특례대출 구입자금 대상 주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울·수도권에서 매매가 9억원 이하를 찾아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서울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소득 요건 완화 이전에도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행되기 전인 1월 1416건에서 5월에는 1802건으로 늘었다. 특히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강북 지역에서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반해 수요가 급증하자 9억원 이하의 주택은 갈수록 줄고 있다. 일례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의 9억원 이하 아파트 가구 매물 비율은 올해 초 56.7%(1만6321가구)에서 6월 54.1%(1만5604가구)로 700가구 넘게 감소했다. 시세 상승이 주된 원인이다. 올해 1월 전용면적 84㎡ 기준 8억9000만원에 거래되던 은평구 응암동의 ‘백련산파크자이’는 지난달 9억5000만까지 치솟으며 4개월 만에 6000만원 올랐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해당 통계가 소득 기준 완화가 적용되기 전에 작성됐음을 감안할 때 향후 10억원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시장 전체의 가격 인플레이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수도권 내에 9억원 이하의 아파트 수가 적다 보니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고 결국 아래서부터 가격을 밀어 올려 전체 주택 부동산의 시세가 오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5000만원이다.

 

LG그룹 계열사 중 한 곳에 재직 중인 직장인 최치훈 씨(33·남)는 “사내커플로 만난 아내와 함께 신생아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집을 알아보니 9억원 이하 아파트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며 “9억원 이하의 집을 구하려면 경기도 중에서도 비인기 지역으로 가야한다는데 직장 위치와 보육 환경 등을 생각하면 도저히 내키지 않아 결국 집을 사는 것을 포기하고 전세계약을 연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동료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요즘엔 그나마 남아 있던 서울 내 9억원 이하의 집도 다 올랐다는 소리가 많았다”고 부연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만을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양육·교육 환경 등 다양한 인프라 확대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신생아 특례대출은 저금리 특혜를 주는 정책으로 부동산 수요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수혜 대상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주택 가액 기준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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