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구멍 뚫린 한화 美공장들…사고·제재 무한반복에 ‘국제적 망신살’
안전 구멍 뚫린 한화 美공장들…사고·제재 무한반복에 ‘국제적 망신살’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그룹이 미국 계열사의 안전관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내부 직원들의 사기저하는 물론 미국 노동당국으로부터 경고, 벌금 등의 제재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안전관리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도 커지는 만큼 그룹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끊이지 않는 한화 미국 계열사 안전 이슈…삼성·현대차 무사고 기록할 때 ‘나홀로 7건’

 

미국 노동부 산업안전보건국(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OSHA)에 따르면 올해 △한화큐셀(Hanwha Q Cells Georgia Inc) △한화첨단소재(Hanwha Advanced Materials Georgia Inc) △한화에어로스페이스(Hanwha Aerospace Usa, LLC) 등 한화그룹 미국 주요 계열사에 대한 안전문제 관련 적발·신고 건수는 7건이었다. OSHA가 올해 집계한 안전 위반 적발 사례는 2만6207건이며 미국 제조업체 수는 약 63만4600여개로 제조업체 별 평균 적발 건수는 0.041이다. 한화그룹 계열사별 구체적 안전관련 적발·신고 건수는 △한화큐셀 4건 △한화첨단소재 2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건 등으로 모두 평균치를 훌쩍 상회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한화그룹 미국 계열사들이 올해 부과 받은 벌금 총액은 2만8000달러에 달했다. 현재 조사 중인 3건의 안전 관련 사안은 제외한 금액이다. OSHA는 심각한 위반사안에 대해 건당 최소 1116달러에서 최대 1만5625달러 벌금을 부과하며 반복적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 12만9336달러까지 올라간다. 올해 한화그룹보다 규모가 큰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SK그룹 등의 미국 계열사들은 안전 관련 이슈로 벌금을 부과 받은 사례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가장 큰 벌금을 받은 사건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발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근무중이였던 한 정비공은 작업 중 사다리에서 떨어지면서 무릎과 어깨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OSHA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근로자는 감염과 합병증으로 사고 이후 한 달이 되지 않아 결국 사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사다리 안전점검 부실로 벌금 1만9590달러를 부과 받았다.

 

한화그룹 미국 계열사들의 직장 안전 관련 이슈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3년 한화기계 아메리카(Hanwha Machinery America Corp)를 시작으로 매년 한화그룹 미국 계열사에선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화그룹 미국 계열사들이 미국 정부에 낸 벌금 중 단 1건(환경법 위반)을 제외하곤 모두 근로자 안전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미국 기업 위반 사안을 조사하는 비영리단체 바이올레이션 트레커(Violation Tracker)에 따르면 한화는 지금까지 안전 관련 이슈로 11번 벌금을 냈고 액수는 약 19만달러다.

 

부실한 안전관리는 벌금 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이상의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과 직결돼 있는 직원들 사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화그룹 미국 계열사 소속 직원들은 하나 같이 부실한 안전 관리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임금이나 복지 등은 휼륭하지만 오래된 시설과 안전 관리 체제 미흡으로 작업 내내 불안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 최근 미국내 근로자들의 영향력이 강해지며 미 정치권에서도 안전관련 이슈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한화솔루션 공장에서 직원들을 만나는 해리스 부통령. [사진=카멀라 해리스 페이스북 갈무리]

 

실제로 한화첨단소재의 경우 내부 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이 노후화된 시설과 허술한 관리체제였다. 미국 채용 플랫폼 글라스도어(GlassDoor)에서 제일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이 ‘경영진’일 정도로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한화첨단소재 로이 워너(Roy Waner·가명) 씨는 “시설 투자에 너무 보수적이라 대부분의 시설이 낡은 편이다”며 “경영진이 베테랑 현장근무자 보다 경험이 없는 관리자들을 선택하다 보니 장비조 제대로 수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어로스페이스에서 3년간 근무한 스티브 블루(Steve Blue·가명) 씨는 “회사의 비전은 뚜렷하지만 내부 문제에 대한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직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안들도 그대로 방치돼 있다”며 “사내정치가 난무하다 보니 현장의 문제를 귀담아 듣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귀띔했다.

 

안전 관련 사건·사고로 인한 벌금 부과 건수가 가장 많은 한화큐셀 내부에서도 사내문화 자체가 안전관리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진의 무리한 요구가 직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빗발쳤다. 이안 보랜드(Ian Boland·가명) 씨는 “낡은 조직구조와 경영진이 가장 큰 문제다”며 “소통 없이 오로지 일만 시키면서 제대로 된 안전교육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본사에서 현지 상황을 인지해 당장 시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ESG경영 열풍 뜨거운 미국…안전 위협하는 기업은 근로자가 직접 파업·소송 맞대응

 

▲ 안전문제가 계속된다면 파업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사진은 안전문제로 공장을 떠나는 워런 스탬핑 근로자들. [사진=ICFI]

 

관련업계 안팎에선 한화그룹 미국 계열사의 부실한 안전관리 이슈에 대해 상당히 심각한 사안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직원 안전과 직결된 사건·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할 경우 최악의 경우엔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미국 내에선 ESG경영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근로자에 대한 안전과 근무환경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미국 정부의 조치 외에 직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권리 행사에 나서는 사례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미국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스텔란티스 워런 스탬핑(Warren Stamping Plant)에선 직원들이 안전과 건강에 불만을 제기하며 파업에 나서는 일이 있었다. 해당 파업은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목을 끌었단 것이다. 해당 공장의 노사 갈등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며 지난달에도 또 한번의 파업이 일어났다. 해당 공장은 올해 전체적인 생산량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근로자 안전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노동당국 한 관계자는 “미국은 노조의 권리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안전 관련 이슈가 자주 발생하면 직원들부터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며 “파업으로 인한 부작용이 큰 만큼 OSHA등 노동 당국의 규정을 준수하고 정기적으로 점검 및 예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화그룹은 근로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은 근로자 안전과 생명에 매우 예민한 국가로 한화그룹이 세계 일류의 방산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미국 현지 분위기에 발맞춰 근로자 안전과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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