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는’ 쉬운 관계에 묻힌 연애·결혼 진지한 생각들
‘잠만 자는’ 쉬운 관계에 묻힌 연애·결혼 진지한 생각들

[Le view<266>]-결혼을 피하는 이유(⑲-성(性) 인식 변화) ‘잠만 자는’ 쉬운 관계에 묻힌 연애·결혼 진지한 생각들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개인 SNS에 선정적 사진·영상 자발적 게시

르데스크 | 입력 2023.06.16 12:54

 

▲ 최근 ‘성(性)’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방적으로 바뀌면서 젊은세대의 연애·결혼관도 변하고 있다. 성적 욕구를 다양한 방법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다 보니 진지한 관계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연애나 결혼, 출산 기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서울 번화가의 한 주점 간판. ⓒ르데스크

 

과거 입에 담기조차 어려워할 정도로 조심스럽게만 여겨졌던 ‘성(性)’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방적으로 바뀌면서 젊은세대의 연애·결혼관도 변하고 있다. 절대적이진 않지만 연애·결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사람에 따라선 1순위 이유일수도 있는 성적 욕구를 다양한 방법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다 보니 연애·결혼이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유튜브·인스타그램 가득 메운 선정적 콘텐츠들, 일반인 스스로 직접 찍어서 공개

 

현재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젊은층이 주로 사용하는 SNS 플랫폼에선 과거 성인물에서나 봤을 법한 수위 높은 영상이나 사진을 아무렇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노출이 심한 의상이나 수영복을 입은 사진, 이러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느낌의 춤을 추는 영상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이러한 사진이나 영상은 일부를 제외하곤 전부 ‘전체공개’ 상태로 돼 있다. 게시자가 아무나 볼 수 있도록 설정해놨다는 의미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비키니’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관련 게시물만 210만건이 넘는다. ‘섹시’라는 단어를 입력했을 때도 60만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오고 심지어 ‘섹스타램’이라는 연관 게시물 2.1만건이 동시에 표시된다. 특정 단어로 검색했을 때만 이정도고 해시태그를 달지 않는 게시물까지 합치면 선정적 사진·영상 게시물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비키니’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관련 게시물만 210만건이 넘는다. ‘섹시’라는 단어를 입력했을 때도 60만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오고 심지어 ‘섹스타램’이라는 연관 게시물 2.1만건이 동시에 표시된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비키니 관련 콘텐츠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영상 콘텐츠 플랫폼인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섹시’ ‘수영복’ ‘노출’ ‘성인물’ 등 선정성과 관련 깊은 단어를 입력하면 관련 콘텐츠가 우후죽순 등장한다. 얼핏 봐도 상당한 수준의 노출된 의상을 입고 춤을 추거나 야한 농담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등 영상의 선정성 수위는 상당한 편이다. 심지어 특정 부위만 가린 성관계 영상도 존재한다. 이들 콘텐츠 중 19세 이상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콘텐츠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놀라운 사실은 자신의 노출 사진이나 영상을 올린 당사자가 모델이나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이라는 점이다. 일부 팔로워나 구독자를 많이 보유한 사람을 일컬어 ‘인플루언서(여러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을 의미하는 신조어)’라 부르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들 역시 일반인이긴 매한가지다. 극소수를 제외하곤 모델이나 연예인처럼 미리 돈을 받고 제작에 참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직업으로서 대가를 받고 선정적 콘텐츠를 제작·공개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수위 높은 콘텐츠를 제작·공개하는 현상은 그만큼 성(性)에 대한 인식이 개방됐음을 의미한다. 과거엔 민망해하거나 부끄럽게 느꼈던 행동이나 모습들이 지금은 의식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워진 동시에 개개인이 성(性)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는 허용 수준도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섹스 먼저 해보고 연애하겠다는 요즘 청년들, 연애·결혼 무거운 관계 기피 경향 보여

 

성(性)에 대한 개방된 인식은 실제 행동으로도 옮겨가고 있다.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세대는 성관계에 대해서도 더욱 노골적이고 개방적이다. 요즘 젊은세대는 진지하게 사귀거나 결혼을 전제로 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상대방과 합의만 이뤄진다면 성관계를 가져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성관계를 어떠한 목적 때문이 아닌 단순히 즐기는 수단으로 여기는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로 해석된다.

