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능가한 황제노조 기지개…직장인 · 취준생 ‘자괴감 · 박탈감’ 토로
귀족 능가한 황제노조 기지개…직장인 · 취준생 ‘자괴감 · 박탈감’ 토로

삼성전자의 노조 파업 이슈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창사 5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인데다 삼성전자의 처우 자체가 국내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노조 파업의 주된 이유가 노동환경 및 생존권과 관련된 임금인상, 작업시간, 고용환경, 고용안정 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파업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특히 직장인과 취업준비생 사이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많아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우수한 처우와 복지는 이미 널리 알려진 공공연한 사실임에도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행태를 보면서 현재 삶에 만족하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낀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에 무력감을 심어 주는 ‘나쁜 영향력’을 퍼트리고 있다는 반응이다.

 

국내 1위 ‘꿈의 직장’ 삼성전자 파업에 주변 직장인·취준생 “힘 빠져 일 못하겠네” 토로

 

29일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파업을 선언했다. 현충일 다음날인 내달 7일 집단 연차를 내겠다고 밝혔다. 창사 이래 줄곧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다 사회적 요구를 받아 들여 지난 2019년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노동조합이 출범한 지 약 5년여 만이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올해 초 임금 5.1% 인상에 합의했으나 노조는 임금 인상과 유급휴가 1일 추가를 요구했고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쟁의에 돌입했다.

 

▲ 이력서를 작성 중인 청년 취준생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전삼노는 삼성전자 내 5개 노조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소속 노조원은 2만8000여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 수가 12만여명임을 감안하면 25%에 육박하는 직원이 전삼노 소속인 셈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삼성전자 매출의 20% 가량을 책임지는 DS(반도체 사업부)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만 약 15조원 적자를 냈다. 올 1분기엔 5분기 만에 간신히 적자에서 벗어나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사측은 파업 지지자가 많지 않아 당장 반도체 생산에는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주변에선 우려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은 하루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파업 일수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외부의 강한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내부 견제까지 더해진다면 사업 전반의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반 직장인들과 청년 취준생들의 시선 역시 곱지 않다. 결정적 이유는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상대적 박탈감 자체는 개인의 감정과 관련 깊긴 하지만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사회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상대적 박탈감이 무력감이나 우울감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탓이다.

 

▲ 대기업 기업 구내식당 전경. [사진=뉴시스]

 

올해로 2년 째 취업을 준비 중인 김선찬 씨(27·남)는 “삼성전자는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입사하고 싶어 하는 꿈의 직장 아니냐”라며 “연봉이나 복지 등에서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데 도대체 뭐가 부족하다고 파업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이어 “나는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회사인데 누군 들어가서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하니 내 자신이 한없이 처량하게 느껴진다”고 부연했다.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강우성 씨(33·남·가명)는 “올해로 입사 6년차인데 연봉 수준이 삼성전자 초봉보다도 적다”며 “그래도 나름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는데 삼성전자 직원들 파업한다는 소릴 들으니 묘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 높은 연봉을 받고도 만족 못하고 파업까지 벌이는데 훨씬 적게 받으면서도 만족하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진다”며 “지금 느끼는 생각이나 감정이 한동안은 지속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에 재직 중인 이성준 씨(38·남·가명)는 “같은 대기업이라도 현대차나 삼성전자는 급이 다르다”라며 “특히 현대차 직원이 귀족이라면 삼성전자는 기업 규모나 위상으로 볼 때 황제나 다름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신입사원 초봉만 해도 우리 회사와 거의 2배 차이가 나는데도 파업하는 걸 보니 지금 연봉에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는 내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동료 직원들도 힘 빠진다는 소릴 많이 한다”고 귀띔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취업이 어려운 것은 물론 좋은 회사와 안좋은 회사와의 격차가 더 벌여지면서 사회적 격차가 커지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기 마련이다며 “상대적 박탈감은 우울증에 가장 큰 작용을 하는 요인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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