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정치 먹잇감 된 교실…선진국 강력처단, 한국 무대응
편향정치 먹잇감 된 교실…선진국 강력처단, 한국 무대응

[지금 대한민국<127>]-이념편향 엄습한 학교(下-해외사례) 편향정치 먹잇감 된 교실…선진국 강력처단, 한국 무대응

美 등 학교 밖 정치활동 허가하면서도 학교 안은 엄금

르데스크 | 입력 2022.11.07 14:20


▲ 지난 2019년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 패스트트랙 본회의 통과 촉구 행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 일부 교사들의 교내 정치행위, 특정 정치색‧이념 주입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뉴스1]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일부 일선 교사들이 학생들을 특정 정치색의 집회에 동원하거나 특정 이념을 주입하는 실태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다. 야당은 헌법‧교육공무원법 등에 명시된 교사의 정치적 중립의무 준수를 존중한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편향된 ‘정치교육’에 열을 올려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일부는 주요 해외국가에서 교사의 정치참여를 보장하고 있다며 이를 정치중립 의무 폐지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미국‧일본‧영국‧독일 등 선진국들은 교실 밖에서의 정치활동은 허용하면서도 한국과 같은 수준이거나 더 엄격히 교실에서의 정치중립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때문에 공공연히 학교 내 정치교육이 이뤄지는 한국에서 ‘학교 밖 정치중립 의무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치사안 교재 활용하면서도 개인적 의견은 함구하는 美 교사들

 

지난 2017년 3월 AP통신 등에 의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제자들 앞에서 정치편향적 발언을 쏟아낸 교사들이 잇달아 징계를 받았다.

 

앨라배마주(州) 터스컬루사시(市) 교육위원회는 2016년 대선 이튿날 학생들에게 ‘오바마, 넌 해고야’라는 자막을 단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보여준 교사 스콧 존슨이 정직 처분을 받았다. 터스컬루사 교육위는 “교실에서 편파적 정치활동을 금하는 교육위 방침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텍사스주 댈러스 학구(學區)는 교실에서 트럼프 대통령 영상을 향해 물총을 쏘며 “죽어라”고 외친 미술교사 파열 모디에게 공무휴직 처분을 내렸다. 뉴욕 한 학교의 교사 에이드리아 자와츠키는 단어 ‘거만하다(haughty)’로 트럼프 대통령 말투를 묘사하라는 숙제를 냈다가 교육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마이클 에시먼 뉴욕시교육청 대변인은 “교직원은 학교에서 정치현안을 논의할 때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을 수업에 사용하면서도 정치중립을 준수한 사례도 소개했다. 뉴욕주 나이아가라폴스 고등학교의 교사 줄리 콘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 가짜뉴스 현상 등을 주제로 한 정치만화를 수업교재로 활용했다. 그러나 자신이 이 만화 내용에 동의하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 지난 2020년 11월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가전매장에서 미국 대선 관련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대선을 전후로 일부 교사들이 교내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反)트럼프 성향 교육을 진행한 사실이 적발되자 미 당국은 즉각 징계를 가했다. [사진=뉴스1]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 산티노 카파렐라는 “우리는 (교사의 입장을 주입받는 대신) 자신의 관점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이클 맥도널드는 “선생님도 의견이 있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견해를 뚜렷이 밝히지 않고 우리 의견에 영향을 미치려 하지만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 교사들의 정치중립 의무는 1939년 제정된 해치법(Hatch Act)에 근거를 둔다. 이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논란이 일자 민주당 소속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시기인 1993년 법안을 개정했다. 그러나 사적인 영역에서만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에 참여토록 했을 뿐 교실에서의 정치활동은 여전히 엄금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사적‧직무적 영역을 명확히 구분한다”며 “근무시간 중 정치활동을 하는 걸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2월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은 문부과학부회를 열고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지자체)별로 다른 징계기준을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에 교육행정에서 정치적 중립성 중시 내용의 법률이 제정됐다.

 

자민당은 앞서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치적 중립을 벗어난 교원정보를 수집했다. 그 결과 특정 정당에 대한 투표를 강요하거나 안보법에 대해 편향적 판단을 주입한 사례 등이 접수됐다. 이에 따라 문부과학회에서는 각 도도부현이 관리하는 교원자격을 국가가 관리하고 국‧공립 교원이 가져야 할 교육이념을 규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자유’ 배제하고 ‘노동’ 강조한 韓 교육계

 

영국도 민주시민교육 원칙을 법제화하고 있다. 영국 교육법 406‧407조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정치사안을 가르칠 때 한 쪽의 일방적 주장만을 설명하는 걸 금지 중이다. 교육당국과 교장에게는 교사 감시의무가 주어진다.

 

독일은 1976년 좌‧우파를 망라한 교육자‧정치인‧학자들이 소도시 보이텔스바흐에 모여 만든 교육지침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통해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제하고 있다. 해당 지침은 교사의 강제성 금지, 양 측 입장의 논쟁성 유지 등이 골자다. 교사들은 정당 및 정치적 결사체 가입, 당원활동 등이 허용되고 정치시위‧집회 참여도 가능하지만 직무 내 영역에서는 금지된다.

 

정영태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교사는 교내 집회에는 참여할 수 없다. 학교는 중립적 공간이고 교사의 직무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교사의 정치참여를 보장해야 하지만 교실에서의 정치사상 주입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학생들에게 편향된 정치색‧이념을 주입 중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 지난 9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의 일방적 행정처리에 대한 항의와 시민교육 학습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한 시민단체. 이들은 논란의 민주시민교육 학습권 보장을 위한 충분한 예산 책정 등을 촉구했다. 이미 학생들에 대한 정치교육이 공공연히 이뤄지는 한국 교육계에서 교사의 정치참여 허용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뉴스1]

 

작년 11월 유기홍 당시 이재명캠프 교육대전환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교사정치학교 출범식에서 “(교사의 정치활동이) 다음 (민주당계) 정권에서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30여명의 교사들은 선언문에서 “교사는 교육현장에서는 정치중립성을 실천해야 마땅하지만 학교 밖에선 일반시민과 마찬가지로 정치기본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과 달리 문재인정부에서는 편향성 논란의 ‘민주시민교육’이 공공연히 실시됐다. 민주당 당명을 연상케 하는 ‘더불어 사는 시민교육’ 등 교재를 활용한 민주시민교육은 민주당 이념과 유사한 ‘노동‧연대‧환경‧평화’ 등 가치만 담았다. 반면 민주주의 핵심가치인 ‘자유’는 빠졌다. 이러한 내용의 대전시의회 학교민주시민교육활성화 조례를 두고 수백 명의 시민들이 시의회 홈페이지에서 “북한식 교육 반대”를 외쳤지만 끝내 묵살됐다.

 

때문에 이러한 실태 앞에서 해외처럼 교사의 정치참여를 허용할 경우 교실 내에서의 ‘정치교육’이 한층 노골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대유 서영대 외래교수는 “교사가 정당가입 등에 관여할 시 교육권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염철현 고려사이버대 교수는 “교욱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울타리가 허물어지면 교육계에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학생‧교사와 학부모 등 교육주체 간의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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