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온라인 방송 플랫폼이 사회 병폐의 온상으로 급부상했다.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방송인(이하 BJ·유튜버)들의 도덕적 해이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탓이다. BJ·유튜버들의 인기나 영향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도덕적 자질 기준, 자격 미달의 BJ·유튜버에 대한 제재 장치 부재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터넷 방송에도 타 미디어 매체 수준의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 투약·유통부터 성범죄, 협박까지…수십만 팬 거느린 유튜버·BJ 충격적 민낯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조직폭력배 출신 인터넷 방송 BJ이자 유튜버인 김모 씨가 마약류를 투약하고 판매한 혐의로 구속했다. 김 씨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지인의 주거지 등에서 케타민 등 마약류를 투약하고 수천만원어치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고 있다. 김 씨로부터 마약류를 공급받고 투약한 박모(35)씨 등 다른 BJ와 후원자, BJ 관련 엔터테인먼트사 임직원 등 10여명도 함께 입건됐다.
구속된 김 씨는 BJ·유튜버 관련 논란을 언급할 때 빼먹지 않고 언급된 인물이다. 앞서 김 씨는 스스로 국내 한 폭력조직 조직원임을 밝힌 것도 모자라 인터넷 방송을 통해 ‘징역 경험담’ ‘조폭 문화’ 등을 거리낌 없이 밝혀 범죄 미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특히 김 씨 방송의 시청자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방이나 왜곡된 인식 형성 등의 우려가 상당했다.
BJ·유튜버가 연루된 범죄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타 유튜버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콘텐츠를 제작한 후 유포를 빌미로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유명 유튜버들이 구속기소 됐다. 당시 한 유튜버 채널을 통해 해당 유튜버들이 범죄를 모의한 녹취록까지 적나라하게 공개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한 여성 BJ가 라이브 방송 도중 유서를 공개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결국 사망에 이른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해당 BJ의 사망 원인을 두고 성범죄, 집단폭행 등의 의혹이 쏟아졌고 결국 경찰이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직접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BJ는 사망 직전 동료 BJ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다른 여성BJ와 말타툼을 벌인 끝에 홀로 귀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죄 저지르고도 버젓이 방송 복귀로 돈벌이…“범죄 경각심, 양심의 가책 잃어버릴 수도”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명 BJ·유튜버의 범죄 행위는 평범한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에 비해 사회 전반에 미치는 부작용의 정도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미디어 환경 자체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그들이 인기나 영향력이 일반 연예인 못지않은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BJ·유튜버가 초등·중학생 장래희망 순위 상위권에 오를 정도다. 유튜버·BJ 연루 범죄가 모방이나 인식의 왜곡 등 사회적 병폐 현상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더욱 큰 문제는 도덕적 자질이 크게 떨어지는 BJ·유튜버의 활동을 막을 제재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현재 플랫폼 구조나 콘텐츠 소비자 인식은 BJ·유튜버 범죄를 방조하고 있는 쪽에 가깝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온라인 방송 플랫폼 내에는 범죄를 저지른 방송인의 복귀를 막는 마땅한 제재 장치가 없다. 유명세만 있다면 감옥에 갔다 와도 언제든 다시 방송을 통해 돈을 벌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는 BJ·유튜버에 대한 도덕적 기준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유명세나 영향력은 일반 연예인에 맞먹으면서도 유독 관대한 도덕적 잣대가 적용되는 것이다. 최근 마약 관련 범죄로 구속된 김 씨 역시 조폭 출신임에도 BJ 활동을 통해 높은 인기와 동시에 상당한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외에도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BJ 중에는 과거 마약, 폭행, 음주운전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됐던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개인 온라인 방송 플랫폼이 사회적 병폐 현상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인큐베이터(incubator)’로 전락했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도덕적 자질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 유명인이 되고 종국엔 본성을 드러냄으로써 그 여파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후에도 방송 복귀를 방치하는 것은 악순환의 반복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요즘 들어 전과자, 범죄단체에 소속된 인물 등의 부적절 인사가 유튜버·BJ로 활동하면서 막대한 수익까지 벌어들이고 있는데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면 보는 사람 입장에선 ‘범죄를 저질러도 잘 먹고 잘 살수 있구나’라는 착각이 생기기 마련이다”며 “착각일지라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면 종국엔 우리 사회가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나 양심에 대한 가책이 사라진 무법지대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