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에 푹 빠진 남자들 “비비·컬러립밤 기본, 월 5만원 이상 써요”
화장에 푹 빠진 남자들 “비비·컬러립밤 기본, 월 5만원 이상 써요”

화장하는 남성을 일상 속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이른바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뷰티업계에선 남성을 위한 브랜드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그간 스킨과 로션 등 기초 피부관리에 그쳤던 남성 뷰티제품에 색조까지 더해지면서 말그대로 남성과 여성을 나누는 경계 또한 모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뷰티 플랫폼 ‘화해’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남성 색조 화장품 상품 조회수는 19만4317건으로 전년 대비 2.6배 증가했다. 지난 2020년(1만1877건)과 비교하면 16.4배나 급증한 수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화장하는 남성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단기간 사회적 인식 변화가 이뤄진 셈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남여공용을 의미하는 ‘유니섹스’나 남성이 여성 스타일을, 여성이 남성 스타일을 추구하는 ‘젠더리스’는 이미 한물 간 트렌드다”며 “요즘 1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 개성을 표현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조사한 ‘남성 그루밍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40대 사이 남성 10명 중 8명은 평소 피부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눈썹 문신나 눈썹 정리 같은 눈썹 관리를 하는 남성도 10명 중 4명에 달했다. 20대 남성 중 23%는 BB크림을 비롯한 피부 색조 화장품을 사용하고, 17%는 틴트와 컬러 립밤 같은 입술 색조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안 하면 어색해”…BB크림, 컬러립밤은 이제 기본


▲ 다양한 뷰티 제품을 모아 놓은 드럭스토어에선 화장품을 구매하는 남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진은 신촌 소재 드럭스토어 모습. ©르데스크

  

신촌역 앞 새로 개장한 드럭스토어에서 만난 직장인 박근수(42) 씨는 “평소 선크림 기능이 있는 BB크림을 사용하고, 눈썹 정도는 주위에서도 다들 관리한다”며 “자기 전에는 각질을 제거하는 필링크림이나 팩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나를 가꾸면 어떤 특별한 기분이 난다기보단, 안 하면 허전하다”며 “그런 허전함 때문에 지금까지 해서 10년 전부터 가꿔왔다”고 설명했다.

 

드럭스토어에 방문하면 30대 이상의 남성들도 화장에 거리낌없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히려 30대 이상 직장인들의 경우 경제력을 갖춘 만큼 피부관리를 위한 남성 화장품 소비에 적극적이다. 매달 3만~5만원은 화장품 구매를 위해 지출하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직장인 임주원(36) 씨는 “자주 사는 색조 화장품은 아무래도 BB크림을 많이 사게되는 것 같다”며 “컨실러를 애용하는 중이다”고 밝혔다. 더해 “피부가 안 좋은 편이라 화장을 하면 트러블 등이 다 가려지니 화장하면 대인관계에 있어서 자신감이 붙고 당당해지는 느낌이다”며 “한 달에 3만원정도는 화장품에 투자하고 선크림만 17년 정도 쓰다가 트러블이 가려지는 화장으로 갈아타게 됐다”고 밝혔다.

 

또 직장인 박태현(29)씨는 “올인원(두 가지 이상의 기능이 하나로 된) 기능이 있는 화장품을 주로 사는 편이고 로션과 선크림만 발라도 피부가 개선되는 느낌이라 따로 피부 색조화장은 하지 않는다”며 “주변에도 눈썹을 다듬거나 문신을 하는 분들이 많은 편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년 전부터 선크림은 줄곧 써왔고, 약간의 붉은기가 도는 립밤을 쓴다”고 덧붙였다.  


▲ 기초화장 외에 색이 들어간 컬러립밤을 사용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 사진은 남성 올인원 제품(왼쪽)과 컬러립밤. ©르데스크

 

남성 전용으로 출시된 화장품 브랜드 외에 여성 화장품을 사용하는 남성도 늘고 있다. 기능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제품의 경우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돼 있는 제품을 굳이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따라 화장품을 선택했다.

 

정규빈(29) 씨는 “피부화장에만 한 달에 5만원 이상은 꼭 투자하고 있고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화장을 해왔다”며 “멋에 관심이 많다보니 화장을 시작했고 눈에 색조화장으로 섀도우를 써본 적이 있었는데, 별 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해 지금은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 전용 화장품이 아닌 여성용 브랜드에서 출시한 쿠션을 사용하고 있는데, 남성 전용 쿠션을 쓰면 얼굴이 금방 기름지고 잿빛(회색빛)이 돌아 화사해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화장을 안 하면 어색하고 ‘나’같지가 않아 화장을 이제는 안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신촌 드럭스토어에서 근무하는 정수진(26·여·가명) 씨는 “쿠션이나 파운데이션, 눈썹은 남성분들이 많이 찾으신다”며 “경험상 남성 고객 10명 중 2명 꼴로 아이섀도나 짙은 색조 화장품을 찾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보다 오히려 30대 이상 직장인분들이 잡티를 가리는 제품이나 컬러가 있는 립밤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남성의 화장품 소비는 개인이 본인의 외향에 관심을 갖고 취향에 따라 소비하는 현상으로 바라봐야할 것 같다”며 “보편적으로 다양함이 받아들여지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한 “남성 화장품 시장이 반짝 성장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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