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외이사 충원, 보호무역·탄소중립 정조준
삼성전자 사외이사 충원, 보호무역·탄소중립 정조준
▲ 삼성전자가 공석이던 사외이사 자리에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허은녕 서울대 공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를 내정했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가 공석이던 사외이사 자리에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허은녕 서울대 공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를 내정했다. 각각 통상과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지목된다. 미중 패권다툼 이후 심화된 보호 무역주의와 에너지 안보 이슈에 원활하게 대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11월 3일 경기도 용인 기흥구에 있는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서천연수원 콘서트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다고 1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 건 2016년 10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가 과반수에 못미치는 만큼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 이상(최소 3명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상반기 한화진 사외이사가 환경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됐고, 박병국 사외이사가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사외이사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통상·에너지 전문가 영입한 삼성전자, 경영 현안 해소 주력

 

삼성전자가 새롭게 영입할 예정인 사외이사는 통상과 에너지 분야 전문가다. 이사회 구성 역시 산적한 경영 현안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가 떠안고 있는 경영 현안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유명희 전 본부장은 산업부 통상교섭실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경제통상 분야 전문가다. 지난해 8월 29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이후 정부의 경제통상 관련 외교 활동을 지원하는 경제통상대사를 지냈다. 2020년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로 최종 결선까지 올랐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현재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이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선임되려면 정부의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승인을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공직자윤리위의 취업 심사 대상기관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재산등록의무자였던 공무원 및 공직유관단체 직원은 취업심사대상자다. 취업심사대상기관에 취업하기 위해선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취업이 제한될 수도 있다.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취업승인을 할 때 취업승인 신청인의 퇴직 전 근무현황,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엔 취업을 승인해준다. 삼성전자에서도 유 전 본부장의 신규 사외이사 안건에 대해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승인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허 교수는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에서 부회장을 지냈으며 자원경제와 녹생성장 등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불린다.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인 그는 현재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선임 배경으로 지목된다.

 

신규 사외이사가 모두 선임될 경우 삼성전자 이사회는 상법이 규정한 사외이사 비율을 충족하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우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가 사내이사보다 적은 상태다. 11월 예정된 임시 주총에서 유 전 본부장과 허 교수가 선임되면 이사회 내에서 사외이사가 과반을 넘기게 된다.

 

반도체 수출 26개월 만에 감소세 전환…미국발 보호무역 심화 촉각

 

삼성전자가 통상과 에너지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건 최근 경영환경이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는 점을 빼놓기 힘들다. 당장 실적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선방하고 있지만 주요 경쟁국을 중심을 반도체 자국주의가 심화되면서 미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법을 내놓으면서 자칫 최대 수출국인 중국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

 

반도체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는 최근 무역수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 적자다.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건 2007년 12월부터 2008년 4월 이후 최초다. 원부자재 수입액이 크게 늘어났고 대중 수출이 급감한 게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수출효자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2020년 6월 이후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게 무역적자를 키웠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07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8% 급감했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규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 악재다. 미국은 지난달 9일 반도체 산업에 인센티브 520억달러를 지급하고 과학기술 분야에 2000억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이 담긴 반도체과학법(반도체법)에 서명했다. 여기엔 향후 10년간 중국과 같은 우려 국가에 반도체 시설투자를 못하도록 하는 등 중국을 배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중국은 공산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중저가 반도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까지만 해도 13%에 불과했던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올해 26%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삼성전자의 대중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미국도 해외기업의 반도체 생산 의존도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일 삼성전자 주가는 5만8400원으로 전일 대비 2.18% 하락한 채 장 마감됐다. 미국과 중국의 대외 정책에 따라 삼성전자의 실적이 급변하는 만큼 통상 전략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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