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재도약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희망을 꺾을 만한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하반기 비트코인 상승 동력으로 꼽혔던 중국 정부의 가상화폐 금지 해제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하다는 내용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국가전략자산으로 자리 잡은 가상화폐 가치를 중국이 나서서 상승시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의 등장 역시 중국의 암호화폐 금지 조치 유지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가상화폐 오르면 미국이 가장 이득, 중국이 미국에 도움 되는 결정 내릴 리 없다”
28일 새벽 비트코인이 한 시간 동안 약 7% 폭락하며 장중 5만9000달러(원화 약 7885만원)가 붕괴됐다. 갑작스러운 급락세에 시장은 충격에 빠졌지만 여전히 코인개미(가상화폐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호재성 재료가 충분하다며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하반기 비트코인 상승 동력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중국 정부의 가상자산 금지 해제 가능성이다.
지난 19일 중국계 코인 대표주자 트론(TRON)의 창립자 저스틴 선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가산자산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며 “이 소식에 맞는 최고의 이모티콘은 무엇일까”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글은 온라인 가상화폐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며 중국이 비트코인 금지령을 해제할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해당 게시물 등장 직후 트론은 12% 넘게 오르는 등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가상자산 금지 해제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아직까지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는 상태다. 심지어 중국 내에선 가상자산 금지와 관련된 뜬소문을 진화하려는 움직임도 등장했다. 앞서 암호화폐 전문매체인 CCN은 “중국 가상자산 금지 해제 소식에 대한 공식적 확인이나 증거는 아직 없다”며 “소문에는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국이 비트코인 금지령을 해제할 가능성이 사실상 거의 희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국가전략자산으로 자리 잡은 가상화폐 가치를 중국이 나서서 선제적으로 상승시킬 리 만무하다는 주장이다.
28일 비트코인 흐름 추적 플랫폼 비트코인 트레저리(Bitcoin Treasuries)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미국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 물량은 21만4400개에 달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이다. 이어 ▲중국(19만4000개) ▲영국(6만1000개) ▲독일(5만개) ▲우크라이나(4만6350개) 등의 순이었다.
차기 미국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도 가상화폐의 국가전략자산화 행보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비트코인2024 컨퍼런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당선 시 비트코인을 국가전략비축물자로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비트코인 전략준비자산 법안을 소개했다. 해당 법안에는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 21만개에 더해 79만개를 추가 매입하고 팔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중국 중앙위원회가 디지털 위안화 촉진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도 가상화폐 금지 유지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화폐로 지폐나 동전이 아닌 디지털화된 위안화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지지만 비트코인과 달리 국가 신용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앞서 인민은행은 향후 국제 무역과 결제 업무에서 디지털 위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다니엘 배튼 비트코인 ESG 연구원은 “현재 중국은 지속적으로 국가 내의 암호화폐 신규 채굴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며 “디지털 위안을 전 세계적으로 유통해 미국 달러를 바탕으로 한 국제 경제 질서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겠다는 취지와 비트코인 친화 정책은 완벽히 대립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시그넘 은행의 카탈린 티쉬하우저 투자 리서치 책임자는 “가상화폐 시장을 향한 불명확한 재료들이 다수 등장하며 비트코인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와 관련된 기대감은 이달 초 상승세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이 현재로선 약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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