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시달리는 K-반도체, 연구개발 ‘10년 공백’ 부메랑
인력난 시달리는 K-반도체, 연구개발 ‘10년 공백’ 부메랑
▲ 반도체 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사진=뉴스1]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기술 패권 다툼이 심화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서비스의 확산 등으로 고성능·저전력의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선 반도체 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주요국이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1990년대 세계 최초로 64mb D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한 이후 메모리 반도체 분야 강국으로 성장했지만 반도체 인력난은 고질병이다. 2010년부터 약 10년 간 지속된 반도체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 투자 감소와 이로 인한 연구개발 생태계 약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메모리 반도체가 호황을 맞자 정부는 민간에 의존한 채 관련 예산을 줄였고, 그 결과 대학 및 연구기관의 반도체 연구개발은 축소됐다. 핵심기술 개발은 물론 인력양성 기반도 약화된 것이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경쟁 심화…주요국, 공격적인 인력양성 및 유지 정책 추진

 

해외 주요국은 국가 차원에서 공격적인 인력양성 및 유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가 기술집약적인 산업인 만큼 우수 전문인력 확보가 향후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거라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적으로 인재 양성과 유치에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기술패권 경쟁이 한창이 미국과 중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지난달 반도체와 과학법을 제정했다. 국가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할 핵심기술 중 하나로 반도체를 지정했다. 향후 5년 간 총 2000억 달러(약 260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기초과학 연구 및 인력양성 등에 투입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단기 인력양성 및 확보를 위해 별도의 기금을 마련했고, 유치원부터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교육 과정 전주기에 과학과 기술, 공학, 수학 등 기초학문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과학과 기술, 공학, 수학 등 기초학문 전공자의 미국 내 취업을 확대하는 친 이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고숙련 전문인력 유치를 위한 비자 정책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반(反) 이민 정책을 추진했던 트럼프 정부와 달리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인재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국도 인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반도체 과학 및 공정을 1급 학과로 지정하고, 반도체 혁신 인재 양성 시스템을 체계화해 시장 수요에 맞는 우수 인재를 양성하라는 통지문을 전국 대학에 공지했다. 베이징 대학 등 전국 주요 거점대학 위주로 반도체 학과를 신설했다. 외국 국적의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영주거류제를 확대했고, 자녀교육·세금혜택 및 사회보장 등의 우대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정부 반도체 인재양성안 발표…컨트롤타워 부재·재정지원 규모 불투명 등 문제 산적

 

반도체 인력난 해소가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요소로 지목되면서 우리 정부도 뒤늦게나마 반도체 인력양성 정책을 발표했다. 2031년까지 총 15만명의 반도체 전문 인재를 양성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반도체 인력의 양적 확대 및 질적 제고 필요성과 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기반 구축 등 그간 산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저액 수요를 반영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반도체 학과를 신·증설해 규제를 완화하고 한시적으로 별도 정원제를 도입한다. 산업현장 전문가의 대학 교원 임용을 위한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대학과 대학원 등의 정원을 늘리고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인력의 질적 제고를 위해 수준별 인력양성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대규모 국가 R&D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석·박사급 인재를 양성하고, 직업계고 중·단기 실무 교육을 통해 현장 맞춤형 실무인재를 키운다는 복안이다. 재직자나 경력자를 대상으로 중·단기 실무 교육을 통해 현장 실무 역량 강화 및 중소·중견 기업 근로자를 핵심 인재로 양성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여기에 반도체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중장기 지원기반을 구축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대학 기반 반도체 연구·교육 실습 허브를 구축하고 국가나노인프라의 장비 고도화 등을 통해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기반을 구축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반도체 인재 양성방안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산업 동향과 산·학·연의 정책 수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반영할 수 있는 통합 추지체계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발표한 인재양성안에 구체적인 재정지원 규모가 빠진 데다 인력 공급 및 추진 과정에서 부처 간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조율하고 개선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반도체 분야뿐 아니라 수학 및 기초과학 교육의 강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첨단 반도체 분야의 경우 기술 수요가 급격히 변하는 만큼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선 반도체에 특화된 지식뿐 아니라 수학이나 기초과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주요국이 반도체 인력을 선점하기 위해 자국 인력 양성뿐 아니라 해외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공격적인 이민 정책과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김덕기 한국연구재단 나노·반도체단장은 “2010년대 이후 반도체 관련 연구와 관련된 투자와 지원이 급감하면서 반도체 대신 디스플레이나 태양전지 연구가 주를 이뤘다”며 “대학 내 반도체 장비와 시설이 부족해져 학생들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고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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