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예찬론자’로 분류됐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대선 승리로 주요 가상화폐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사실상 가상화폐를 제도권 화폐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걸었던 만큼 그의 대선 승리 후 가상화폐 투자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다.
지난 23일에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24시간 총 거래 대금이 2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금액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덕분에 일찌감치 가상화폐를 보유했던 이들은 뜻밖의 자산 증식 효과를 누리게 됐다. 그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고위 공직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꿩 대신 닭’에 집중한 대한민국 경제 엘리트들, 에이다·이더리움 등 알트코인 집중 매수
정부 공직윤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유혜미 대통령비서실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은 본인 명의의 가상화폐 계좌로 비트코인 약 0.02개와 이더리움 약 0.51개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23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종가 기준 유 비서관 소유 가상화폐 평가금 총액은 각각 약 510만원이다. 유 비서관이 매수한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다음으로 가격이 높아 시장에선 ‘알트코인 대장주’라 불리기도 한다.
같은 기간 유 비서관의 배우자도 비트코인, 에이다 등의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업비트 종가 기준 유 비서관의 배우자가 보유한 가상화폐 평가금 총액은 5600만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에이다는 최근 미국 정부와 블록체인 관련 협업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 달 사이 200% 넘게 오르며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상화폐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와 한국은행 내 금융 사업을 관리·감독하는 고위 공직자들 중에도 가상화폐를 매수한 이들이 여럿 존재했다. 지난 3월 기준 김범진 기획재정부 한국조폐공사 상임감사 배우자는 도지코인(약 1780개), 리플(약 624개), 비트코인(약 0.02개) 등의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김 감사 배우자가 소유한 가상화폐의 평가금 환산 총액은 약 500만원 가량이었다.
같은 기간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의 배우자는 오직 알트코인으로만 투자 포트폴리오를 채우고 있다. 세부적으론 ▲에이다(약 4692개) ▲이더리움(약 1.09개) ▲솔라나(약 26.11개) ▲비체인(약 6088개) 등이다. 23일 기준 이들 가상화폐의 평가금 환산 총액은 2000만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신 위원 배우자가 소유한 솔라나는 시장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에 이어 3번째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능성이 높은 알트코인으로 꼽힌다. 최근 한 달 동안 약 50% 가량 시세가 올랐다. 비체인은 2015년 중국인이 생성한 가상화폐로 대표적인 중국계 코인이다. 비체인은 최근 한 달 새 8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보유한 가상화폐 총 평가액이 수천만원이 넘는 고위 공직자들도 일부 존재했다. 지난 3월 기준 이한준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본인 명의의 가상화폐 계좌로 비트코인(약 0.32개)과 이더리움(약 5.95개)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가상화폐의 평가금 환산 총액은 8000만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박병춘 전주교육대학교 총장의 배우자는 코스모스를 5만개 가량 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3일 업비트 기준 코스모스 종가는 1만1450원이다. 박 총장의 배우자가 소유 중인 코스모스의 총 평가액은 6억원에 육박한 셈이다. 코스모스는 대표적인 NFT 코인으로 최근 한 달 사이 90% 넘게 상승했다.
‘리플’ 애정 남다른 서울시 의원들…스텔라루멘, 이더리움클래식 등 기타 알트코인 인기
지방자치단체 소속 고위 공직자 중에도 가상화폐 보유자들이 여럿 존재했다. 지난 3월 기준 국민의힘 소속 최민규 서울시의원은 ▲리플(약 25만5585개) ▲스텔라루멘(약 11만3132개) ▲에이다(약 1만9272개) ▲이더리움(약 31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최 의원 소유 알트코인의 평가금 환산 총액은 8억원 가량이다.
현재 서울시 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의원 소유 가상화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리플은 해외 투자시장에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알트코인으로 불린다. 올해 초 유명 가상화폐 애널리스트 조쉬 킴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리플 거래량의 약 50%를 한국인이 차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리플은 최근 한 달 동안 150% 넘게 오르며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김혜영 서울시의원의 배우자와 장남도 리플을 각각 7만9487개, 7251개 소유 중이다. 이들 일가 소유 리플의 평가금 환산 총액은 23일 업비트 종가 기준 1억7000만원에 달했다. 김 의원은 배우자는 비트코인도 1개 넘게 소유하고 있다. 23일 업비트 종가 기준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1억3600만원이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현재 국민의 힘 중앙당 후원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같은 기간 김혜지 서울시의원은 ▲리플(약 8522개) ▲이더리움(약 11.76개) ▲이더리움클래식(약 348개) 등을 본인 명의로 직접 보유 중이다. 23일 업비트 종가 기준 이들 알트코인의 평가금 총액은 약 9000만원으로 추산됐다. 김 의원이 보유한 이더리움클래식은 2016년 발생한 이더리움 대규모 해킹 사건 이후 ‘이더리움의 아버지’라 불리는 비탈릭 부테린이 자금 안정화를 위해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파생시킨 가상화폐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과거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서울특별시당 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을 맡은 바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공직자가 가상화폐를 매수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하지만, 국가 정치·행정을 전담하는 이들이 등락폭이 높은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으면 국민들의 괜한 의심을 살 수도 있다”며 “특히 금융업계 공직자들 중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더욱 국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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