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청년축제, 미국선 가족행사…나라별 핼러윈 문화 제각각
한국선 청년축제, 미국선 가족행사…나라별 핼러윈 문화 제각각
▲ 미국 핼러윈의 가장 큰 행사는 집 꾸미기다. 가족들고 함께 집을 꾸미며 추억을 쌓는 것이 전통이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전 세계가 즐기는 핼러윈축제지만 나라마다 즐기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선 핼러윈 축제가 20~30대 청년들이 즐기는 놀이문화로 자리잡은 반면 미국에선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한 연례 행사로 불린다. 마찬가지로 남미와 유럽에서도 핼러윈을 기리는 건 동일하지만 즐기는 방식에선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불명확한 핼러윈 축제 유래, 만성절 전야제 아일랜드 삼하인 축제 유력 

 

우리나라에 핼러윈 축제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00년대 후반부터다. 기업들이 핼러윈 축제를 다양한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이 주를 이룬 덕분에 국내에선 핼러윈이 젊은층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 매년 서울 이태원에선 다양한 핼러윈 축제가 펼쳐지는데, 연령대가 대부분 20~30대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핼러윈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11월 1일 만성절(Hallowmas) 전야제에서 비롯됐고 아일랜드 고대 켈트족 삼하인(Samhain) 축제가 겹쳐 만들어졌다는 가설이 가정 유력하다. 삼하인은 고대 켈트족 1년 마지막 날인 10월 31일 축제로 죽은 자도 함께 기원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에 핼러윈이 국민적 축제로 발전하기 시작한 건 영국 청교도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부터다.

 

핼러윈의 마스코트 잭오랜턴도 아일랜드 민화에서 유래됐다. 잭이라는 악덕 구두쇠가 죽는 날 사신을 기만해 10년의 수명을 더 얻고 또다시 사신을 속였다. 그 후 죽는 날 천국에서는 생전 악행으로 쫓겨났고 지옥에서도 사신의 미움을 받아 들어가지 못해 현세를 떠돌다 추위를 못 이겨 악마에게 사정해 얻은 불을 호박에 넣은 것이 유래다.

 

▲ 미국 핼러윈은 가족과 아이들 중심 문화로 자리잡혀 있다. 사진은 어렸을적 어머니가 만들어준 코스튬을 입은 스콧과 형제들. [사진=제이디 스콧]

  

지금 전 세계 기준이 된 미국식 핼러윈은 멕시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에서 11월 1일은 망자의 날(Día de Muertos)로 멕시코 최대 명절 중 하나다. 망자의 날에 멕시코는 조상과 먼저 떠나보낸 가족을 기리고 해골 분장을 하고 축제를 즐긴다. 미국에서 핼러윈날 하는 코스튬 문화와 축제 분위기가 여기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멕시코 인들이 많다.

 

실제 미국의 핼러윈 문화 중 가장 큰 특징은 집 꾸미기다. 미국은 사람뿐만 아니라 집도 코스튬을 입는다. 다양한 콘셉트로 꾸며진 집은 미국 핼러윈 기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미국인들은 핼러윈 때 가족들이 함께 집을 꾸미는 게 친화력과 단합력을 키운다고 믿고 있다.

 

핼러윈 을 즐기는 방법도 연령별로 즐기는 방식도 정해져 있다. 어린아이들은 커스튬을 입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사탕을 받는다. 어른들은 아이가 너무 어릴 경우 보호자로 동행하기도 하지만 보통 집에서 사탕을 들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아직 아이가 없는 20대와 30대는 핼러윈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미국인들은 핼러윈을 조금 특별하게 받아들인다. 핼러윈을 시작으로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그리고 뉴 이어스 데이까지 연휴와 행사가 연달아 있어서다. 핼러윈 데이가 일종의 축제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또한, 단순한 행사를 넘어 어린 시절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가족적인 행사기도 하다.

 

미국에 사는 제이디 스콧(JD Scot·40)은 "1년 중 핼러윈이 가장 특별하고 좋았다"며 "단지 사탕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가 아닌 어머니가 만들어준 멋진 커스텀을 입고 모험을 한다는 그 시절 기대감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서 "그 시절 엄마는 아침 일찍 출근을 하시면서도 우리 형제들 핼러윈 코스튬을 불평 한마디 없이 챙겨주셨던걸 생각하니 대단하고 그립다고"말했다.

 

나라별 ‘핼러윈 데이’ 의미 제각각, 악령 달래던 제사서 파티로 변모

 

▲ 멕시코인들은 망자의 날에 조상이나 먼저 떠나보낸 가족의 묘를 찾아 축제를 열어 추모한다. [사진=앵클로인포마티보]

 

핼러윈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아일랜드에서 핼러윈은 원래 곡식이나 동물을 제물로 바쳐 저승에서 돌아온 악령을 달랬던 게 시초다. 핼러윈의 원조인 삼하인 축제는 원래 혹독한 겨울과 가난이 지나고 따듯한 봄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졌다. 이후 가톨릭에서 만들어진 ‘모든 영혼의 날’ 전통이 섞이면서 지금의 축제 분위기가 형성됐다.

 

아일랜드에선 핼러윈 데이 때 귀신 복장을 한 아이들이 이웃에게 맛있는 음식을 받는 놀이를 해왔다. 이른바 귀신 흉내 내기다. 아이들은 각자 특이한 복장을 입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악마나 마녀에 이어 공주나 왕자,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 모습을 한 코스튬을 하기도 한다.

 

독일의 경우 '발푸르기스의 밤'이라는 독일 전통 핼러윈이 따로 존재한다. 발푸르기스 밤은 4월 30일 노동절 전야제로 독일뿐만 아니라 체코에서도 열리는 역사 깊은 민족 행사다. 독일 전설에 따르면, 발푸르기스 밤에 유럽 마녀들과 악마들이 회담을 갖는 날이라 밤에 불을 피우고 시끄러운 소리로 마녀들을 쫓았다고 한다.

 

현대에 들어서 이 문화는 모닥불을 피우고 밤새 파티를 즐기는 문화로 변모했다. 핼러윈과 비슷하게 독일인들은 발푸르기스의 밤에 마녀나 악마 분장을 하고 축제를 즐긴다. 그 밖에도 온갖 공연과 놀이시설 푸드코트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도시를 매운다.

 

멕시코에선 핼러윈보다 망자의 날을 우선한다. 멕시칸이 많은 미국 서부 지역 중 일부 마을은 핼러윈 분위기가 아닌 망자의 날 분위기를 풍기는 동네가 존재한다. 멕시코에 거주하는 난 자코메(Nan Jacome·30) 씨는 "핼러윈 대 망자의 날 중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망자의 날이 좋다"며 "미국은 최근 망자의 날과 핼러윈을 비교하면서 우리 전통 망자의 날도 가져가서 변형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변화된 핼러윈에 대해서 미국에 거주하는 아서(Arthur·20)는 "미국의 강점은 다양성과 수용에 있다"며 "핼러윈이든 죽은자의 날이든 원래 미국 것이 아니지만 미국에서 새롭게 변화한 것은 다문화 국가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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