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리셀시장의 추락…가격 급락에 리셀러 ‘발만 동동’
콧대 높던 리셀시장의 추락…가격 급락에 리셀러 ‘발만 동동’

 

▲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국내 리셀시장 규모는 2021년 7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국내 주요 리셀 품목은 신발, 명품, 시계 등이다. ⓒ르데스크

 

 

지난해까지만 해도 뜨거웠던 리셀테크 열풍이 지고 있다. 리셀 시장에서 인기 있었던 제품의 가격이 반토막 나는 등 시세가 급락하면서 재테크를 위해 리셀 시장에 뛰어들었던 이들은 막대한 손실을 호소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로 인한 경기침체로 리셀 제품의 수요가 급감한 게 직격타를 미쳤다.

 

‘리셀테크’ 역대급 가격 하락…나이키 범고래 75% 하락

 

리셀가의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제품은 운동화다. 당초 운동화 리셀 시장은 운동화 마니아들의 수집 욕구에서부터 출발해 암호화폐, NFT와 같은 투기적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저금리 정책으로 발생한 투기 열풍이 리셀 시장까지 번지며 운동화 리셀 시장은 덩치를 키웠다.

 

운동화 리셀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던 대표적인 제품은 ‘나이키 판다 덩크 로우’다. 판다 덩크는 흔히 ‘범고래’라고 불리며 네이버 자회사인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지난 2일 기준 13만3000원에 거래됐다. 2021년 1월에 55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고점 기준 75% 가까이 하락했다. 현재 나이키 코리아 공식 사이트의 판다 덩크의 정가는 13만9000원이다.

 

 

홍대 인근에서 신발 리셀샵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대(34‧남)씨는 국내 운동화 리셀 시장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나이키 판다 덩크 로우의 선풍적인 인기로 신발 리셀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며 “유명 연예인의 착샷으로 인해 2년전만 하더라도 수요가 엄청났고, 리셀가 역시 정가의 3배 이상을 웃돌았다”고 말했다. 

 

▲ 판다 덩크는 흔히 ‘범고래’라고 불리며 네이버 자회사인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2일 기준 13만3000원에 거래됐다. 2021년 1월에 55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고점 기준 75% 가까이 하락했다. [사진=KREAM]

                         

 

 

그는 “수요가 폭증하면서 희소성이 떨어졌고, 현재 고금리 상황 속 소비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리셀 가격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신발 리셀 가격 하락의 더 큰 요인은 나이키의 제품 운영 방식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이키에서는 내부적으로 리셀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리셀 및 수집을 없애기 위해 발품 자체를 많이 해버리고 심지어 리셀러들을 고소하는 경우도 다반사”며 “나라별로 인구 수에 따라 들어오는 신발의 발족수가 다른데 중국에서 남은 재고 물량을 나이키 측에서 한국으로 떠넘기는 경우도 많고, 이 과정에서 짝퉁 역시 유입된다”고 밝혔다.

 

이어 “발품량, 즉 공급이 급등하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수요가 급락하게 되는데 이것이 지금 판다 덩크의 가격 급락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앞서 나이키 코리아는 지난해 9월 소비자 이용약관에 ‘재판매를 위한 구매 불가’ 조항을 추가했다. 나이키는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제품을 재판매하거나 재판매하려는 의도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재판매를 위한 구매’로 정의해 공시했다. 이는 리셀러들을 제재하기 위한 방침으로 풀이된다.

 

명품도 피하지 못한 리셀가 폭락…쌓이는 재고에 리셀러 ‘한숨’

 

▲ 과거 나이키 판다 덩크 로우의 선풍적인 인기로 신발 리셀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유명 연예인의 착샷으로 인해 2년전만 하더라도 수요가 엄청났고, 리셀가 역시 정가의 3배 이상을 웃돌았다. ⓒ르데스크

 

비싼 몸값을 자랑하던 명품도 리셀가 하락을 피하진 못했다. 수요 감소로 인해 가파르게 오르던 판매량 증가폭도 주춤했다. 국가통계포털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내 백화점에 입점한 유명 브랜드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증가율은 8.1%였다. 해외 명품 브랜드 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20년 12월 9.1%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인한 경기침체로 명품관의 매출액이 현저하게 줄었다”며 “예전에는 1,2층 명품관에서 고객들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특정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 마케팅 전략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밝혔다.

 

리셀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명품 제품들의 가격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롤렉스 서브마리너 데이트 모델’의 리셀가는 1일 기준 1950만원으로 1년 전 3000만원 대비 35% 하락했다. ‘톰브라운 밀라노 스티치 가디건’은 137만3000원으로 1년 전 195만원 대비 30% 하락했고, ‘샤넬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 리셀가는 지난해 초 1400만원 수준에서현재 1290만원으로 내려갔다.

 

▲ 사진은 명동 명품 리셀샵 재고 물량. ⓒ르데스크

명품 소비와 리셀의 하락세는 최근 주식과 코인시장 침체로 인해 ‘영앤리치’라 불리던 주 고객층이었던 MZ세대의 수요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김채민(29)씨는 수억원에 해당하는 명품 리셀 제테크를 통해 그동안 꽤 많은 돈을 벌었는데 최근 쌓이는 재고로 고심을 앓고 있다.

 

김 씨는 “제가 한 리셀 제테크는 2가지가 있다”며 “하나는 정가에 명품을 구매해 피(프리미엄)를 붙여서 되파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물건을 구매 후 적립된 포인트로 돈을 버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는 방식이지만 후자의 경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않다”며 “후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새로운 리셀 플랫폼으로 물건을 사거나 팔게 되면 5~10%의 적립금을 주기 때문에 100만원에 사서 원가에 팔아도 5~10만원 정도의 수수료 이득을 봤었는데, 이제는 정가가 떨어져 오히려 손해고 쌓여있는 재고를 볼때마다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정품 판매는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더욱 높여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고, 제품 역시 리셀 시장에서 이슈가 되면 홍보 효과가 커서 공급자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현상이다”며 “리셀은 자율시장경제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거래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하지만, 리셀 시장이 커지게 되면 소비자는 정가에 물건을 사기가 어렵고 인기 있는 모델이나 이슈 있는 상품일수록 거품이 붙은 가격에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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