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후폭풍 덮친 학원가…‘비싸거나 망하거나’ 양극화 심화
저출산 후폭풍 덮친 학원가…‘비싸거나 망하거나’ 양극화 심화
▲ 올해 들어 국내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이다. 특히 학생 수 감소가 가장 빠르게 체감되는 지점은 대학입시다. ⓒ르데스크

  

“요즘 학교도 그렇고 학원도 그렇고 애들이 없어요. 강남권의 대규모 학원들은 학생들이 줄을 서는데 그 외에 학원들을 보면 학생이 없어요. 학원장 모임에 나가면 학원 내놓았다는 사람이 수두룩해요”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사교육 업계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종합학원은 수강생이 줄어 존폐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프리미엄·소수정예 등의 이름이 붙은 고가 사교육 수요는 늘고 있는 모습이다.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나자 아이를 위한 투자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격차가 벌어지고, 교육비 부담이 커지는 만큼 대책 마련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출산 추세 확대에 ‘골드키즈’ 성향 뚜렷…프리미엄·소수정예 교육 선호

 

지난 10년 사이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자녀의 학업성취도 격차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0년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 분야 양극화 지수'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생의 학업성취역량 불균등배분지수는 177.7로 10년 전보다 심화됐다. OECD 평균 가정배경 영향력 점수는 29.7이지만 한국은 42.8점으로 매우 높다.

 

인기 과외 강사 김민우(가명)씨는 “요즘은 특정 몇 군데 인기학원 또는 고액 과외가 성행하고, 한 가구에 아이가 보통 1명이라서 조금 무리해서라도 교육비를 투자하는 경향이 많다”며 “현역이 일반적으로 N수생보다 좋은 대학 진학률이 더 낮기 때문에 대형 재수학원들이 인기가 많고, 지방에서 올라와 방을 잡고 학원을 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 지난 10년 사이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자녀의 학업성취도 격차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0년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 분야 양극화 지수'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생의 학업성취역량 불균등배분지수는 177.7로 10년 전보다 심화됐다. 사진은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르데스크

 

저출산 추세 속에서 ‘골드키즈(Gold Kids)’ 시장은 고속 성장하고 있다. 골드키즈란 왕자나 공주처럼 귀하게 자라는 외동아이를 뜻하는 신조어다. 내 아이에게 최상위 교육이 아닌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 역시 만연하다. ‘프리미엄’, ‘소수정예’ 등의 이름을 붙인 학원의 상호명이나 강좌이름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한티역에서 만난 학부모 김정미씨는 “우리 아이가 이제 고2인데 강남의 유명학원 단과 학원비는 보통 1회에 3시간씩 주4회, 40만원 정도이고, 반 학생 수는 150~200명 정도이다”며 “여기에 추가 수업 및 과외까지 진행해서 한달에 300만원 정도 교육비로 쓴다”고 말했다.

 

상계동에서 만난 학부모 이수경씨는 “가계형편이 그다지 넉넉지 않아 교육비로 큰 금액을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인데, 아이가 EBS와 인강을 적극 활용해 본인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 줘서 너무 고맙다”며 “어떤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지 않겠느냐, 그런데 학원비와 과외비가 정말 너무 비싸졌다”고 한탄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정원 내 입학생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오히려 정원 외 입학생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초·중‧고등교육에 상응하는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한 재외국인 역시 정원 외 입학생에 포함된다.

 

강남의 한 학원가 원장은 “요즘은 종합학원에 대한 수요가 정말 없고, 한티와 대치동에 수요가 거의 다 몰려있다”며 “청담, 압구정 등 부모의 경제력이 좋은 지역은 오히려 국내입시교육을 시키지 않고, 유학을 많이 보내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어 “재외국민으로 외국에서 살았다가 국내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수능시험을 보는 것보다 훨씬 좋은 대학에 갈 확률이 높고, 또 외국대학에서 편입으로 SKY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중‧소형 학원가 폐업률 급증…교육계 종사 자영업자 “버티기 힘들다”

 

▲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펜데믹과 학생 수 감소로 문을 닫는 학원과 교습소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정책부터 이어진 재정악화로 인한 위기가 현실화됐다. [사진=뉴스1]

 

국내 학원 업계의 재정상태는 2020년 3분기 역대 최악으로 악화됐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국내 교육서비스업체가 해당 분기 예금취급기관에서 받은 대출금은 10조7873억원이다. 이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8년 이래 최대 대출 규모이자이다.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에 따르면 전국 읍·면·동 단위 통계를 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이 전국에서 학원 수가 가장 많다. 지난해 10월 가장 학원이 많은 곳은 대치동으로, 총 1216곳의 학원이 있다. 2위와 3위는 서울 양천구 목동(1035개)과 신정동(835개)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최진태(가명)씨는 “코로나19부터 방역패스 규제로 학원 운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임대료도 못내는 상태라며 “대형학원은 자본력으로 버틸 수 있지만 우리와 같은 소상공인들은 이제는 정말 한계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수 감소에 그나마 남아있던 학생들까지 강남권 학원가로 다 가버려 이젠 정말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식 서울교대 교수는 “2020년 교육 분야 양극화 지수”를 통해 2010년보다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부모의 경제력이 사교육을 통해 자녀에게 학교 밖의 추가적인 교육 기회를 증대시키며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부모의 경제력 결정 과정에서 형성된 부모 자신의 교육 경험이 자녀의 학습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부모의 경제력으로 선행학습 등을 접한 학생일수록 학교 내 자원이나 기회 활용도가 더 높고, 학교 교육이 사회경제적 배경 수준이 높은 가정 자녀들에게 유리한 면이 있도록 제도화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부모 경제력에 의해 직접적으로 좌우되는 사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EBS 방송 활용도를 높이고 방과 후 학교를 내실화하는 등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부모 경제력 영향이 학교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개혁하기 위해 모든 학생의 실질적 학습 기회와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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