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질서 없는 우범지대 전락한 10대들의 놀이터
법·질서 없는 우범지대 전락한 10대들의 놀이터
▲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주축이 된 SNS 관련 범죄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10대 청소년들의 SNS 범죄는 대담함이나 지능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성인의 수준을 능가하기도 한다. 사진은 SNS를 이용 중인 청소년들(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스1]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 신원 확인이 어려운 SNS 특성 상 단속이나 제재가 어렵다 보니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범죄의 수위와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범죄의 종류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문제는 SNS 이용자 중에는 10대 청소년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SNS에 능숙한 10대 청소년들은 SNS 관련 범죄에도 깊이 관여돼 있다. 대담함이나 지능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성인의 수준을 능가하기도 한다. SNS 플랫폼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마약부터 술·담배 구매, 심지어 성매매까지…청소년 일탈 도구 전락한 SNS

 

최근 SNS를 활용한 마약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SNS를 마약의 유통, 구매 등의 창구로 활용하는 식이다. SNS 특성 상 신원 확인이 어렵다 보니 단속에도 애를 먹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은 4만9천850명에 달한다.

 

이 중 1만772명은 SNS 등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거래했다. 마약 거래에 있어 SNS를 활용한 사례가 전체의 21.6%에 달하는 셈이다. SNS 등을 활용한 마약사범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1516명(18.7%), 2019년 2109명(20.3%), 2020년 2608명(21.4%), 2021년 2545명(24.0%), 올해 1∼8월 1994명(23.5%) 등이었다.

 

검거된 마약 사업 중에는 SNS에 익숙한 10대도 여럿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마약사업은 매 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연간 검거된 10대 마약사업 수는 2019년 164명, 2020년 241명, 2021년 309명 등이었다. 올해 8월까지 검거된 10대 마약사범은 227명으로 1년으로 따지면 지난해 숫자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SNS 등을 활용한 마약사범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1516명(18.7%), 2019년 2109명(20.3%), 2020년 2608명(21.4%), 2021년 2545명(24.0%), 올해 1∼8월 1994명(23.5%) 등이었다. 사진은 경찰에 압수된 마약류. [사진=경찰청]

 

강 의원은 “인터넷에서 마약을 거래하는 10대 마약 사범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마약 범죄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단순 처벌뿐만이 아니라 마약 정책의 프레임 전환, 마약 예방 교육 등 국가 차원의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NS는 청소년 일탈의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일부 청소년들은 SNS를 활용해 술, 담배 등 자신들이 구매할 수 없는 물건의 대리구매자를 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부분 수수료를 줄테니 술, 담배를 구해달라는 식이다. 수수료는 보통 500원~1000원 사이다. 실제로 현재 트위터 등 각종 SNS에는 술·담배 대리구매를 요구하는 게시물들이 여럿 올라와 있다.

 

심지어 일부 가출 청소년들이 SNS를 활용해 성매매를 시도한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SNS를 통해 성매수자 남성을 모집한 후 사전에 모의된 약속장소에서 만나 성매매를 하는 식이다. 일례로 얼마 전 무면허로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했던 1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나중에 조사해보니 또래 미성년자의 성매매를 알선한 포주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군은 지난 20일 무면허 상태로 인천 부평구 한 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낸 뒤 뒷자석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던 동승자 B양을 방치하고 도주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조사 도중 A군은 SNS에 성매매 관련 글을 올린 뒤 또래 미성년자 C양과 성매수남의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가 확인됐다.

 

10대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미끼로 남성을 유인해 폭력, 갈취 등을 저지른 사건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성매매를 유도하고 남성을 유인하는 도구로 SNS가 활용됐다. 지난해 7월 D군과 E군은 새벽 가출한 여성 청소년으로 가장해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성매매를 제안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들은 한 남성이 접근하자 사전에 모의된 장소로 유인한 뒤 폭행하고 돈을 갈취했다. 상대가 반항하자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

 

성착취물 유포, 왕따 등 시간·장소 불문 SNS 장점이 오히려 범죄 피해 키우기도

 

SNS는 강력범죄의 도구뿐 아니라 타인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정신적 피해를 유발하는 경우 죄를 특정하기 어렵고 증거 인멸도 용이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무방비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SNS를 이용한 따돌림, 욕설·비하, 명예훼손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행태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도덕적 가치관이 완전하지 않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독 자주 발생한다.

 

지난 2020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N번방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피의자들은 텔레그램, 디스코드, 라인,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유포했다. 피의자들은 디지털 성범죄, 성착취 등의 혐의가 인정돼 구속수감됐다. 해당 사건의 실제 피해자는 확인된 숫자만 20~30명 가량이었다. 범죄 가담자 규모는 경찰 발표 기준 최소 6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됐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는 범망을 회피하기 위해 정신적 피해만 유발하는 식으로 점차 고도화·지능화되고 잇다. 일례로 최근 각종 SNS에는 돈을 받고 딥페이크(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조작된 이미지나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를 이용해 지인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나체사진과 합성해주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른바 ‘지인 능욕 채팅 대기방’에는 무려 2000명이 넘는 대기자가 상위방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채팅방 운영진들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다수가 대기하는 하위방에서 음란물이 공유되는 상위방으로 이동하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지인의 사진을 움직이는 그림 파일 형태로 합성하거나 채팅방 이모티콘 형식의 음란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집단 따돌림, 소위 ‘왕따’라 불리는 행위도 최근에는 SNS를 활용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정 인물을 지목한 후 SNS 메시지를 통해 시도 때도 없이 욕설과 모욕적일 말을 퍼붓는 식이다. 피해자는 하교 이후에도 모욕을 당해야하기 때문에 과거의 왕따에 비해 받는 정신적 피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SNS 활용이 국민 생활에 깊숙이 자리한 만큼 제도권 울타리 안으로 편입시킨 후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률 영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SNS를 활용한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처벌 수위는 피해 정도에 비해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SNS 자체가 익명성이 강해 추적이 어려운 만큼 처벌 수위를 높여 범죄에 대한 경감심을 갖도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광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장규원 교수는 “SNS 관련 범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 이용층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이다”며 “SNS를 활용한 범죄가 활개를 칠수록 그 여파는 10대 청소년들에 미치게 되고 곧장 모방 범죄가 일어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SNS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 마련을 위해 사회적·제도적·정치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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