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불론 못 사고 할부는 부담되서 그냥 안 살래요”
“일시불론 못 사고 할부는 부담되서 그냥 안 살래요”

[Le view<185>]-고금리시대 소비동향(①-할부거래 위축) “일시불론 못 사고 할부는 부담되서 그냥 안 살래요”

기준금리 인상에 차·스마트폰 소비재 할부 금리도 껑충

르데스크 | 입력 2023.02.08 17:13

 

▲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소비재 시장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특히 할부 거래로 이뤄지는 고가 소비재의 경우 과거에 비해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출고 중인 신차들. [사진=뉴스1]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가 일반 소비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스마트폰, 전자제품 등 주로 할부로 거래가 이뤄지는 고가 소비재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소비자 할부 금리에도 영향을 미친 탓이다. 무이자, 0%대 금리 등 파격적 혜택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할부 금리가 10%에 육박하는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선뜻 구매를 결정했을 소비 심리는 ‘쓸 수 있을 만큼 쓰자’ 쪽으로 기울고 있다.

 

고금리 여파에 외제차, 중고차, 스마트폰 등 할부로 거래되는 고가 소비재 판매량 ‘뚝’

 

할부 거래가 기본인 자동차 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할부 금리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대수는 1만6222대로 집계됐다. 2022년 12월 대비 45.3%, 2022년 1월 대비 6.6% 각각 감소한 수치다. 지난 5년 내 1월 신규등록에서 가장 저조한 수준이기도 하다.

 

수입차 판매량 감소는 계절적 특성, 고금리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다만 실질적인 부담으로 이어지는 고금리 여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는 워낙 고가로 상당 부분이 리스나 법인 차량이다”며 “리스는 금리에 영향을 받아 줄어든 것이다”고 진단했다.

 

국산차도 판매량의 변화는 미비하지만 불황의 전조는 나타나고 있다. 계약취소가 잇따르면서 출고 대기기간이 빠른 속도로 단축되고 있다. 대기물량이 빠지고 나면 결국엔 판매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제네시스 GV80 2.5T 휘발유 모델의 경우 작년 11월만 하더라도 30개월을 대기해야 했지만 이달에는 10개월까지 단축됐다. 같은 기간 제네시스 GV70(휘발유)은 16개월에서 6개월로, 기아 쏘렌토(10개월)에서 5개월로 각각 줄었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판매사의 금리 혜택이나 프로모션이 따로 없는 중고차 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중고차 거래량은 28만5976대로 1년 전(33만 4054대) 대비 14.4% 급감했다. 현재 17개 캐피탈 및 카드사의 중고차 할부(나이스 신용평가, 900점 초과, 36개월 할부 기준) 최고 금리는 4.9~19.90%로 지난해 상반기 4∼11%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올랐다.

 

대표적인 할부 구매 품목 중 하나인 스마트폰 교체주기도 길어지고 있다. 과거엔 통신사 약정 기간 2년에 맞춰 최신 기종으로 바꾸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요즘엔 기기에 큰 이상이 없는 한 선뜻 교체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역대 최장 수준인 43개월로 추산됐다. 스마트폰 구매 할부의 경우 금리가 5.9%로 정해져 있지만 고금리 여파로 이자 부담이 늘면서 월 고정비 성격의 할부 구매를 꺼려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12개월·24개월 무이자 할부 없앤 카드업계 보릿고개에 가전업계도 불똥

 

카드 할부 거래가 활성화돼 있는 전자제품 등 고가의 소비재 시장도 금리인상의 직격타를 맞고 있다. 카드사의 조달 비용이 크게 늘면서 무이자 할부 혜택 등이 축소된 탓이다.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은행, 저축은행 등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여신에 필요한 대출 재원을 충당한다.

 

과거 기준금리가 0%대 일 때는 통상 1%대로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지금은 최소 2~3%대 금리를 책정해야 한다. 심할 경우 6%대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경우도 있다. 카드사 입장에선 조달비용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카드사들은 조달비용 증가로 줄어든 마진을 보전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올리고 무이자 할부기간 등 혜택을 축소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 카드 무이자 혜택이 줄어들면서 고가의 전자제품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통상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전자제품의 경우 대부분 카드 할부로 구매하는데 무이자 혜택이 줄어들면 아무래도 비용 부담 때문에라도 구매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재고자산은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제품을 옮기고 있는 운송기사들. [사진=삼성전자]

 

일례로 삼성카드는 올해부터 프리미엄 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프리미엄 리워즈’ 최대 무이자 할부 기간을 기존 4~6개월에서 1~2개월 축소했다. 신한카드도 지난해 말부터 대형 유통가맹점, 온라인 쇼핑몰 등과 제휴해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KB국민·현대·롯데·우리카드도 같은 기간 무이자 할부 혜택 기간을 크게 줄였다.

 

카드 무이자 혜택이 줄어들면서 고가의 전자제품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통상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전자제품의 경우 대부분 카드 할부로 구매하는데 무이자 혜택이 줄어들면 아무래도 비용 부담 때문에라도 구매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재고자산은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52조922억원으로 전년 12월(41조3844억원)보다 10조7078억원(25.9%) 늘었다. 전년 동기(33조5923억원)과 비교하면 18조4998억원(55%)이 증가했다. 완성품 재고 자산도 늘었다. 작년 6월 말 기준 완제품 재고 자산은 17조5741억원으로 전년 12월 말(12조2805억원)과 비교해 43.1%나 증가했다. LG전자의 완제품 재고도 작년 6월 기준 5조410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말 대비 16.2% 증가했다.

 

가전업계 내부에서도 최근의 판매부진 이유로 카드사 할부 혜택 축소를 꼽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백화점 가전제품 매장 관계자는 “예전엔 TV, 냉장고 등 고가의 가전제품은 무이자 할부 혜택이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24개월까지 됐는데 요즘엔 1000만원이 넘는 제품도 무이자 혜택이 최소 3개월 밖에 안된다”며 “무이자 할부 혜택 기간만 문의한 후 발길을 돌리거나 구매를 취소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할부 구매가 일반화 된 고가의 소비재 같은 경우 아무래도 금리 인상 여파를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금리 부담으로 인해 해당 제품의 판매가 줄어들게 되면 장기적으로 볼 때 관련 산업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나 가전의 경우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금리인상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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