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암울한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주가가 4만원대에 머물렀던 코로나19 펜데믹 때 보다 더욱 하락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과거엔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악재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지만 지금은 이례적인 ‘나홀로 하락’이라는 이유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부의 평가가 그만큼 부정적이라는 방증이다.
“주가는 비슷한데” 코로나19 때와 다른 삼성전자의 위용…대내·외 악재에 바닥 없는 추락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종가 기준 전일 대비 4.53% 하락한 5만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코로나19 시절이던 지난 2020년 6월24일(5만16000원) 이후 최저치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부터 오늘(13일)까지 10% 넘게 내리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 낙폭 역시 ▲8일 -0.87% ▲11일(-3.51%) ▲12일(-3.64%) 등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7월만해도 장중 한 때 8만8600원을 기록한 바 있다.
주가 하락을 주도하는 주체는 외국인들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지난 9월 3일부터 10월 25일까지 33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이후 10월 28일과 29일 이틀 간 순매수에 돌입하며 투자 기조 전환을 보이는 듯 했지만 30일 다시 순매도하며 투심을 위축시켰다. 이후 오늘까지 11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외국인이 매도한 삼성전자 주식의 평가액은 15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이 바라본 삼성전자의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마지막으로 4만원대를 기록한 지난 2020년 6월 코로나19 급락장에 비해 현재 삼성전자 자체의 기업 가치가 크게 추락했다는 점에서 하락세의 장기화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재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게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TSMC에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주도권을 빼앗기며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은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9조987억원, 9조1834억원 등에 그쳤다. 2020년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깜짝 실적’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심지어 영업이익은 코로나19 펜데믹 때 보다 더욱 암울한 수준이다. 2020년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당시 삼성전자 주가 저지선 역할을 자처하며 ‘우군’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국내 투자자들도 하나 둘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앞서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식 대폭락을 경험했던 삼성전자는 5만원선이 무너지며 ‘4만전자’가 됐지만 이후 개미들의 적극적인 매수에 힘입어 그해 연말에는 8만원을 돌파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4만원대에 진입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로 주가 방어에 성공해 ‘동학개미’라는 수식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실망 여론에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까지 겹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와 암호화폐 이동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일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원화 약 144조원 규모로 지난달 말 대비 12.51% 급증했다. 반면 국내 증시 고객 예탁금 규모는 9개월만에 50조원 밑으로 내려갔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코로나19 당시의 삼성전자와 지금의 삼성전자는 사정이 매우 다르다”며 “코로나19 당시에는 반도체 사업 경쟁력이 건재했기 때문에 대규모 질병으로 인한 일시적인 투자 불안감으로 주가가 하락했다면 지금은 회사의 근간인 사업 자체가 흔들리면서 기업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최근에는 미국 증시, 가상화폐 등 성공 가능성이 높은 투자처가 여럿 존재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전례 없는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은 연일 뜨겁게 ‘트럼프 랠리’를 이어가며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3대 주가지수(S&P500, 다우존스산업평균, 나스닥)는 일제히 신고가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더 뚜렷하다. 12일 미국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9만달러(원화 약 1억2660만원)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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