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두뇌들 공정·실리 행보에 구태 노조권력 균열
젊은 두뇌들 공정·실리 행보에 구태 노조권력 균열

[Le view<154>]-노동계 지각변동(上-세대교체) 젊은 두뇌들 공정·실리 행보에 구태 노조권력 균열

무리한 요구로 공멸 부추기는 기존 노조권력 행태에 염증

르데스크 | 입력 2022.12.05 16:58

 

▲ 최근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기존 노조의 구태를 타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청년세대는 불필요한 갈등 대신 대화와 타협으로 노사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직접 테이블에 뛰어 들었다. 사진은 지난해 택배파업 당시 파업 참여를 거부하는 비노조원들의 안내문. [사진=뉴스1]

 

대화와 타협 대신 삭발투쟁과 거리시위를 일삼으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던 기존 노조권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상식과는 거리가 먼 무리한 요구로 공멸 위기를 자초하는 행태에 염증을 느낀 청년세대가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갈등 대신 대화와 타협으로 노사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직접 테이블에 뛰어 들었다. 효율과 실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성향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덕분에 청년세대가 주축이 된 노조가 빠르게 늘고 있다. 청년세대는 직접 노조를 만들거나 기존 노조 내에서의 영향력을 넓히는 식으로 기존 노조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 아직까진 기존 노조권력에 밀려 완벽한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지만 정부와 사측의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한국경제의 해묵은 숙제가 해결될 날도 머지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루 만에 끝난 지하철 노조 파업, 출·퇴근 대란 장기화 막은 주역은 청년세대 노조

 

지난달 30일 시작된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으로 발생한 출·퇴근길 지하철 대란은 다행히 하루 만에 끝났다. 당초 노동계 전반에 불고 있는 강도 높은 투쟁 분위기에 휩쓸려 파업 장기화가 예상됐지만 서울교통공사 노사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면서 우려했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단 하루였지만 출·퇴근길 고역을 치렀던 시민들 입장에선 가슴을 쓸어내릴만한 소식이었다.

 

이번 파업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해 시민들의 고통을 덜어준 주역은 다름 아닌 서울교통공사 내 젊은 직원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등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내에는 공사노조, 통합노조, 올바른노조 등 총 3개의 노조가 존재한다. 가장 규모가 큰 공사노조는 민주노총 산하로 조합원 수는 1만200명 가량이다. 이번 파업을 주도한 조직으로 조합원 거의 전부가 파업에 참여했다.

 

또 다른 노조는 한국노총 산하 통합노조로 조합원 수는 2900여명이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긴 했지만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았고 일부 조합원은 파업 참여를 거부했다. 마지막으로 서울교통공사 내 청년세대 직원들이 결성한 올바른노조가 있다. 약 1900여명 규모의 올바른노조는 명분이 약하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파업을 강하게 반대했고 실제로 조합원 대다수가 파업에 불참했다.

 

 

▲ 지난달 30일 시작된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으로 발생한 출·퇴근길 지하철 대란은 다행히 하루 만에 중단된 배경에는 청년세대를 주축으로 한 노조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교통공사 노사 합의문. [사진=뉴스1]

 

이번 서울교통공사 파업이 하루 만에 중단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로는 통합노조 내 청년세대 조합원들과 올바른노조의 강력한 반대가 꼽힌다. 젊은 직원들이 파업거부 의사를 강하게 내비치면서 파업 동력이 약해져 파업을 주도하던 노조 입장에서도 부담을 느꼈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계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이 명분과 실효성을 문제 삼은 게 파업을 하루 만에 끝내도록 만든 결정적 이유다”고 귀띔했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우리 노조는 청년세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대부분 노조 활동도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파업 역시 명분이 약하기 때문에 불참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올바른노조 소속 한 조합원은 “이번 파업은 직원들에게 도움 되지도 않고 시민들에게 불편만 끼치는 파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노동계…무차별 요구와 투쟁 일삼는 구태노조 맞서 청년노조 급부상

 

이번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의 해결 과정은 최근 들어 급변하고 있는 노동계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단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최근 노동계는 청년세대 참여가 두드러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와 억지 주장으로 대화와 협상 대신 투쟁과 시위를 일삼았던 기존 노조의 행태에 염증을 느낀 청년세대가 직접 노조를 만들거나 기존 노조 내에서의 영향력을 넓히는 식으로 기존 노조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

 

재계, 노동계 등에 따르면 청년세대 노조는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60~80년대 고속성장 시기의 노동운동 방식을 거부한다. 상황 자체가 180도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투쟁’이라 적힌 붉은 머리띠나 조끼를 입고 무작정 거리로 나서기 보단 사전에 카카오톡이나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사측과 대화를 먼저 시도한다. 회사 매출에 타격이 생길 경우 결국 피해는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의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성장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지식수준이나 성향, 가치관 등이 전부 다르다”며 “공정과 상식, 효율과 실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자기 중심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스스로 판단하기에 아니다 싶으면 집단적인 움직임에도 절대 동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청년세대 노조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뉴스1]

 

청년세대의 노조 활동에선 공정과 상식, 효율과 실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특유의 성향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상급단체 활동이 공정하지 않거나 상식과 어긋난다고 여길 땐 가차 없이 탈퇴를 결정한다. 지난해 건설기업노조 창립 초기부터 활동해 온 쌍용건설·GS건설 사무직 노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탈퇴를 결정한 이들 노조는 모두 청년세대가 주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거나 상식과 맞지 않다고 판단할 때는 과감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 지난해 초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도 연봉의 20% 수준으로 성과급이 책정되자 곧장 목소리를 낸 SK하이닉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금호타이어에서는 노사가 격려금 100만원을 생산직에만 지급하기로 하자 청년세대로 구성된 사무직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의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성장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지식수준이나 성향, 가치관 등이 전부 다르다”며 “공정과 상식, 효율과 실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자기 중심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스스로 판단하기에 아니다 싶으면 집단적인 움직임에도 절대 동참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청년세대는 절차상의 공정에 특히 예민한데 성과급을 받아도 명확한 원칙에 의해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합당한 보상을 원하는 식이다”며 “지극히 합리적인 청년세대의 성향은 기존 노조활동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노조권력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고 전망했다.

 

손동희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는 “청년세대는 소통과 공정함, 워라벨 등과 같은 근무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그들은 기존 기성노조가 보여줬던 전통적인 방식의 노조활동 자체가 비효율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청년세대 중심의 노조가 지향하는 바는 기업이 원하는 노사관계와 부합하는 측면이 많다”며 “지금의 변화를 적절히 대응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원만한 노사 관계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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