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를 둘러싼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보완책이 오히려 사태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해당 법안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직접 투자한 해외 주식에 대한 비과세 혜택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코스피에 비해 나스닥·S&P500 등 미국 주식의 연간 투자 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에 국내 투심 자체가 미국 증시로 쏠리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정부·여당 중심의 밸류업 프로그램의 힘을 꺾기 위한 정치적 행보에 개인 투자자들만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야당 금투세 보완법 ‘해외 주식 수익도 비과세’ 내용 두고 “한국 증시 죽이는 독소조항”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금투세 보완책으로 소득세법(4개)·조세특례제한법(1개)·국민건강보험법(1개) 등 총 6개 법안으로 구성된 ‘금투세 보완 패키지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 중에는 ISA의 연 납입 한도를 기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리고 한도 내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비과세를 적용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은 ISA 투자 대상이 해외 주식까지 확대되는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조특법 91조를 고쳐 ‘해외 증시 상장주식’을 투자 대상에 추가하는 방식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해외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ISA를 통하면 투자 원금 3000만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해당 법안이 발표되자 증권가는 물론 일반 투자자들도 크게 들썩이고 있다.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의 수익률 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주식 투자에 비과세 혜택까지 주면 국내 증시의 메리트가 현저하게 떨어져 결국 증시 불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여당이 한국 증시의 평가 절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하는 정책들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는 이날 역대 최대인 96억7773만달러(원화 약 13조원)를 기록했다. 같은 날 국내 증시에서 개인이 3조5635억원치를 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이미 국내 증시를 떠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투자자들이 떠나면서 국내 증시 침체도 심화되고 있다. 6일 오후 12시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0.85% 하락한 2553.53p를 기록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2500선을 기록하며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한 소액주주는 “올해 초부터 밸류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 증시 부양 기대감이 커졌지만 정작 정치권이 국내 증시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안 그래도 수익률이 낮고 안정성이 약한 국내 증시에 세금 혜택을 줘도 모자랄 판에 해외 투자에 혜택을 주는 것은 국내 주식 시장을 아예 무너뜨리는 매국 행위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미국·영국·일본 등과 달리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자본 유동성도 약해 자본시장 선진화가 중요하다”며 “국내 증시에 소득 규제를 강화하고 해외 투자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한국 투자시장 가치 전체를 떨어뜨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제액 5000만원, 1억원 등의 상한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금투세 자체로 인해 시장 전체가 침체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며 “최소한 내년 1월 시행은 유예하고 앞으로의 증시 시장의 분위기를 보고 시행 시기를 재조정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문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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