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으로 작은 인형이 달린 키링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무해력’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SNS에서는 작고 부드러운 느낌의 키링 추천 게시물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케이팝 아이돌 NCT 사쿠야의 가방에 달린 다수의 키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게임 시장에서도 무경쟁·무해력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닌텐도의 ‘동물의 숲’과 ‘피크민’은 화려한 그래픽이나 박진감 넘치는 전투 대신 순수하고 무해한 캐릭터들과의 교감을 중심으로 한 게임성으로 MZ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 피크민의 경우 10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전월 대비 970%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웹툰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완결된 웹툰 ‘마루는 강쥐’는 강아지 마루가 사람이 돼 펼쳐지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그렸다. 귀여운 캐릭터로 10~20대 사이에서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다. 작품의 인기는 카카오 이모티콘 출시로 이어졌다.
아날로그 취미인 뜨개질의 부활도 주목할 만하다. 타인과의 경쟁 없이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무해한 취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X(구 트위터)에서는 뜨개질 관련 게시글이 23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텀블벅의 뜨개 키트 펀딩은 목표액의 4000%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현실의 불안과 디지털 피로도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한다. ‘무해력’ 콘텐츠가 인기를 끈 배경에는 취업난과 경기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미취업 청년 1000명 중 43.1%가 올 하반기 취업환경이 ‘악화됐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 74.7%가 경기침체 지속을 지목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SNS와 인터넷상의 피로감, 경제침체와 취업난으로 인한 불안이 겹치면서 MZ세대가 순수하고 편안한 것을 추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급변하는 세상에서 변화를 따라가는 것과 못 따라가는 것 모두가 불안요소가 되는 상황에서 무해력을 찾는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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