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이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명성이 자자한 ‘SK하이닉스’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위축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데다 그룹 지배구조의 불확실성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경제계 안팎에선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는 기업 중 한 곳인 만큼 스스로의 위기관리 노력과 주변의 남다른 관심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한민국 수출효자 앞날에 드리운 먹구름…글로벌 반도체 위기론과 지배구조 리스크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전 11시20분 기준 전일대비 9.34% 하락한 14만7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11% 넘게 내리며 14만원 붕괴 직전에 도달하기도 했다. 이달 초 17만4000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약 20일 만에 15% 넘게 하락한 것이다.
이날 주가 하락은 글로벌 유명 투자기업의 SK하이닉스 목표주가 하향 조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앞서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라는 제목의 리포트에는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비율 확대’에서 ‘비율 축소’로 한 번에 두 단계를 하향 조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예상 주가 역시 기존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무려 54%나 낮췄다.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의 예상 주가를 대폭 낮춘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침체가 자리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D램 업황은 4분기(10월~12월) 고점을 찍고 2026년까지 공급과잉이 예상된다. 인공지능(AI)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역시 공급 과잉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시장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 주가에 대한 부정적인 리포트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8월에도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SK하이닉스 예상 주가를 기존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당시 12만원대를 넘나들던 주가는 해당 리포트가 공개된 이후 9만원대로 내려앉았다.
SK하이닉스의 위기는 반도체 시장 침체와 부정적 주가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의 불확실성 여파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계 등에 따르면 현재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관장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소송을 벌이고 있다. 현재 대법원의 최종심을 앞두고 있으며 앞서 항소심에선 조 단위의 재산분할 판결이 나왔다.
만약 대법원 최종심에서도 항소심의 판결이 유지된다면 최 회장 중심의 SK그룹 지배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올해 6월 30일 기준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는 그룹 내 투자 전문기업인 SK스퀘어(20.07%)다. SK스퀘어의 대주주는 SK(주)로 같은 기간 31.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그룹을 지배하는 SK(주)의 최대주주는 최 회장으로 지분 17.9%를 가지고 있다. 보유 주식량은 1300만여 주다. 단순 계산대로라면 현금 1조4000억원을 만들려면 최 회장은 SK 지분을 전량 매각해야 한다.
SK그룹에 대한 최 회장의 지배력 약화는 SK하이닉스에 상당한 악재가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대규모 시설 투자나 연구·개발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최 회장은 올해 들어 무려 두 차례나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은 바 있다. 당시 그는 HBM생산라인을 점검하며 “AI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면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효과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최근 들어 주요 계열사 CEO 등을 소집해 글로벌 전략 등을 점검하고 위기 대응을 강조하는 회의 횟수를 늘리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며 수출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범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경제 단체 관계자는 “최근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미 주가에서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아직은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되진 않은 만큼 조치를 취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노력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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