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지나친 PC주의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PC주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를 뜻하는 표현으로 인종과 성별, 장애, 종교, 직업 등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없앤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의미만 놓고보면 긍정적인 표현이지만 지나친 PC주의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이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나친 PC주의 사례 중 하나로는 월트 디즈니의 작품들이 지목된다. 디즈니에서는 개인적 신념에 따라서 강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PC주의적 메시지들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팬덤이 두터운 원작 콘텐츠의 매력을 의도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는 작품도 있다.
지난 1989년에 공개된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리얼’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가져다줬다는 역사적인 캐릭터로 손꼽힌다. 붉은 머리와 대비되는 하얀 피부에 푸른 눈동자가 매력적인 캐릭터다. 인어공주의 실사화의 소식이 들려지자 많은 팬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에리얼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의 흑인 배우가 주연배우로 캐스팅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많은 누리꾼들이 실망감을 숨기지 못 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개봉한 이 영화는 글로벌 박스오피스 5억6000만달러(한화 약 7821억원)를 기록해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었으며 국내에서도 6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최근에는 ‘백설공주’의 주연배우로 라틴계 여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디즈니 팬덤은 더 이상 영화관을 찾지 않으며, 부모들도 디즈니 플러스 구독을 취소하고 있다. 보수적 시청자들은 이러한 디즈니의 행보를 ‘WOKE DISNEY’라는 별명으로 조롱하며 지나치게 정치적 올바름에 치우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는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WOKE’(워크)는 ‘잠을 깨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영어 동사 ‘Wake’의 과거형으로 ‘깨어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을 강조하면서 자신은 깨어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가리키는 용어지만, 현재는 과도한 PC주의를 비꼬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 PC주의의 시초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손꼽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인 2016년 미국 내에 있는 공립학교에 생물학적 성과 상관없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성중립 화장실’ 설치 행정지침을 내렸다. 이는 미국 내에서 많은 논란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동성애, 흑인을 차별하는 내용이 포함된 책을 학교 및 공공 도서관에 비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달 초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은 카멀라 해리스를 고령의 조 바이든을 대신할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해리스가 흑인 여성이면서 비명문대 출신이라는 조건 덕분에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미국 대선의 최종 승자는 도널드 트럼프였다. 해리스의 패배에 미국의 외교 안보 전문매체인 포린포리시는 “과도한 PC(정치적 올바름) 탓에 너무 많은 표를 잃었다”고 진단했다. 매체는 해리스가 후보 유세 중 트렌스젠더 선수의 여성부 출전을 지지하는 등 PC에 대한 집착이 유권자에게 피로감을 안겼고,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를 내세운 도널드 프럼프가 이러한 피로도를 십분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Woke 문화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미국 사회는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진보적인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보수층은 이를 ‘Wokeism’이라 조롱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나치게 평등만을 주장하다 보니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PC주의에 대한 반성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며 이에 대한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지나친 PC주의로 인해 범죄 천국이 됐다며 강경 우파 정당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초부터 독일에서는 자신의 성별을 법원 허가 없이 스스로 바꿔 등록할 수 있는 ‘성별자기결정법’이 발효됐다. 독일 국민들은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려고 하다가 여성과 청소년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지적하고 있다.
림 알살렘 유엔 특별보고관은 “자신의 성별을 스스로 바꿔 등록하게 된다면 성범죄자와 폭력 가해자의 남용을 막을 장치가 없어지는 것이다”며 “교도소나 탈의실, 화장실 등 성별이 분리된 공간에서의 폭력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PC주의 자체가 우리가 도덕 교과서에서 배우고 있는 내용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며 “도덕 교과서에 나온 내용이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켜주지 않는 것처럼 이에 반발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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