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감했던 헌혈자 수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우려가 일고 있다. 혈액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아직까지 대체할 물질이 없고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없다. 말 그대로 생명을 살리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최근 헌혈자가 급감하면서 헌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대학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적혈구제제 보유량은 4.2일분이다. 적정 혈액보유량은 5일분으로, 현재 혈액수급위기 ‘관심’ 단계다. 적십자사는 적혈구제제 보유량에 따라 혈액수급위기단계를 나누고 있다. 5일분 미만은 ‘관심’, 3일분 미만은 ‘주의’, 2일분 미만은 ‘경계’, 1일분 미만은 ‘심각’ 등이다.
국내 혈액 공급량은 매년 감소 추세다. 지난해 헌혈 건수는 264만9007건으로 2018년 288만3270건 대비 8.8% 줄었다. 2021년 혈액 제제 생산량과 혈액 공급 역시 2019년 대비 각각 4.5%, 5% 감소했다. 특히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헌혈 참여율이 높은 10~20대 수는 줄어들고, 수혈이 많이 필요한 고령층의 인구는 갈수록 증가해 안정적인 혈액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혈액 부족으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와 보호자다. 각 지역 혈액원들이 응급 상황으로 혈액 출고를 제한하면,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의료진은 지정헌혈을 통한 혈액 확보를 요청한다. 지정 헌혈은 헌혈자가 혈액을 주고자 하는 환자의 등록번호를 헌혈 기관에 알려주면 해당 환자에게 직접 수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021년 헌혈의 5.4%에 해당하는 14만2355건의 혈액을 환자와 환자 가족이 직접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일반 헌혈은 감소하는 반면 지정 헌혈은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헌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정 헌혈은 2018년 1만9344유닛에서 2021년 14만2355유닛으로 4년 동안 7.3배 늘었다. 국내 혈액 수급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백혈병, 림프종과 같은 정기적인 수혈이 필요한 혈액질환 환자의 고민은 더 깊어만 간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 입장에서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혈액 재고 보유량은 혈액관리본부 공식 수량보다 1.5일 적다”며 “환자들이 인터넷 등에 자기 개인 정보를 모두 노출해가며 지정헌혈을 호소하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쉽고 간단한 절차, 철저한 검사로 ‘안전’…“헌혈은 가족·사회에 대한 사랑의 실천”
헌혈은 수혈환자를 살리는 유일한 수단이다. 시민들의 꾸준한 헌혈이 생명을 살리는 길인 셈이다. 기자 역시 헌혈에 동참했다. 혈장성분 헌혈을 진행했고, 대략 40~5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됐다. 헌혈에 앞서 온라인 문진표와 대면 상담을 실시해 본인의 컨디션이 헌혈을 하기에 적합한 상태인지 여부를 철저하게 검사한 뒤 이뤄졌다.
헌혈의 집 대학로센터에서 만난 최여주(26‧여)씨는 “저는 평소에 헌혈을 주기적으로 하는데 하다보니 어느 순간 습관이 됐다”며 “채혈을 한 뒤로 이상하게 혈액순환이 잘 되는 것 같아 아무런 근거가 없지만 기분은 상쾌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헌혈된 혈액은 1)검사 2)성분별 분리 작업(제제) 3)혈액 공급의 절차를 거쳐 환자들에게 사용된다. 혈액 검사는 수혈자에게 안전한 혈액을 공급하기 위한 검사로 B형간염 면역검사와 같은 기본검사와 말라리아 검사와 같은 등록헌혈자(ABO프렌즈) 추가검사로 나뉜다.
이어 성분별 분리 작업은 적혈구, 혈소판, 혈장 등 헌혈자로부터 채혈된 전혈을 혈액 성분별로 분리 제조해 환자에게 수혈하는 과정으로 혈액제제라고 불린다. 분리작업을 거친 혈액은 성분제제별로 적정온도를 유지하며 냉장‧냉동 보관된다.
의료기관에서 혈액을 요청하면 혈액원이 의료기관에 혈액을 직접 공급하거나 의료기관이 혈액원을 방문해 혈액을 공급받는다. 혈액을 공급받은 의료기관은 공급된 혈액과 수혈자 간의 교차시험을 거친 후 환자에게 맞는 안전한 혈액을 수혈한다. 수혈용 이외의 혈장제제는 분획제제를 통해 의약품 제조용으로 제약회사에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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