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역린’ 건드린 찍어내기…과연 내년에 잊혀질까
‘청년 역린’ 건드린 찍어내기…과연 내년에 잊혀질까

 

▲ 최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교통정리 성격의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국민 중 상당수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나경원 전 의원. [사진=뉴스1]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각종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후보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교통정리 성격의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탓이다. 세력 다툼의 중심에는 ‘대통령의 복심’을 자처하는 이른바 ‘친윤’ 세력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친윤 세력은 선거 룰을 바꾸고 타깃을 정해 깎아내는 식으로 ‘가지치기’를 시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친윤 세력을 지지하는 일부 국민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 중 상당수가 과정의 불공정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공정과 정의에 유독 민감한 청년세대의 경우 친윤 세력의 행보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모습이다. 정치성향과 무관하게 상당수 청년들이 “당 대표 선거에서 보여준 불공정한 모습들이 내년 총선 전에 잊혀질 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전체 1등은 룰 바뀌어서 아웃, 당원 1등은 배신자 프레임 찍혀서 아웃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는 오는 3월 치러지지만 친윤 세력의 물밑 작업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구랍 19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때 당원 선거인단 투표 100%를 적용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기존 ‘7대3’(당원투표 70%·일반 국민 여론조사 30%)인 대표 선출 규정을 변경해 당원투표 비율을 100%로 변경한 것이다.

 

일각에선 당 내 지지는 낮지만 일반 국민 지지도가 높은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과 함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역선택’으로 인한 혼란을 차단했다는 점이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서 반대 목소리는 점차 힘을 잃었다. ‘역선택’은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다른 당 지지자들이 경쟁력이 강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일부러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얼마 전 당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나경원 전 의원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기후대사 해임 사태 이후 국민의힘 내 이른바 ‘친윤’ 세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다시 들끓고 있다. 앞서 차기 당권주자 지지율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기후대사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 윤 대통령이 문책성 조치인 ‘해임’으로 대응한 게 발단이 됐다.

 

 

▲ ‘친윤’ 세력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최근 차기 당 대표 지지율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이를 두고 여론 안팎에선 ‘친윤’ 세력의 노골적인 압력이 작용한 결과라며 누가 봐도 명백한 ‘가지치기’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었다. 나 전 의원을 정권의 반대 세력으로 낙인찍는 식으로 당 대표 출마 저지를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당원 대다수가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반대 세력이라는 낙인은 당 대표 출마 후보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만 놓고 보면 ‘친윤’ 세력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해임 조치 이후 당 내 지지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친윤’ 세력의 지지를 받는 김기현 의원이 나 전 의원을 누르고 1위에 올라섰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중 여당 지지층 397명에게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김 의원 35.5%, 나 전 의원 21.6%, 안철수 의원 19.9%, 유승민 전 의원 7.4% 등으로 집계됐다.

 

앞서 조사와는 180도 다른 결과다. 같은 조사기관이 실시한 직전 조사(12월 27일~29일)에선 김 의원이 15.2%, 나 전 의원이 30.8% 등을 각각 기록했다. 불과 1주일 사이 수위 주자가 바뀐 것은 물론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밖으로 한참 벌어진 것이다. 현재 나 전 의원은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나 전 의원이 출마를 못하게 될 것이란 전망과, 그럼에도 출마를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공정과 상식 한참 벗어난 불공정 정치…내년 총선까지 잊혀지지 않을 듯”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은 거센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공정과 정의에 유독 민감한 청년세대의 경우 이번 국민의힘 내홍 사태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전형적인 구태정치이자 불공정 정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이러한 반응이 정치성향과 지지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자신을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밝힌 대학생 홍현우 씨(25·남·가명)는 “사실 과거 보수정당이 밀실정치, 구태정치 등의 행태로 외면받아 청년층의 마음을 잡지 못했지만 지난해 대선부터 지방선거까지 국민의힘이 청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과거 문재인정부의 불공정 행태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보인 행태는 과거의 실망스러웠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은 거센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공정과 정의에 유독 민감한 청년세대의 경우 이번 국민의힘 내홍 사태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이다. 사진은 국민의힘 초선의원들. [사진=뉴스1]

 

이어 “이번에 유력 후보의 사전 견제를 주도한 ‘친윤’ 세력도 분명 역풍 가능성을 염두 했을 거라고 보는데 과연 수습책은 마련해놨는지 의문이다”며 “만약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의 사법리스크나 총선까지 1년여의 시간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면 패착이 아닐까 싶다. 생각보다 청년세대는 기억력이 아주 좋다”고 강조했다.

 

서울소재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강승태 씨(35·남·가명)는 “3월에 치러지는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보여지는 일련의 상황은 ‘수준이 상당히 낮은 정치질’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며 “정책 기조나 추구하는 가치가 부합한다고 판단해 그동안 국민의힘을 지지해왔는데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보인 불공정한 행태로 인해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리 다른 것을 잘해도 공정과 정의의 가치에서 벗어나는 행태를 보인다면 표를 줄 마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민심이 곧 당심이라 했지만 보여지는 모습은 당심이 아니라 윤심만 따르라는 식이다”며 “나경원 부위원장이 이런 압력을 딛고 출마를 결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진단했다.

 

▲ 다수의 전문가들은 청년세대에서 불고 있는 역풍에 대해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며 내년 총선 전까지 돌아선 청년민심을 어떻게 수습할 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모습은 차기 총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사진=뉴스1]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나경원 부위원장에게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라면서 “무조건 국민의힘 당심이 윤심을 따라간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나경원 부위원장을 압박할수록 당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너무하다’라는 동정론이 일 수 있고 특히 국민 여론이 나 부원장으로 기울어 향후 더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슷한 견해가 나왔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작은 것 챙기려다 큰 것을 잃는 대인배답지 못한 모습이다”며 “이런 식으로 해서 정치가 혼란스러워지면 결국 내년 총선이 어려울 거고 대통령도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겠나. 그런데 거기까진 안 보고 당장 급한 대로 눈앞에 있는 것만 챙기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중진의원도 “‘제2의 진박 싸움’이 벌어지면 총선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며 “당이 더 중요한데 당을 죽이고 대표가 되면 뭐하나. 이렇게 하는 건 국민에게 정치혐오가 아니라 ‘국민의힘 혐오’를 부추기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역풍 현상은 지지율 조사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이달 9일~13일(1월 2주차) 전국 성인 남녀 2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전주 대비 1.8%p 오른 45.7%를 기록한 반면 국민의힘은 0.1%p 상승한 40.5%에 그쳤다. 두 정당의 지지율 차이는 불과 1주일 전 조사에선 오차범위 이내였으나 이번 조사에선 오차범위 밖으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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