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증시는 더 이상 답이 없다” “(한)국장 탈출은 지능순” 등 체념 섞인 말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 금리 인하 호재에도 하락세를 보이는 게 단적인 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9월에 이어 11월에도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S&P500과 나스닥이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코스피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통상적으로 미국 금리 인하는 국내 유입 자금 확대로 이어져 증시를 상승시키는 호재로 여겨진다.
금투세 폐지, 美금리인하 호재에도 이례적 하락…국장에 완전히 등 돌린 동학개미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0.14% 하락한 2561.1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1% 넘게 오르며 2600선을 돌파하는 듯 했지만 이내 상승분을 전부 반납하며 내림세를 보였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0.87% 하락한 5만7000원에 장을 끝냈다.
이날 코스피 지수의 하락세는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로 평가된다. 전날 새벽 ‘미국 금리 인하’라는 대규모 호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지난 7일(현지시간)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 4.75~5.0%에서 4.50~4.75%로 0.25%p 낮췄다. 지난 9월 약 4년 반 만에 미국의 통화정책기조가 긴축에서 완화로 바뀐 뒤 이날 추가로 금리를 내렸다.
이날 미 금리 인하 소식에 뉴욕증시는 환호하며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모두 최고치를 경신했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전일 대비 0.74% 오른 5973.10에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1.51% 상승한 1만9269.46으로 장을 끝냈다.
대형주의 상승세는 특히 매서웠다. 올해 미국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전일 대비 2.24% 상승해 주당 148.88달러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미국 기업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3조6000억달러(원화 약 5000조)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와 알파벳, 애플 등도 모두 2%대 상승세를 보였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는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여겨진다. 금리가 낮아지면 상장 기업들의 대출 비용을 줄여주고 이는 곧 해당 기업들의 이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인하에 따라 채권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주식과 같은 고수익을 제공하는 투자처로 자금 이동이 생겨난다. 주식 수요가 증가하게 되면 자연스레 주식 시장 전체의 우상향 기조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불신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등장하고 있다. 시장의 최대 악재로 꼽혔던 금투세 리스크가 해소되고 미국 기준금리까지 떨어졌는데도 증시가 요지부동인 것은 결국 ‘국내 주식 투자로 인한 차익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짙게 깔린 결과라는 주장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금투세 시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막상 금투세가 폐지되고 나서도 박스권에 갇혀 있는 한국 주식보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우상향을 보이고 있는 미국 주식으로 개인 자본이 쏠리는 형국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당분간은 불신이 사라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국내 증시의 답답한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증시는 실적이나 자본건전성에 기인한 미국 주식과 달리 비우량 종목들이 오히려 고평가된 기형적인 모습을 띄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적자기업에도 수천억원의 자금이 몰리는 경우도 허다한데 이는 한국 증시가 투자처가 아닌 투기장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엔비디아와 같이 해당 증시를 대표하는 스타 기업이 없는 것도 문제다”며 “코스피 시총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주가 부진이 계속되면서 증시 전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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