 

 

▲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세대는 성관계에 대해서도 더욱 노골적이고 개방적이다. 요즘 젊은세대는 진지하게 사귀거나 결혼을 전제로 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상대방과 합의만 이뤄진다면 성관계를 가져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번화가의 한 주점. ⓒ르데스크

 

같은 맥락에서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혹은 자고 만남 추구), 선섹후사(섹스 먼저해보고 사귐) 등 젊은세대의 개방된 성(性)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특히 섹스를 먼저 해보고 사귈지 말지를 결정하는 ‘선섹후사’는 최근 20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과거엔 소위 ‘날라리 문화’로 치부됐던 ‘원나잇(하룻밤 만남)’과 비슷한 개념이긴 하지만 일부가 아닌 다수의 유행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욱 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주목되는 사실은 성에 대한 개방된 인식과 행동이 결혼·출산율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애·결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사람에 따라선 1순위 이유일수도 있는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무거운 관계 보단 가벼운 만남만을 추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르데스크가 만난 청년들 중 상당수도 성적 욕구만 해소된다면 굳이 무거운 관계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안호진 씨(22·남·가명)는 “사실 연애를 하는 이유 중엔 정신적인 외로움과 육체적인 외로움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다”며 “특히 혈기왕성한 20대 남자들에겐 육체적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부분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요즘에는 헌팅포차 등에서 여자를 만나 서로 마음이 맞으면 섹스파트너가 되기도 하는데 굳이 연애를 할 필요가 있나 싶다”며 “오히려 진지한 연애를 하게 되면 신경 써야 될 부분도 많고 돈도 많이 들어 차라리 섹스파트너가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강수진 씨(28·여·가명)는 “요즘엔 동네 술집만 가도 남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며 “함께 술을 마시다가 마음이 맞는 사람들은 곧장 모텔로 가서 하룻밤 즐기는 일도 허다하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나도 몇 번 경험이 있긴 한데 마음 맞는 사람과 한 번 자는 게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가볍게 남자를 만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연애나 결혼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 성에 대한 개방된 인식과 행동이 결혼·출산율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애·결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사람에 따라선 1순위 이유일수도 있는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무거운 관계 보단 가벼운 만남만을 추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부산의 한 대학가. [사진=뉴시스]

 

대학생 홍정민 씨(25·남)는 “신입생 때만 해도 여자친구를 사귀어서 알콩달콩 연애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군대 제대 후 복학을 하고 나니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며 “여자친구를 사귀어서 오래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혼도 고민하게 될 텐데 그런 관계까지 이어지는 여지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홍 씨는 “그나마 육체적인 욕구라도 있으면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본능에 더욱 충실해질텐데 사실 요즘엔 술집이나 SNS메신저 등 육체적인 욕구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많다”며 “남자들만 이런 생각을 갖는 게 아니라 여자들도 같은 생각을 갖다 보니 가벼운 섹스가 너무 자연스러워졌다. 아무래도 이런 식이면 남자든 여자든 연애·결혼과 더욱 멀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성(性)에 대해 개방적 인식을 갖고 있는 젊은세대는 동거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적은 편이었다. 결혼이나 출산은 하지 않고 같이 살면서 육체적·정신적 유대 관계만을 갖겠다는 의도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2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5.2%에 달했다. 결혼 없이 동거가 가능하다는 생각은 2012년(45.9%) 이후 매년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60% 선을 돌파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외국에선 동거가 일상화된 점을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의 변화도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며 “다만 동거의 끝이 결혼 보단 이별로 이어지고 경우에 따라선 비혼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구사회학적 현상뿐만 아니라 가치관 변화도 미혼남녀의 결혼·출산 의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개개인의 가치관 변화에 따른 사회 변화로 결혼 필요성을 약하게 느낄 때 결혼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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