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물가상승까지, 청년층 경제고통 이중고
취업난에 물가상승까지, 청년층 경제고통 이중고

[숫자로 보는 이슈<63>]-청년 경제고통지수 위기 취업난에 물가상승까지, 청년층 경제고통 이중고

15~29세 청년 5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경제고통지수 급증

르데스크 | 입력 2022.11.15 15:29
▲ 최근 청년 취업난과 물가 급등으로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제고통지수가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스1]

 

최근 청년 취업난과 물가 급등으로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제고통지수가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취업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물가와 금리가 치솟으면서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연말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청년층의 재무건전성 위기도 점쳐진다.

 

부산에서 중견기업 SI계열사에서 근무하던 김준수(29) 씨는 본사가 서울로 이전하자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상경하게 됐다. 월급은 기존과 별 반 차이없는 상황에서 주거지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통해 전셋집을 마련해야 했고, 식비와 교통비 등에 나가는 지출이 커지면서 저축은 커녕 생활비 걱정에 허리띠를 졸라메야만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

 

김 씨는 “지방엔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회사가 갑작스레 이전 발표를 해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올라와야 됐다”며 “자취를 하다보니 음식은 주로 바깥에서 외식을 통해 해결하거나 배달해 먹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물가가 너무 오르는 바람에 식비와 주거비가 벌어들인 돈의 과반을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까지 오르면서 다달이 나가는 대출이자도 2배 가까이 올라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한달살이 신세’와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비단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청년은 김 씨뿐만이 아니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제고통지수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다. 올해 상반기 기준 15~29세 청년의 체감경제고통지수는 25.1이다. 다른 연령대의 체감경제고통지수가 10점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년층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은 심각한 수준이다.

 

청년층 체감경제고통지수가 유독 높은 배경에는 얼어붙은 취업시장이 지목된다. 올해 상반기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19.9%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2.9%에 비해선 낮은 수치지만 다른 연령대(60대 11.3%, 50대 8.7%)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일자리 미스매치로 인한 청년층 취업난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증가 속도가 대졸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이 청년 취업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실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간 배출된 대졸자는 223만4000명인데 반해 신규 고학력 일자리는 126만4000개에 그쳤다. 양질의 일자리가 대졸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산업구조 고도화로 기업들의 이공계 인재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인문계열 졸업자들의 취업문은 더 좁아지고 있다. 하반기 대기업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이공계열 졸업자의 채용 비중이 70%를 차지했다. 청년층 신규 채용시장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와 실제 청년들의 인력수급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분석이다.

 

물가상승·금리인상에 청년층 직격타…규제혁신·고용유연성 확보 시급

 

올해 들어 급격하게 오른 물가도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올해 3분기까지 전체 물가상승률은 5.0%인 반면 청년들이 주로 소비하는 항목은 대부분 이보다 높았다. 교통이 11.7% 오른데 이어 음식 및 숙박 7.3%,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5.9%, 기타 상품 및 서비스 5.5% 순이다.

 

이 가운데 청년들의 소비가 많은 부문에 물가상승이 집중됐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29세 이하 청년이 가구주인 경우 음식 및 숙박(21.6%)이 가장 높은 소비지출 비중을 차지했고, 뒤를 이어 수도·전기 및 연료(17.2%), 교통(12%), 오락 및 문화(8.9%),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8.5%), 기타 상품 및 서비스(7.1%) 순이었다.

 

▲ [그래픽=서진경] ⓒ르데스크

 

취업 준비 중이거나 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이 주로 소비하는 부문에 물가상승이 집중되면서 타 연령대보다 경제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청년들의 재무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청년층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017년 24.2%에서 2020년 32.5%까지 증가했다가 지난해 29.2%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전세대출 비중이 높은 탓이다.

 

실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3.11%였던 한국은행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올해 1분기 3.94%, 2분기 4.14%, 3분기 4.81%로 올랐다. 시중은행의 경우 기준금리에 별도로 가산금리까지 더해지는 만큼 신용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대출이자 상승은 피하기 힘들다. 소득이 적은 청년 입장에선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이자 증가는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2019년 취업에 성공한 김진아(28·여) 씨는 “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전세대출을 받았는데 처음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만 해도 3%대였던 금리가 지금은 6%로 2배 가까이 올랐다”며 “다달이 나가는 고정비가 순식간에 늘어나다보니 확 체감될 정도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9세 이하 가구주인 청년층의 부채 증가율은 48.3%다. 전체 부채 증가율(24%)의 2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청년층 원리금 상환액 증가율은 34.9%로 전체 원리금 상환액 증가율(23.5%)의 1.5배 수준이다. 전세대출 비중이 높고 증시 및 부동산 활황기에 다수의 청년이 과도하게 빚을 내 투자하거나 집을 매수하는 등 채무 부담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청년 취업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도 급격하게 오르면서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며 “규제 혁신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고용유연성 확보 등으로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민간 일자리들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고용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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