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식대로 일 할래” 20·30 파격에 수십년 격식·관행 사라진다
“내 방식대로 일 할래” 20·30 파격에 수십년 격식·관행 사라진다

▲ 개인의 자유를 침해받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20·30세대가 기업의 주축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의 성향을 고려한 각종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복장자율화, 퇴근 후 연락금지, 회식자제 등이 대표적이다. 사진은 자유로운 복장의 직장인들. [사진=뉴시스] 

 

기업 내부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공과 사를 막론하고 엄격한 규율과 격식, 관행을 중시했던 과거와 달리 일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직원 개개인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회사와 일을 제외한 개인의 삶 부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받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20·30세대의 성향을 반영한 결과로 분석된다. 기업 입장에선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젊은 인재를 잡기 위한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이제는 당연해진 출·퇴근 자율 복장, 유니폼 고수하던 금융권도 결국 동참

 

정장과 넥타이, 구두로 대표되는 직장인의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복장 자율화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자유로운 복장의 직장인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제조업은 물론이고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까지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엄격한 규정과 규율,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금융권까지 복장 자율화 움직임에 동참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마지막까지 유니폼 제도를 고수했던 곳이 바로 금융권이다.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 중 복장 자율화의 신호탄을 쏜 곳은 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은 2019년 5월 유니폼을 전면 폐지하고 모든 직원들이 정장과 비즈니스 캐주얼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복장 자율화에 동참했고 2020년 우리은행, 2021년 하나은행도 근무복장 전면 자율화를 시행했다. 덕분에 지금은 모든 은행 직원들이 복장 규정에서 자유로워진 상태다.

 

전 산업 분야에서 복장 자율화 바람이 불게 된 배경에는 내부 구성원들의 가치관 변화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와 달리 자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 비중이 높아지면서 복장 규정 자체에 대한 불만이 커졌고 결국 기업도 직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복장 자율화가 업무효율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적지 않아 기업 입장에선 관련 조치를 더욱 서두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복장 자율화 도입 이후 사내 분위기가 유연해졌고 효율적인 복장 덕분에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의견을 보였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받는다는 생각에 심리적인 만족감도 높아졌으며 개인의 체질에 맞춰 체온 조절이 가능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나왔다. 사진은 복장자율화 제도를 도입한 시중은행들. [사진=각 사]

 

직장인들은 복장 자율화 바람을 크게 환영하는 모습이다. 앞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856명을 대상으로 ‘복장자율화’를 주제로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93.0%는 ‘찬성’을 선택했다. 찬성의 이유로는 ‘불필요한 사내규율이나 관습을 없앨 필요가 있어서’(36.7%), ‘업무효율 상승’(33.5%), ‘사내분위기 전환’(19.4%) 등을 지목했다.

 

복장 자율화 도입이 실제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았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복장 자율화 도입 이후 사내 분위기가 유연해졌고 효율적인 복장 덕분에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의견을 보였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받는다는 생각에 심리적인 만족감도 높아졌으며 개인의 체질에 맞춰 체온 조절이 가능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나왔다.

 

서울에 소재한 한 대기업에 다니는 홍영주 씨(35·여·가명)는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전에는 회사 내규에 헤어부터 옷, 구두 등 복장의 세세한 부분까지 정해놨다고 들었는데 복장 자율화가 된 지금 생가하면 도대체 왜 그랬나 싶다”며 “복장은 개인의 개성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인데 이를 획일적으로 규정하면 창의력도 떨어지고 조직 분위기도 딱딱해질 것 같다. 복장 자율화는 직원이나 회사 모두에 유익한 결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퇴근 후엔 개인의 자유시간 지켜달라” 요구에 퇴근 후 연락 금지, 투잡 허용 조치 등장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직원들이 늘면서 과거 자연스럽게 여겨지던 사소한 행동도 금기시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퇴근 후 연락 금지다. 과거 ‘회사가 곧 나고 내가 곧 회사다’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을 때는 업무와 관련 연락이라면 시간이나 장소를 고려하지 않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어느 나라이던 간에 전부 똑같았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회사와 개인, 근무시간과 개인시간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근무시간 외 연락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고조됐고 결국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기업들이 하나 둘 등장했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선근무시간 외 연락금지를 법으로까지 규제하고 있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주 35시간 근무로 유명한 프랑스는 2017년 근로자들에게 근로시간 외의 업무 연락을 무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이후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비슷한 법을 만들었다. 아프리카 국가인 케냐도 지난해 9월 고용법 개정안을 통해 직원들의 자유 시간과 근무시간을 구분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을 시행했다. 미국도 조만간 세계적 추세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9월 근로시간 외에 전화, 문자, SNS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직까지 법으로 규정되진 않았지만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사례도 등장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똑똑하게 일하기, 퇴근 후 업무 연락 자제 등 다양한 사내 캠페인을 추진해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또 화장품 도·소매업 기업인 마녀공장은 재충전 유급휴가와 퇴근 후 연락 자제 캠페인을 벌여 워라밸 실천기업으로 선정됐다. 산업은행도 노사협의회를 통해 ‘업무시간외 SNS를 통한 업무지시’와 ‘불필요한 회식 자제’ 등을 합의한 상태다.

 

직원들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최근의 분위기는 급기야 ‘투잡 허용’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물도 만들어냈다. 앞서 일본에선 민간 기업은 물론 정부부처까지 ‘투잡’을 허용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자국 내 일손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가 창업 및 기업활동 활성화, 근무방식 개혁 등을 위해 부업 확산에 나선 결과였다.

 

▲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회사와 개인, 근무시간과 개인시간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근무시간 외 연락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고조됐고 결국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기업들이 하나 둘 등장했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선근무시간 외 연락금지를 법으로까지 규제하고 있다. 사진은 퇴근 후 취미생활을 즐기는 직장인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에선 주52시간 제도가 투잡에 불을 지폈다. 근무 외 시간이 늘어난 직원들의 요구에 의해 ‘투잡’을 허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 국내 기업 50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투잡을 허용하는 기업이 29.5%나 됐다. 기업 10곳 중 3곳이 투잡을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기업 중 투잡의 허용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는 기업도 27%나 됐다.

 

투잡을 허용한 이유로는 △본업에 영향만 없다면 딱히 상관없어서’(77%, 복수응답) △직원의 업무시간 외 활동까지 제약할 법적 근거가 없어서’(36.5%) △직원의 능력 개발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10.8%) △노동 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 보충 차원에서’(4.7%) 등이 언급됐다. 또 응답 기업 중 30.9%는 ‘주52시간근무 확대로 투잡에 제한이 점점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20·30세대는 자유주의와 시장주의가 완전히 정착한 시기에 유년시절을 보냈다”며 “그들은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며 타인의 불적절한 간섭이나 통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는 성향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일 외적인 부분에선 자유를 보장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고 그렇지 않을 땐 과감하게 사표를 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그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직원 개인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조치는 앞으로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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