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구속 위기에 열변 토한 이재명…野 원로 “내년 총선이 걱정”
폭로‧구속 위기에 열변 토한 이재명…野 원로 “내년 총선이 걱정”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장동 개발특혜 사건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추가폭로를 예고했다. 구속‧불구속 갈림길에 선 데 이어 옛 측근 저격까지 겪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혐의를 부인하며 열변을 토해냈다. 이에 발맞춰 민주당은 유 전 본부장 폭로를 저지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야당 원로는 “감동은 없고 꾀죄죄한 모양새”라며 작심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96분에 걸쳐 무고를 주장했다. 그는 검찰수사를 두고 “주어진 권력을 국민이나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적이익‧정적제거‧권력강화를 위해 남용하는 건 범죄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검찰 범죄행위’ 근거로는 “(대장동 사건 등은) 이미 5~7년 전에 벌어진 일이고 사건내용은 바뀐 게 없다. 바뀐 게 있다면 대선에서 패배했고 검사하던 분이 대통령이 됐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사건은 안 바뀌고 판단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 대선기간에서 대장동 문제가 불거져서 그때도 정말로 검찰이 열심히 수사했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며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검사 수사인력이 늘더니 갑자기 구속사안으로 바뀐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는 없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이 대표는 “구속영장을 두고 ‘이재명이 없는 이재명 구속영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냥 ‘이재명이 A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말을 B가 들었다’ 이게 영장 내용”이라며 “소환했으면 새로 소환할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하루 종일 불러다놓고는 했던 질문 또 하고 시간을 질질 끌었다. 새로운 증거는 없었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야당 대표라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기에 구속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대통령 부인은 구속해야 할 이유가 더 커지나”며 “윤석열정권이 하고 싶은 일은 아마도 영장심사 후 구치소에 갇혀서 대기하고 있는, 또는 수갑을 찬 이재명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일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칼을 겨눴다. 이 대표는 “법치의 탈을 쓴 사법사냥이 일상이 돼 가고 있는 폭력의 시대다.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말았다”며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시‧도지사 할 것 없이 국민에게 고용된 일꾼이지 국민을 지배하는 통치자가 아니다. 주어진 권리를 국가가 아닌 사적이익을 위해, 정적제거를 위해 남용하는 건 범죄행위”라고 했다.


▲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핵심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오른쪽)이 21일 유튜브 채널 ‘유재일’에 출연해 지난 2009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처음 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

 

앞서 21일 유 전 본부장은 정치평론 유튜브채널 ‘유재일’에 출연해 대장동 사건 관련 추가폭로를 예고했다.

 

유 전 본부장은 “분당지역 리모델링 연합회장을 맡을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 등을 찾아갔는데 문전박대 당했다. 반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 대표가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하며 나타났다”며 “알라딘 램프의 지니처럼 문지르지도 않았는데 나타나 얼마나 반가웠겠나. 이후 이 대표는 유동규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정진상‧김용‧유동규가 의형제를 맺게 됐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유재일 정치평론가는 “규모가 큰 대하드라마라 100부작 이상 나올 것 같다”며 추가폭로가 장기간 이뤄질 것임을 암시했다.

 

한 시간 넘게 격정을 쏟아낸 이 대표 기자간담회에는 유 전 본부장 추가폭로, 국회 본회의에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 대표 행보에 발맞춰 민주당은 유 전 본부장 추가폭로를 막아줄 것을 법원에 요청하기로 했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도 자신의 재판부에 ‘제지 요청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 유인태 국회 국민통합위원회 정치분과위원장이 지난 2021년 9월 국회 소통관에서 ‘개헌과 정치개혁 방안 및 여·야의 조속한 합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이 대표 행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이 좀 무도하다고 하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이 대표가) 그간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여러 번 공약했으면 굳이 꼭 그렇게 (체포동의안) 가결에 목맬 필요가 없지 않나”라며 “이 대표가 대표로 나온 것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꽤 많은 의원이 (체포동의안 찬성을) 고민 중인 것 같더라”고 전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이 대표가) 앞으로 정치하려고 그러면 좀 감동적인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대선에서 지고 인천 보궐선거 나가고 한 모양들이 어쩐지 좀 ‘꾀죄죄’해 보인다. 국민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좀 주는 정치를 했으면 하는 바람들이 꽤 있다”며 “지금 대표가 돼서 보여주는 모습이 ‘저래서 내년 총선 제대로 치르겠나’ 이런 걱정들을 하더라”고 꾸짖었다.

 

비명(비 이재명)계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자당 의원들 중 ‘선(先) 체포동의안 부결, 후(後) 이재명 대표직 사퇴’를 생각하는 그룹이 있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반명(반 이재명)의 기수인 설훈마저도 부결해야 한다고 발표했고, 또 한 분은 부결시키자고 얘기하면서 내년 총선을 위해선 어떤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 이걸 또 장황하게 붙였다”며 “이게 뭔 소리냐. 그건 이번에는 부결시키되 대표가 ‘모종의 결단’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단이라는 게 대표직 사퇴를 뜻하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조 의원은 “그렇다”며 “본인들에게 제가 직접 묻지는 않았지만 의원들끼리는 그렇게 해석하더라. 이번에 부결시키되 당대표에게 결단을 요구하자는 이런 그룹이 하나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21일 의원총회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는 대신 의원 개개인의 자율투표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 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이 검토되고 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이낙연‧박영선 비대위원장’ 가능성에 대해 “주어지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열린 친낙(친 이낙연)계 모임에 참석한 바 있다.

 

이 대표가 당대표 사퇴 후 불구속기소 돼 개인 차원에서 재판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에서 나오는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이 대표 법정 출두를 종용했다.

 

한 장관은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가 기자들과 만나 “(기자간담회에서 한) 바로 그 얘기를 판사 앞에 가서 하시면 된다”며 “만약 대표님 말씀처럼 다 조작이고 증거가 하나도 없다면 대한민국 판사 누구라도 100%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이다. 소위 사법리스크를 일거에, 조기에 해소할 좋은 기회일 텐데 그걸 마다하고 (불체포) 특권 뒤에 숨으려는 이유를 국민께서 궁금해 하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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