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소비자 기만 익숙해진 유저들, 확률조작 사태 ‘무덤덤’
넥슨 소비자 기만 익숙해진 유저들, 확률조작 사태 ‘무덤덤’
▲ 넥슨의 인기 게임인 '메이플스토리'가 확률조작 행위로 공정위로 부터 116억원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사진은 판교 넥슨 본사 건물 전경. ⓒ르데스크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사태에 정작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이번 사태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사료(보상) 문화 ▲대체 게임의 부제 ▲여러 사건을 겪으며 형성된 면역력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3일 넥슨코리아(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 메이플스토리 내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고, 거짓으로 알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5억93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문제가 된 아이템은 ‘큐브’다. 큐브는 게임 캐릭터가 장착하는 장비를 강화해 주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일종의 뽑기로 사용자는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큐브를 구매한다. 아이템 사용 시점에 아이템의 옵션이 결정되는데, 넥슨은 좋은 옵션을 뽑을 확률을 0%에 가깝게 인위적으로 조작했다.

 

넥슨은 처음엔 옵션별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다. 그러다 2010년 9월부터는 인기가 많은 옵션은 덜 나오도록 확률 구조를 바꿨다. 2011년 8월부터 2021년 3월까지는 가장 좋은 옵션인 ‘보보보’(보스 몬스터 공격 대미지 증가 3개)나 ‘방방방’(몬스터 방어율 무시 3개)이 아예 나오지 않도록 바꾸고 이를 공지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확률형 아이템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확률인데, 무형의 디지털 재화 특성상 판매자가 관련 정보를 공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다면 소비자는 이를 알 수 없다”며 “넥슨의 행위는 소비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주요 사항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린 것이다”고 설명했다.

 

▲ 메이플스토리는 큐브라는 뽑기형 아이템의 인기 옵션 확률을 0%로 지정하고 이를 유저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사진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에게 사과하는 강원기 총괄 디렉터(오른쪽)와 김창섭 디렉터. [사진=메이플스토리]

  

이에 강원기 총괄 디렉터는 “14년 전 '큐브'를 사용하면 모든 옵션이 동등하게 등장하도록 설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명백한 판단 착오였다”며 “용사님들께 미숙한 운영으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확률조작 사태 심각성에도 유저 반응 ‘잠잠’…“어떤 보상 줄 지 기대”

 

확률조작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정작 유저들의 반응은 비교적 잠잠하다. 일부 유저들은 오히려 이로 인한 사료(보상)를 기대하며 들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료는 게임업계에서 통용되는 보상안으로 큰 사건·사고가 터졌을 때 여론을 달래기 위해 게임사가 유저에게 지급하는 보상을 일컫는다.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는 “솔직히 사료는 무엇을 줄지가 가장 궁금하다”며 “어차피 옛날 일이고 지금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도 “사실 내가 피해봤다고 느끼는 것이 없어서 당장 뭘 줄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대체할 게임이 없단 점도 크게 작용한다. 메이플스토리 5년 차 유저인 김민성(28) 씨는 “메이플을 대체할 만한 게임이 없어서 잦은 사건·사고에도 떠나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외 어디에도 메이플과 같이 아기자기한 2D 도트 MMORPG 게임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메이플스토리에서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다 보니 무감각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메이플스토리와 비슷한 대체재가 없는 것 또한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했다.

 

▲ 넥슨과 메이플 스토리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지만 정작 게임을 실제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사료(보상)만 바라보고 있다. 사진은 커뮤니티에 올라온 만화와 글. [사진=디시인사이드 갈무리]

 

업계 관계자는 “지금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의 반응은 업계에서도 기이한 현상으로 주목하고 있다”며 “리니지나 말딸(우마무스메) 등 게임계 굵직한 사건이 터졌을 때 게이머들이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것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은 근 3년간 굵직한 사건을 겪으며 면역력이 생긴 게 아닌가 조심스레 짐작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메이플스토리는 2020년부터 각종 확률조작사건, 핵 공론화, 환불정책, 메소 무한복사 등 다양한 위기를 겪어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부당한 대우에 익숙해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소비자 권리를 스스로 지키지 않을 경우 기업들은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사료라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보상체제 대신 더 구체적인 피해 보상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사건이 터졌을 때 유저들에게 사과의 보상을 주는 문화와 취지는 좋지만 본질이 가려지는 것은 위험하다”며 “사료와는 별개로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는 대책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특정 다수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사료라는 문화보다 개별적인 피해에 대한 보상이 더 중요하다”며 “사료는 자칫 진짜 피해를 묻어버릴 수 있고 이는 게임업계를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넥슨은 이번 확률조작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인 보상안에 대해선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넥슨 관계자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확정된 보상이나 지원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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