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어른들 ‘네 탓’ 싸움에 등 터지는 아이들
철없는 어른들 ‘네 탓’ 싸움에 등 터지는 아이들

[Le view<252>]결혼을 피하는 이유(⑰-혐오 문화) 철없는 어른들 ‘네 탓’ 싸움에 등 터지는 아이들

일부 부모 타인 배려 없는 양육에 ‘노 키즈존’ 갈수록 증가

르데스크 | 입력 2023.05.24 15:00
▲ ‘노 키즈존’으로 대표되는 아이 혐오 분위기가 저출산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아이 키우기 어려운 환경은 양육에 대한 부담을 키워 출산 기피까지 낳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진은 ‘노 키즈존’ 반대 집회를 여는 한 시민단체 회원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어른들의 그릇된 태도에서 비롯된 사회적 갈등이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부 부모들의 배려 없는 양육이 ‘노 키즈존’으로 대표되는 아이 혐오 현상을 불러일으켰고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점차 아이 키우기 어려운 쪽으로 기울고 있어서다. 아이 키우기 어려운 환경은 양육에 대한 부담을 키워 출산 기피까지 낳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철없는 어른들의 그릇된 행위가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 것이다.

 

공공장소 민폐 아이 무조건 감싸는 無개념 부모 등장에 ‘노 키즈존’ 급확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노 키즈존’ 철폐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생후 23개월 된 아들을 안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실시한 용 의원은 “인스타 ‘핫플’이라 불리는 카페와 식당, 심지어는 공공이 운영하는 도서관조차 노키즈 존이 돼 버렸다. 아이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노 키즈존’이 아닌 ‘퍼스트 키즈존’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공시설부터 노 키즈존을 없애나가자. 공공시설조차 합리적 이유 없이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대표적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이 있다. 국가 차원의 공공시설 어린이 접근성에 대한 촘촘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은 이용자 가능 연령을 만 16살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신 어린이들을 위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용 의원은 기자회견 말미에 “우리는 조금 더 빠르고 편리한 일상을 위해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해도 괜찮다는 생각에 길들여졌다”며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빠르고 능숙하고 성숙한 사람들만을 위한 사회가 아니라, 느리고 서툴고 미숙해도 괜찮은 사회다. 세계 최하위의 출생률을 극복하려면 양육자와 어린이를 거부하는 사회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사진)은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노 키즈존’ 철폐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생후 23개월 된 아들을 안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실시한 용 의원은 “인스타 ‘핫플’이라 불리는 카페와 식당, 심지어는 공공이 운영하는 도서관조차 노키즈 존이 돼 버렸다. 아이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노 키즈존’이 아닌 ‘퍼스트 키즈존’이다”고 주장했다.

 

용 의원이 저출산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며 사회적 의제로 공론화시킨 ‘노 키즈존’ 개념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일부 부모들의 배려 없는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노 키즈존’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배려 없는 태도의 사례로는 식당에서 아이들을 방치해 놓는다거나 아이의 부주의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끼쳤음에도 전혀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는 행위 등이 있다.

 

이후 ‘노 키즈존’은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 특히 비슷한 해외 사례가 ‘노 키즈존’ 도입에 명분을 제공했다. 일례로 일본항공과 말레이시아항공, 인도의 인디고 등의 항공사는 승객들이 어린아이로부터 떨어진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만들었다. 공식적인 명칭은 ‘저소음 구역’이지만 사실상 ‘노 키즈존’과 같은 개념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 해외에는 일정 주기마다 하루 동안 어린이 관람객의 입장을 금하는 '노 키즈 데이(No Kids Day)'를 운영하는 박물관들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선 식당, 카페 등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업소 위주로 ‘노 키즈존’ 도입이 이뤄졌다. 해외에 비해 도입이 늦긴 했지만 확산 속도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빨랐다. 일례로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 내엔 ‘노 키즈존’이 무려 5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객 손님이 유독 많은 제주도의 특성 상 아이들로 인해 업소 특유의 분위기를 잃지 않으려는 업주들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잠재적 예비 부모 청년세대 “아이 낳으면 카페·식당도 못 가는 현실, 그냥 안 낳을래요”

 

우리나라의 ‘노 키즈존’ 확산은 해외 언론까지 주목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합계출산율 세계 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노 키즈존’ 확산이 저출산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 미국 양대 신문인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우리나라의 ‘노 키즈존’ 논쟁 상황을 나란히 보도했는데 두 신문 모두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욱 특별하다’고 언급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공과대학교의 하이케 샨젤 교수는 WP에 “더 많은 노키즈존을 허용하는 일은 아이를 갖기로 결정하는 소수의 가족들이 설 자리가 없도록 만들기 때문에 신중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틀랜드주립대학의 우혜영 사회학과 교수도 WP와의 인터뷰에서 “(노키즈존은)여성들이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야한다는 생각을 강화함으로써 육아에 대한 성별의 역할 기대를 존속시킨다”면서 “아이들의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하면서 양육이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고 사람들이 아이를 갖지 못하도록 단념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우리나라의 ‘노 키즈존’ 확산은 해외 언론까지 주목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합계출산율 세계 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노 키즈존’ 확산이 저출산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 사진은 아이와 함께 베이비페어를 관람 중인 한 시민의 모습. [사진=뉴시스]

 

잠재적 예비 부모인 청년들의 반응도 전문가들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는 ‘노 키즈존’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아이 낳기가 두려워진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아이를 낳으면 식당이나 카페 이용이 어려워지는 등 일상생활이 송두리째 바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처음부터 아이를 갖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는 반응이다.

 

대학생 양은지 씨(23·여)는 “요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유명한 카페나 맛집 중에는 상당수가 ‘노 키즈존’인 경우가 많다”며 “아무래도 통제가 어려운 아이들로 인해 카페 인테리어가 훼손되거나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인 듯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이를 낳으면 앞으론 핫플레이스도 못 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 아이 낳기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일부 청년들은 ‘노 키즈존’ 자체를 없애는 것은 그동안 일부 몰지각한 부모가 보여 온 행태가 도를 넘었기 때문에 호응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일부 부모들의 배려 없는 양육이 ‘노 키즈존’의 확산을 낳았고 이러한 현상이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직장인 유은희 씨(31·여)는 “사실 예전에는 아이들도 엄연한 한 명의 인격체이고 부모들도 사람인데 ‘노 키즈존’이 다소 과하다는 생각을 가졌었다”며 “그런데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의 행태를 소문으로 접한 이후엔 ‘노 키즈존’을 만드는 사람도 어쩔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아이 혐오 현상을 부추겨 출산까지 꺼리게 만드는 ‘노 키즈존’은 몇몇 사람의 그릇된 행동이 만든 악순환으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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