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쩍 마른 거 보단 찐 게 낫지” 요즘엔 칭찬 아닙니다
“삐쩍 마른 거 보단 찐 게 낫지” 요즘엔 칭찬 아닙니다

[Le view<186>]-위기의 아이들(下-나쁜 식습관) “삐쩍 마른 거 보단 찐 게 낫지” 요즘엔 칭찬 아닙니다

초·중·고 학생 10명 중 3명 과체중·비만, 식습관 원인

르데스크 | 입력 2023.02.09 17:04

 

▲ 소아·청소년의 비만·과체중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PC·스마트폰 사용량 증가에 따른 운동부족과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등에 의존하는 나쁜 식습관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진은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로 불리는 햄버거. ⓒ르데스크

 

소아·청소년의 비만·과체중 문제가 심각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삐쩍 마른 것 보단 찐 게 낫다’며 무조건 많이 먹으라고 권유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한 행동으로 치부될 정도다. PC·스마트폰 사용량 증가에 따른 운동부족과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등에 의존하는 나쁜 식습관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경우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으로 여겨지던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초·중·고 학생 10명 중 3명은 ‘뚱뚱’…나쁜 생활·식습관이 결정적 요인

 

교육부가 전국 1023개교 표본 학교의 건강 검사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2021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 10명 중 3명은 과체중이나 비만 상태다. 비율로는 30.8%로 2년 전 대비 5.0%p 올랐다. 최근 5년 통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몸무게 증가율의 경우 초등학교 남·녀 학생,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의 평균 몸무게는 52.1㎏으로 2년 전 대비 3.3㎏ 불었다. 여학생의 평균 몸무게는 47.6㎏으로 1.5㎏ 증가했다.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의 몸무게는 2년 전보다 2.2㎏ 늘어난 67.5㎏으로 집계됐다.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몸무게(58.2㎏)는 0.2㎏ 증가했다.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의 몸무게(55.3㎏)와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몸무게(71.5㎏)는 2년 전에 비해 변동이 거의 없었다.

 

전체 학생 중 비만 학생 비율은 19.0%, 과체중 학생 비율은 11.8%로 2년 전 대비 각각 3.9%p, 1.1%p 상승했다. 비만과 과체중은 혼동해 사용되기 쉬우나 엄밀히 따지면 개념이 다르다. 신장에 대한 몸무게의 비중인 체질량 지수에 따라 비만과 과체중이 구분된다. 체질량 지수가 25를 넘으면 비만, 23~25일 때는 과체중으로 각각 분류된다.

 

초·중·고 학생의 비만·과체중 비율이 늘어난 원인으론 PC·스마트폰 사용량 증가에 따른 신체활동 감소와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등 고열량·고지방 식품 위주의 나쁜 식습관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실내활동 위주로 바뀐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학생들의 신체 활동은 감소한 반면 고열량·고지방 식품 섭취는 늘어나면서 비만·과체중 학생이 늘었다”고 진단했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나이가 어릴수록 열량 소비가 높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초·중·고 학생의 비만·과제중은 식습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과도하게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한 탓에 체내에 지방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학생들의 채소 매일 섭취율은 모두 떨어져 초등학생은 26.58%, 중학생 24.87%, 고등학생 21.68% 등에 불과했다.

 

심지어 초등학생의 경우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율’이 무려 74.4%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또 대한영양사협회가 전국 초등학생 학부모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들이 편식한다는 응답도 57%에 달했다. 같은 조사에서 학부모의 54%는 ‘자녀가 가공 식품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당뇨·고혈압 등 성인병부터 성장방해까지…“소아비만, 다이어트 보단 잘 먹는 게 중요”

 

문제는 비만·과체증이 여러 가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이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소아비만의 가장 큰 문제는 80~85%가 성인 비만으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성인 비만의 경우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심근경색, 뇌출혈 등의 성인병이 조기에 나타날 뿐만 아니라 심하면 어릴 때부터 이러한 성인병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비만으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 어린 나이에도 성인형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다.

 

비만 학생의 성인병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통계 결과도 존재한다. 서울시교육청의 학생건강검사 자료에 따르면 비만 진단을 받은 학생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시행한 결과 혈당 수치와 콜레스테롤 수치, 간수치 지표도 증가해 만성질환 위험 지표도 함께 나빠졌다. 또 2021년 비만 진단을 받은 학생 중 초등학교 고학년의 26.9%, 중학생의 40.3%, 고등학생의 30.4% 등이 고혈당이었다.

 

 

▲ 의료계 등에 따르면 소아비만의 가장 큰 문제는 80~85%가 성인 비만으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성인 비만의 경우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심근경색, 뇌출혈 등의 성인병이 조기에 나타날 뿐만 아니라 심하면 어릴 때부터 이러한 성인병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사진은 비만탈출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등학생들. [사진=뉴스1]

 

과거 어른들이 많이 하던 ‘많이 먹어야 잘 큰다’는 말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적당한 영양 섭취는 중요하지만 과도한 음식물 섭취로 인한 비만 상태일 경우엔 오히려 성장에 방해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료계에 따르면 비만은 성조숙증을 유발해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론 천천히 자라는 아이들보다 성인이 됐을 때 키가 더욱 작을 가능성이 높다.

 

각종 성인병 유발은 물론 정상적인 성장까지 방해하는 비만·과체중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나쁜 식습관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성인과 달리 체중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삼을 게 아니라 체중이 더 늘지 않도록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억지로 체중을 줄였다간 자칫 성장에 방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숙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소아비만의 결정적 원인은 부적절한 식생활과 식습관이다”며 “어렸을 땐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고민하지 않고 먹이다 보면 결국 탄수화물이나 지방, 단백질 등 특정 영양소에 치우친 식사로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고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 먹지 않도록 꾸준히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지영 교수는 “소아비만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은 소아는 어른과 달리 성장을 계속한다는 사실이다”며 “방법 역시 체중을 줄이는 게 아니라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방식을 택해야 한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위주로 섭취하면서 매일 꾸준히 운동하면 키가 크면서 자연히 비만이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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