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마’부터 ‘원영적 사고’까지…유행어에 담긴 청년세대 애환
‘중꺾마’부터 ‘원영적 사고’까지…유행어에 담긴 청년세대 애환

고물가·고금리로 서민경제가 팍팍해지면서 청년들 사이에선 시대상을 풍자하거나 희화화하는 이색적인 표현들이 유행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이른바 밈(meme)으로 불리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유행을 뜻하는 밈에는 중꺽마(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홈프로텍터(백수) 등이 있는데, 자신이 처한 힘든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낸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밈 자체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난 놀이문화이기 때문에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취업난과 고물가 등에 시달리는 와중에 자존감을 잃지 않고 이를 언어적 유희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밈 자체가 젊은 층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인 만큼 극단적으로 표현됐다는 설명이다. 

 

▲ 지난 2022년에는 '중꺾마'가 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는 밈으로 떠올랐다. 이는 젊은 세대가 자신의 목표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데 포기하지 않는 정신의 힘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사진=KFA]

 

‘누칼협’은 ‘누가 칼 들고 협박함’의 줄임말이다. 누칼협은 사회적 압력이나 기대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현대인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는 말로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성공하기 위해서 특정한 행동을 강요받는 느낌에 대한 반박으로 사용됐다.


지금 집을 구매하지 않으면 평생 집을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출을 끌어 모아 집을 산 ‘영끌족’들은 기대와 달리 금리가 올라 고통을 호소했다. 이러한 모습을 본 일부 누리꾼들은 영끌 대출자에게 “집사라고 누칼협”이라 조롱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2년 말에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2 대 1로 역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선수단 태극기에 적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화제가 됐다.


중꺾마는 하나의 표면적인 의미를 넘어서 현대 사회에 도전과 역경을 긍정적으로 극복해나가는 정신적인 지표 중 하나로 발전했다. 이는 젊은 층들에게 자신의 목표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데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정신의 힘을 상기시키며 오히려 독려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위안이 필요한 청년들…‘중꺾그마’, ‘저는 홈프로텍터입니다’ 유행


▲ 개그맨 박명수가 유튜브를 통해 유행시킨 ‘중꺾그마’는 2023년을 뜨겁게 달궜던 밈 중 하나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사진=박명수 유튜브 갈무리]


2022년 중꺾마가 유행했다면 2023년에는 이를 변형한 ‘중꺾그마’가 유행했다. 중꺾그마는 개그맨 박명수가 본인의 유튜브에서 한 말로 ‘중요한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래 인생은 꺾이면서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란 위로의 의미다. 


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으며 순식간에 인기 ‘밈’으로 자리매김했다. 할 일이 너무 많은 현대 직장인들에게 ‘이미 마음은 꺾여 하기 싫더라도 할 일은 해내자’는 뜻으로 널리 사용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본인의 직업을 ‘홈프로텍터’라며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들의 직업처럼 표현하는 방식이 유행했다. 홈 프로텍터는 말 그대로 집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이는 취업이 어려운 본인의 상황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진형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조적으로 본인의 상항을 표현하고 있는 젊은 층의 모습을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본인들에게 남아있는 약간의 자존감과 본인들이 현재 처해 있는 고충을 ‘홈프로텍터’라는 단어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홈프로텍터, 중꺾그마 모두 그 상황을 온전히 받아드리고 포기했다면 파생되지 않았을 단어”라며 “오히려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자존감, 고충은 가감 없이 보여줌과 동시에 그 상황을 이겨내고자 하는 본인들의 의지도 함께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금리·고물가에 지친 청년들…초긍정 마인드 ‘원영적 사고’로 극복해


▲ 아이브 멤버 장원영가 유행시킨 '원영적 사고'는 희화화와 조롱의 의미가 담긴 보통의 밈들과 다르게 순수하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아이브 유튜브 갈무리]

 

최근에는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의 ‘원영적 사고’가 새로운 밈으로 유행될 조짐이다. 원영적 사고는 장원영이 스페인 현지의 한 빵집에 들렀을 때 “제 앞에서 뺑 오 쇼콜라가 다 떨어지는 바람에 제가 갓 구운 새 빵을 받게 됐다”며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에서 유래된 사고다.


현재 “단군 이래 가장 안 좋은 상황이다”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지속적인 고물가와 고금리로 청년들의 삶이 더욱 더 팍팍해지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확고한 나관론을 기반으로 둔 초긍정적인 마인드인 원영적 사고를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원영적 사고는 보통 밈의 특성인 희화화와 조롱의 의미 없이 ‘선한 영향력’을 주는 밈이라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가게에 식빵을 사러 간 상황에서 “식빵이 먹고 싶어서 식빵 가게에 갔는데 오늘 만든 4천원짜리 식빵은 다 팔리고 어제 만든 2천원짜리 식빵만 남은거야! 안 그래도 딱 2천원만 있었는데 완전 럭키잖아!”라고 생각하는 방식이 원영적 사고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 하는 말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며 궁극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방향에 있는 모델의 모습을 동일시 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도 더 생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청년들의 삶은 기본적으로 힘들다”며 “이러한 사회 모습이 청년들 사이에서 이런 밈들이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또 청년들은 기성 세대들보다 취직이나 결혼이 어렵다. 또 힘들게 취업하고 나면 주거문제, 경제문제 등 생각하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사회 초년기에 겹쳐져 있다”며 “이러한 자신들의 모습을 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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