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동 떨어진 노인연령…시민 72.5% “65세는 노인 아냐”
현실 동 떨어진 노인연령…시민 72.5% “65세는 노인 아냐”

 

▲ 국내 노인 연령 상향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출생율 저하 속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기, 노인 연령 상향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돼버렸다. 사진은 만 65세는 노인이 아니다에 투표하는 시민. ⓒ르데스크

 

“이제는 65세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진 않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위기가 심화하면서 노인연령 상향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향후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부양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고물가에 국민연금 고갈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상당수 국민들도 노인 연령 상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르데스크가 시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시민들 과반수 이상은 현재 만 65세를 노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사회적 제도의 조정기간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노인연령이 상향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민 72.5%, 만 65세 노인 아니다…“건강하고 한창 일 할 나이”

 

▲ 르데스크에서 시민들을 직접 만나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 대부분 시민들이 만 65세는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수명증가와 경제활동, 건강상태 증진 등 다양했다.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르데스크가 시민 153명을 대상으로 ‘만 65세를 노인으로 생각하십니까’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2.5%(111명)는 노인이 아니라고 답했다. 노인이 맞다고 답한 이들은 27.4%(42명)에 불과했다.

 

김미령(67세·여)씨는 “나도 65세가 넘었는데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 친구들만 봐도 전부 건강하고 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65세면 아직 한창인 나이다”고 말했다.

 

이지하(26·여·가명) 씨는 “65세는 이제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화장품 판매업 특성상 고객님들이 나이를 자주 밝히시는데, 정말 50대 같으신 분들 중에서도 65세를 넘긴 분들이 많다. 심한 경우에는 40대처럼 보이는 65세 손님도 봤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이라고 하면 옛날에는 꼬부랑 할머니들을 생각했는데 요즘은 전혀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노인실태조사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65세를 노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만 65세 이상 99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고령층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은 72.6세로 7.6세나 높았다.

 

반면 65세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철영(32)씨는 “우리 아버지의 경우 만 65세인데 몸이 많이 불편하셔서 노인 복지 혜택을 잘 받고 있다”며 “요즘 노인분들 건강이 좋아져서 65세가 노인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모든 65세가 건강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노인 연령 상향 문제는 건들면 많이 민감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지연(23·여)씨는 “일단 나라에서 법적으로 지정한 나이가 65세니까 노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회 또한 약속한 듯 65세에 맞춰서 노인 대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는 물론이고 사회에서 퇴직하는 나이도 65세로 맞춰져 있으니, 건강이나 그런 개인적인 것을 떠나서 사회적으로 65세는 노인이 맞다”고 주장했다.

 

대중교통 무임승차 논란부터 국민연금 고갈 우려까지…노인연령 개편 필요성⬆

 

▲ 국내 출생률이 매년 감소하는 것과 반대로 노인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2050년 노인인구는 무려 1900만명에 도달, 인구 40%가 노인이 된다. [자료=통계청]

 

사회적으로 만 65세가 노인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법적으로 노인 연령은 만 65세로 책정돼 있다. 벌써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노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연령 상향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무임승차로 서울 지하철 운영손실이 매년 가중된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더 이상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구시는 대중교통 무상 이용 기준을 70세로 자체 상향시켜버리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연금 고갈 우려도 나온다. 국민 노령연금은 국민연금에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했을 시 만 65세부터 평생 동안 매달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엔 평균 수명이 70.7세로 65세 수령 기준 5년 6개월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1년 기준 평균수명은 83.6세로 13년이나 늘었다.

 

국민연금 고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생산가능 인구. 즉 젊은층이 세금을 더 내거나 연금 수령 연령을 상향하는 등의 대책이 불가피하다. 다만 젊은 층에게 모든 부담을 돌리게 된다면 경제 악화로 출산율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는 “국민연금 위기를 불러올 외생적 요인을 고려할 때 연금 수급 연령을 먼저 상향 조정해야 한다”며 “준비 및 조정 기간을 단축해 2025년부터 1년씩 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면 2030년에는 연간 4분의 1이상의 급여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또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는 것은 고령층뿐만 아니라 청년층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청년들도 언젠가 노년이 되는데 납부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결국 조삼모사와 같은 결과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연금 개혁안에 젊은 세대가 동참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프랑스 정부가 연금개혁을 선언한 후 파리 시내 거리에는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학생과 청소년 등 미래세대도 다수 있었다. 젊은 세대가 거리에 나온 이유는 ‘연금 문제’는 세대 갈등이 아닌 나를 포함한 국민의 문제란 전제가 깔려있다. 그래서 프랑스 시위대 한 청소년은 ‘미래의 나와 내 부모님을 위해’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석하기도 했다.

 

"노인 연령 상향 불가피하지만 사회적 합의, 점진적 개편 이뤄져야"

 

▲ 고령화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노인 대중교통 무임승차가 논란이다. 다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국민연금같은 사회적 파장 클 수 있는 문제들도 많다. 사진은 국민연금 건물.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노인 연령 상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 팀장은 “향후 5년, 12년 이내에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가장 큰 부담이 본격적으로 부각된다”며 “2025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인구부담이 증가하고 곧 세계 최고의 인구부담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노인연령 조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5년부터 10년에 1세 정도 점진적으로 노인 연령 상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노인연령을 상향 조정할 경우 생산연령 대비 노인인구가 60%가돼서 현재 기준에 비해 36%p 낮아진다.

 

일부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국가에서도 노인 연령 상향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노령연금 수급 연령 66세지만 정년을 폐지했다. 일본의 경우 국내보다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서 연령 상향을 이미 시도한 바 있다. 일본 공적연금 수급 연령은 2001년 61세였다가 2013년 65세로 상향 조정됐다. 또한 65세 기업 정년을 폐지했고 정년연장과 계속고용제도를 선택할 수 있게 개선했다.

 

독일은 법정연금 보험 등 공적 연금의 수급 개시연령과 정년 모두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탈리아·그리스·아이슬란드 등 국가는 이미 67세까지 상향조정을 끝낸 상태고 추가 조정도 논의 중이다.

 

설문조사 중 만난 이기태(28·가명) 씨는 “지금 또래 사이에서는 국민연금 못 받을 거 같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며 “노인 연령 상향은 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중요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냥 개인적인 아이디어지만 연령을 늘리기보다 노인 연령별로 등급을 만드는 방안도 괜찮을 것 같다”며 “예를 들어 70세까지 혜택과 70에서 75세 혜택을 단계별로 다르게 분리 시키는 것이 그나마 반발이 덜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연령 상향에는 국민·사회적 합의 그리고 그에 따른 안전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적 합의 없이 무턱대고 노인 연령을 상향한다면 국민적 반발은 물론이고, 공백기로 인한 경제적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태석 팀장은 “사회적 합의 없이 외부 충격에 의해서 급격하게 노인연령이 상향 조정됐을 때는 이해 충돌이 있어서 다시 하향 조정 논의가 있을 수 있다”며 “그렇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에, 자체적 계획에 의해 점진적으로 계획에 따른, 스케줄에 따른 상향 조정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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