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공·메면·와창까지…비하·혐오 얼룩진 게임문화 그림자
던공·메면·와창까지…비하·혐오 얼룩진 게임문화 그림자
▲ 게임유저들끼리 비하 발언이 최근 더욱 심해지고 있다. 사진은 PC방에서 던전앤파이터를 플레이하는 유저. ⓒ르데스크

 

온라인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비하발언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특정 게임 이용자를 향한 혐오와 비하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별명은 던공이다. 던공은 '던전앤파이터를 하는 유저는 공익'의 줄임말로 던전앤파이터 유저는 물론 공익들도 무시하는 혐오 발언으로 공익 판정을 받은 남성은 비정상이란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는 네오플에서 2005년도에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은 넥슨의 주력 게임 중 하나다. 국내에서의 인식과는 다르게 2020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PC 게임이다. 최근에도 넥슨 매출을 견인하는 주요 게임으로 활약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서비스로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1위 달성과 최우수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만 인기와 매출이 무색하게 국내에서 던전앤파이터 인식은 최악이다. 국내에서 던파는 '던공'으로 불리며 대부분 커뮤니티에서 조롱의 대상이다. 던공이라는 오명은 2016년 던파 페스티벌에서 의자가 체중을 못 이겨 부러졌다는 사진부터 2017년 던파 대회에 공익이 출전하면서 '던파는 공익 게임'이라는 인식이 대중적으로 퍼져나갔다.

 

"이제는 정말 불쾌해요"…온라인 유머에서 혐오로

 

▲ 지난해 던전앤파이터 유저들을 비하한 네이버 웹툰이 비난을 받고 해당 내용을 수정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사진=던전앤파이터홈페이지 갈무리]

 

던공이라는 오명은 이제 찾지 않아도 온라인 커뮤니티나 스트리머 방송에도 간간이 등장할 정도로 '밈'화 됐다. 실제로 최근에는 네이버 인기 웹툰 '뷰티풀 군바리'에서 던전앤파이터 비하 대사로 공분을 사 해당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밈'화된 혐오 표현이 얼마나 무감각하게 비하 발언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게이머에 대한 비하 표현은 던파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인기 게임인 메이플은 메면(메이플하는 사람은 군대 면제), 리니지는 린저씨(리니지하는 사람은 아저씨), 로악귀(로스트아크하는 악귀) 등 다양한 비하 별명을 가지고 있다.


만연하는 게이머 비하 발언을 단순 유머로 받아들이는 유저도 있지만, 대다수 유저는 불쾌감을 나타냈다.


던전앤파이터를 10년 가까이 즐긴 이규현(27) 씨는 "예전에는 친구들에게 '던파 하는데, 해볼래?'란 말을 거리낌 없이 했는데 지금은 어디 가서 던파한다는 말도 당당하게 못한다"며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게임이 이런 식으로 알려지고 대우받는 모습에 기분이 유쾌하진 않다"고 말했다.


게임의 이미지가 바닥까지 추락할 때까지 방만한 게임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유저는 "게임사 측에서 처음부터 오명을 만들지 않기 위해 강경 대응을 하거나 해명을 했어야 했는데 인식개선을 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며 "이제는 유저들도 스스로 자해하는 용도 비하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니 인식개선은 늦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네오플 관계자는 해당 문제에 대해 "사내에서도 던공을 쓸 정도로 던파가 어떤 식으로 불리는지 잘 알고 있다"며 "초기에는 던전앤파이터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단 우려로 다양한 노력을 시도했지만 전부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 박혀버린 이미지를 뿌리뽑기가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서 지금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고, 비하 표현을 없애는 방식보다는 사회 공헌이나 대회 활동 등으로 게임 자체 이미지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게이머를 비하하는 게이머들결국 누워서 침뱉기

 

▲ 전문가들은 타게임을 비방하는 행위는 소속감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점점 심해지는 혐오표현은 결국 국내 게임업계에 부정적 인식만 증폭시켜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특정게임을 하는 유저를 비하하고 모욕하는 댓글. [사진=커뮤니티갈무리]

 

더 큰 문제는 게임계에 만연한 비하 발언은 외부가 아닌 게이머들 사이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던공이란 단어도 일반인들이 아닌 같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근거 없이 던전앤파이터를 비하하기 위해 시작됐고 그것이 유행처럼 번져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실제로 던파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를 '던북공정(동북공정의 앞 글자를 바꾼 단어)'이라고 부르고 있다.


메이플스토리에 메면 또한 게이머들을 통해 만들어졌다. 메면의 경우 던전앤파이터 유저들이 본인들 게임에 계속 비하 발언과 조작·선동을 하는 메이플 유저들을 겨냥해 공익보다 아래 단계인 '면제'를 붙여 방어하는 단어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메이플과 던전앤파이터 모두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형제 게임이다.


전문가들은 게이머들 사이에 문화처럼 자리 잡은 비하 발언의 원인으로 소속감을 꼽았다. 소속감에 의한 타 그룹 배척은 정치, 커뮤니티, 음악, 팬덤 등 게임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 만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속감을 얻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가 적을 만들어 그들을 비하하고 깎아내리며 소속된 그룹에서 함께 우월감을 느끼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또한 게이머들 끼리의 비하 발언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은 게임 수명과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켜 경제적 피해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같은 게이머들끼리 서로를 비하하고 혐오하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며 "유저들끼리의 비하는 결국 제살 깎아먹기고 게임의 문화적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밝혔다. 이어 "게임계에 퍼진 혐오를 지우기 위해서는 기업도 노력해야겠지만, 유저들이 서로의 게임을 존중하고 올바른 게임문화가 정착하게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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