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성과 인정받은 젊은 총수들, 승계 마침표 ‘돈의 관문’ 남았다
능력·성과 인정받은 젊은 총수들, 승계 마침표 ‘돈의 관문’ 남았다

국내 주요 그룹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너일가 2·3세를 경영 전면에 내세우면서 세대교체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요직에 배치되거나 미래먹거리를 발굴하는 신사업 등을 맡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까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추후 상속·증여에 따른 재무부담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삼형제가 각자 다른 사업 분야를 맡고 있는 만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정리도 현재 맡고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을 통해 에너지, 우주, 항공, 방산 부문을 맡고 있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분야를,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호텔, 리조트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서 기업을 이끌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분 확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두 형제에 비해 2배 넘는 한화 지분을 갖고 있긴 하지만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기까진 미미한 수준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9월 기준 한화 지분 9.91%를 갖고 있고, 차남과 삼남인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2.14%씩 보유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22.6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추후 삼형제에게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더 많은 지분을 물려줄지가 관건이다. 현재까진 장남인 김 부회장에게 장자승계를 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경영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차남과 삼남에게도 경영 능력에 따른 지분 이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배제하긴 힘들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코오롱그룹도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돌입한 모양새다. 이웅열 명예회장의 외동아들인 이규호 사장이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지주사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최근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장자승계 원칙이 이어져 오고 있는 데다 이 부회장이 이 명예회장의 외동아들인 만큼 경영권 승계는 사실상 시간문제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코오롱 지분 확보하기까지 발생하게 될 재무부담을 어떻게 해소할지 여부다. 아직 코오롱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 만큼 이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 49.74%를 확보하기까지 자금 부담이 적지 않다. 지분증여가 이뤄지더라도 증여세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 국내 주요 그룹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세대교체 준비가 한창이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신유열 롯데케미칼 전무. [사진=각 사]

 

또 이 부회장의 경우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숙제도 떠안고 있다. 그는 불과 몇 년 전 셰어하우스 브랜드인 커먼타운을 분할해 계열사 리베토를 설립하면서 공유주택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부진의 쓴맛을 봐야했다. 당시 공유주택 사업은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 시험대로 주목받았지만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이 명예회장이 언급한 경영능력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시급한 상황이다.

 

HD현대에서도 정기선 부회장을 차기 총수로 만들기 위한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정 부회장은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 입사 후 지난해 부회장을 달았다. 2021년 10월 사장 승진 후 2년만이다. AI와 로봇 등 신사업을 맡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정 부회장이 HD현대 내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과 별개로 지분 확보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정 부회장은 HD현대 지분 5.26%로 개인 2대 주주지만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보유 지분은 26.60% 수준에 달한다. 여동생인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 막내 정예선씨는 HD현대 지분이 없는 만큼, 정기선 부회장이 상당 부분을 넘겨받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의선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라는 숙제를 떠안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 확보가 필수지만 이를 위해선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중요한데 정 회장이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2%에 그친다.

 

현재 정몽구 명예회장이 가진 그룹 내 지분을 살펴보면 △현대차 5.39% △현대모비스 7.19% △현대제철 11.81% △현대엔지니어링 4.68% 등이다. 정 회장이 아버지인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회장 자리를 물려받은 이후 현대차그룹이 눈에 띄는 실적 상승을 이뤄낸 만큼 경영 능력면에선 성과를 거뒀지만 지분 증여·상속으로 발생할 재원 마련에 대해선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전무도 연이은 초고속 승진으로 오너일가 3세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0년 일본 롯데 입사 이후 2년 만인 2022년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에 올랐다. 같은해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공동대표로 선임된 데 이어 12월에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선 1년도 안돼 전무에 올랐다.

 

신 전무가 맡게된 업무 역시 신사업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하며 그룹의 미래먹거리인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마찬가지로 신 전무 역시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주요 계열사 지분 확보가 관건이다. 재계 안팎에선 호텔롯데 기업공개를 기점으로 신 전무의 지분 확보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